‘블랙홀’로 기억되는 스티븐 호킹 박사가 3월 14일 ‘화이트 데이’에 별세했다. ‘우주는 스스로 존재한다’는 위대한 발견을 하고, 평생 시간의 역사를 탐구해 온 그는 루게릭병과 싸우다 시간의 저편으로 사라졌다. 인류의 에너지 고갈을 해결하기 위해 우주공간에서 입자가속기 실험을 하다가 차원이 다른 평행세계로 떨어져 혼란을 겪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에 따르면, 호킹이 다른 차원으로 이동했다고 상상할 수도 있겠다. 인류가 낳은 천재 물리학자가 우주 속에서 영면하기를 빈다. 지금 우리 사회는 대격변을 마주하고 있다.
“훌륭한 하키 선수는 퍽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지만, 위대한 하키 선수는 퍽이 향하는 곳으로 달려갑니다.”캐나다의 아이스하키 우상인 웨인 그레츠키의 말입니다. 미래학자 피터 힌센은 이 말을 인용하면서 “우리는 2.0에 반응하고, 2.5에 반응하고, 3.0에 반응하기보다는 미래 자체를 더 멀리 내다봐야 한다”고 말합니다.미래는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를 창조하는 것이라는 말이 있는 까닭이죠. 비트코인을 둘러싼 최근 논쟁은 누가 더 멀리 미래를 내다보는가 하는 것에 대한 문제를 포
청와대 벽에 촛불이 걸렸다. 임옥상 작가의 라는 작품이다. 가로 90cm, 세로 60cm 캔버스 108개를 이어붙인 대작이다. 청와대 벽면 길이에 맞춰 조금 수정했다는 전언이다. 미학적으로나 역사적으로나 언뜻 보기에도 장엄하다. 누구나 그 날의 기억을 떠올릴 만큼.작품도 작품이지만, 작품을 임대해 청와대에 들여온 과정이 눈길을 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지시했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 정부의 정신에 완전히 부합해 좋아 보였다”고 했다. 그림에 드러난 구호 때문에 정치적으로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촛불은 여성이다. 촛불 시민혁명은 여성주의 시대를 선언한 대변화의 서곡이다. 차별을 반대하는 도도한 물줄기다. 박근혜 탄핵을 외치던 광장의 한복판에서 ‘여성 이슈’는 오랜 억압의 껍질을 깨고 튀어 올랐다.촛불 1년을 맞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발화된 2016년 10월 24일부터 헌재 탄핵심판이 이뤄진 주말인 2017년 3월 12일까지 소셜 빅데이터를 들여다봤다. 온 국민이 촛불의 추이를 예의주시하던 때다.이때 트위터, 블로그 등에서 사람들이 언급한 키워드 50개를 분석했다. 50대 키워드를 언급한 횟수는 무려 1억4천여만 건. 이
정치가 가능한 것만 꿈꾸면 그 방향은 기득권을 향한다. 불의를 현실로 착각한다. 일찍이 체코의 하벨 대통령이 통찰했다. 정치는 불가능의 예술이다. 불가능을 꿈꿔야 인류애의 방향에서 나라를 조금이라도 진전시킬 수 있다. 가능한 것만 꿈꾸면 ‘음모, 거래, 힘자랑’이 난무한다. 불가능을 꿈꾸면 ‘공동체의 열망’을 최우선시한다.국민의당이 잘못된 길로 들어섰다. 국민의당이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을 자유투표에 맡기고, 결과적으로 부결이라는 결과를 초래한 것은 잘못된 선택이다.국민의당은 이번 헌재소장 동의안에 대한 태도를 통해 개혁이
지난 17일, 문재인 대통령 취임 100일을 맞았다. 신선했던 기자회견만큼 괜찮은 100일이었다. 비상식으로 탈선했던 열차를 다시 상식의 궤도에 올리는 과정이기도 했다.5.18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 역사는 현실 정치권력의 비위에 맞게 조작되는 것이 아니라 당시 희생했던 분들의 그 정신을 기리는 것이기에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가로막았던 정권은 민주주의의 과정을 부정한 것이나 다름없다.지난 10년 동안 정권은 '민주주의의 정원'을 무참히 유린했다. 하지만 그 정원에는 다
