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보스토크의 둘째 날.비가 계속 올 것이라는 예보와는 달리 화창한 날씨에, 기분 좋게 길을 나섰다. 블라디보스토크에 서린 호랑이의 기운을 받으며, 미래를 향한 기대가 꿈틀거리고 있는 극동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발길이 닿은 곳은 시베리아 횡단열차가 출발하는 블라디보스토크 기차역. 1819년에 시작해 무려 25년에 걸친 공사 끝에 완공된 시베리아 횡단열차는 유럽과 극동을 연결하는 교두보로 불린다.철저한 보완검색을 걸쳐 들어간 역 안은 차분한 분위기였다. 실제 기차를 타고 모스크바까지 가보진 못했지만, 기차를 보고 만지면서 현장감을
블라디보스토크 공항에 내렸다. 낯선 땅이지만, 그리 낯설지 않은 기분, 두 번째여서 일수도 있겠지만, 그것과 또 다른 친근감 같은 것이 밀려왔다.부산에서 바로 가는 블라디보스토크 편은, 늦은 밤, 러시아 국영항공사인 ‘아에로플로트’ 밖에 없었다. 그래도 인천 공항에서 가는 것보단, 출발해서 도착하는데 까지 거의 한 시간정도 단축되었다. 부산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 1시간 40분밖에 걸리지 않다니, 정말 가깝다는 느낌이 들었다.다음 날 아침, 이른 시간부터 블라디보스토크 탐방에 나섰다. 지난 1월의 추위는 어느새 사라지고, 6월 초여름
2018년 6월 13일, 대한민국 보수정당이 파산했다.보수정당 패배의 실질적 원인은 국회, 구체적으로 지목하면 거대 야당인 자유한국당의 무능이다. 이념도, 비전도, 정책도 없는 정당, 있다면 분열뿐인 정당에 국민들은 신뢰를 버렸다. 그 분열이, 이념의 분열이라면 그런 대로 참아줄 만하다. 그러나 그 분열은 이익에 따른 계파 간 분열이었고,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소이(小利)였다.그동안 우리 국민들은 놀라우리만큼 균형의 투표를 했었다. 한쪽이 기우는 것 같으면 다른 쪽에 힘을 실어 주는 투표를 하면서 영원한 독주를 본능적으로 막아오는
리콴유. 그는 말레이시아연방에서 버림받은 작은 섬, 싱가포르를 아시아 최고 경제대국으로 만들었고, 실용적 외교로 국가 독립을 지켰다. 그는 어떤 이론도 실효성이 없는 것은 과감히 버리는 실용주의자였다. 안주하려는 국민에게는 “변하지 않으면 생존조차 불가능하다”며 변화와 진보를 설득했다.많은 이들이 리콴유를 칭송한다. 그는 취임 직후 바로, 다(多)언어 정책과 다종교 정책을 펼쳤다. 서로 다양성을 인정하는 ‘멜팅팟(인종용광로)’을 만들지 않고서는 국민 통합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경제성장을 위해 기업규제도 대폭 풀었다. 외
광활한 들판, 하얗게 덮인 눈 위에서 두 남자가 만난다. 그리고 운치있는 집 안으로 들어가 따뜻한 커피한