[시사위크] 자유한국당의 가속페달이 아찔하다. 자한당이라 불리는 자해당 같다. 인사청문회 보이콧 논란에 이어 출범한 지 이제 한 달을 넘겼을 뿐인 대통령 탄핵을 운운한다.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넘어 헌법질서와 국민을 모독한 일이다.자존감이라고는 찾아볼 길이 없는 이 정당은 아무데서나 잠을 자고 아무렇게나 소리친다. 그들은 지금 낭떠러지가 종착점인 소멸의 고속도로를 질주한다. 브레이크를 밟고 차를 점검할 시간에 100명이 넘는 기사들이 온통 가속기만 밟아댄다. 그러니 소음이 귀를 찢고 배기가스가 미세먼지처럼 사람들의 신경학적 초원을
[시사위크] 문재인 대통령의 행보가 경쾌하다. 기대했던 것보다 좋다. 청와대 계단 앞의 ‘훈남 미장센’은 권위주의 정권에 대한 가장 인상적인 패러디로 읽힌다. 셔츠 차림의 참모들과 커피를 들고 산책하고 토론하는 모습은 열린 정부의 상징이다.인천공항을 전격 방문해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약속한 대목도 변화를 바라는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한다. 국정교과서 폐지나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약속도 신선하다. 외국 정상들과의 전화통화도 그렇고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당당한 대응도 합격점이다. 당당한 외교, 단호한 안보로 국익을 지켜나가야
[시사위크] 박근혜 전 대통령이 검찰에 출석했다. 헌재의 파면선고로 더 이상 불소추특권을 행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검찰수사도 특검수사도 피해갔지만 이제 더 이상 피할 곳이 없어졌다.반성이나 사죄는 없었다. 헌재 결정에 대한 승복 메시지도 없었다. 여전히 헌법과 법 위에 군림하겠다는 태도다. 검찰청 포토라인 앞에서 박근혜는 단 29자의 메시지를 남겼다.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습니다.”말은 짧았고 태도는 오만했다. 어디에서도 파면당한 대통령의 반성하는 모습은 발견할 수 없었다. 오히려 대한민국
[시사위크] 안희정의 말은 상처가 됐다.안희정의 ‘선한 의지’는 촛불민심에 상처를 줬다. 트위터와 커뮤니티의 분노는 간단치 않았다. 경쟁 후보 진영의 공격을 빼고도 많은 이들이 지지를 철회했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의 ‘선한 의지’론은 명백한 도발이다. 해명은 더 안 좋았다. 비유와 반어라는 단어도 좋지 않았다. 상처받은 사람들은 비유와 반어도 못 알아듣는 것으로 취급당했다. 비유와 반어는 메시지를 더 선명하게 전달할 때 쓰는 것이다. 하지만 애매하게 뒤섞어 오해(?)를 불렀다.안희정은 사과가 먼저인 순간에 해명을 했다. 위기관리
[시사위크]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귀국 행보가 구설에 오르고 있다. 오자마자 강행군인데 뭔가 아버지 옷을 입은 초등학생처럼 어색하다.지하철 승차권 발매기에 1만원권을 넣었다든가, 편의점에서 에비앙 생수를 꺼냈다든가 하는 해프닝은 그렇다 치자. 1월의 강추위에 서울역 노숙자들을 자신의 의전을 위해 밖으로 내모는 장면은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꽃동네 해프닝은 그렇다 쳐도 사상 최악의 AI파동 농가를 찾아가 방역복을 입고 소독약을 뿌리는 장면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강력한 전염성 때문에 거주자 출입마저 엄격히 제한하는 현장에 수행원
[시사위크] 지난 17일 8차 촛불집회에도 77만명의 시민이 모였다. 지난 9일 국회에서의 압도적 탄핵 가결로 주춤할 것 같았던 촛불집회가 여전히 밝고 환하다. 겨울광장은 여전히 평범한 시민들의 온기로 채워졌다. 아이를 안은 가족들부터 동호회, 시민단체 등 다양했다. 광장에서 송년모임을 잡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산타클로스도 등장했다.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대형 트리가 세워질지도 모른다. 올해의 마지막 날에도 촛불은 타오를 것이다.가장 늦게 광장에 참여했던 정치인들은 탄핵 가결 이후 빛의 속도로 달아났다. 물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시사위크] ‘폭력 제로’의 시민항쟁이 계속된다. 지금 이 나라를 지키고 있는 것은 대통령도 아니고 국회도 아니고 국민들이다. 대통령이 산산조각 낸 권력을 모아 떠받치고 있는 것도, 의회가 계산하느라 정지시킨 시간을 다시 흐르게 한 것도 국민들이다. 외국에서 ‘무당 공화국’이라 조롱받으며 사정없이 떨어져 내린 국격을 광장의 함성으로 다시 세우고 있는 것도 국민들이다.11월의 시민혁명은 유례없는 위대함을 만들어 내고 있다. 교과서에서 보지 못했던 창의적인 항쟁이 이어진다. 시민들의 목소리가 정치의 전면에 나서고 송두리째 파괴된 이 국
[시사위크] 언론에 나온 우병우 수석 교체설 보도를 보고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많은 사람들이 이런저런 생각을 떠올렸을 것이다.권력무상이라는 말도 떠올렸을 것이고, 조선일보도 떠올렸을 것이고, 잊혀져가던 감찰관이라는 단어도 생각났을 수 있고, 나아가 이번 선거사범 기획수사도 생각났을 것이다. 처가의 땅을 떠올린 사람은 감정이 풍부한 사람일 것이다. 하지만 조간신문에 비수처럼 박힌 활자를 보고 많은 사람들이 본능적으로 내놓은 반응은 “최순실이 세긴 세네”라는 자조 섞인 한탄이었을 것이다.‘최순실’은 현재 권력이 보여주고 있는
누가 게임 체인저가 될까? 경선을 앞둔 마지막 추석을 앞두고 여야의 잠룡들은 추석밥상에 내놓을 이야깃거리 하나쯤은 고민했을 것이다. 예전같진 않지만 추석 명절은 여전히 흩어졌던 민심이 흘러가는 길목이기 때문이다. 그러던 와중에 북한의 5차 핵실험이 터졌다. 올해 추석밥상도 김정은이 독차지할 태세다. 안보 프레임이 추석 정국의 많은 이슈들을 집어삼킬 것이다. 시쳇말로 명절 때마다 재를 뿌린다.문재인은 광주에서 단일화 필요성을, 안철수는 제주에서 양극단 세력과의 단일화 불가론을 주장했다. 추석 밑에 때이른 단일화 논쟁이 벌어진 것인데,
[시사위크] 지난 6월 타계한 엘빈 토플러는 “시속 100마일로 달리는 가장 빠른 차가 기업이라면, 가장 느려터진 정치조직은 시속 3마일로 움직인다”고 말했다. 예나 지금이나 또 동서양을 막론하고 정치집단은 미래에 적응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정치집단은 과거의 기득권에 만수산 드렁칡처럼 뒤얽혀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는 어떤가.박근혜 정부의 속도는 토플러의 상상을 능가하는 것처럼 보인다. 3마일은커녕 후진 기어를 넣고 엑셀레이터를 마구 밟아대는 형국이다. 다보스포럼이 4차산업혁명 시대의 도래를 강력하게 경고해도 소용이 없다. 수출
[시사위크] 얼마 전 청년네트워크 그룹 ‘더 넥스트’가 주최하는 ‘질문 컨퍼런스’ 모임에 발제자 자격으로 다녀왔다. 올해 말까지 매주 토요일에 진행되는 이 컨퍼런스의 특징은 질문을 통해 우리 사회의 시대정신과 의제를 수평적 방식으로 탐구한다는 점이다. 즉 일방적으로 가르치고 배우는 형식을 탈피해 평등한 구조에서 대답이 아닌 질문을 찾는 것. 내용을 떠나 방식 자체가 매우 흥미롭다. 때로는 형식이 내용을 규정하기도 한다.워크숍 성격의 첫 번째 모임에 참여한 20여 명의 참가자들은 더넥스트가 준비한 키워드들을 골라 테이블에 올려놓으며
[시사위크] 유승민 의원의 복당 문제로 불거진 새누리당의 권력투쟁이 점입가경이다. 총선 참패 이후의 자숙 분위기도 권력투쟁 앞에선 속수무책이다. 거슬러 올라가면 지난 해 4월8일 원내대표 연설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민주공화국의 헌법정신을 강조했던 그의 연설은 19대 국회 최고의 명연설로 꼽힌다. 그는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는 사실이 입증되었다며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치를 강조했다. 하지만 그는 이 연설로 인해 대통령으로부터 ‘배신’의 낙인이 찍혔고, 이후 새누리당은 극우 ‘친박’과 중도보수 ‘비박’의 민망한 권력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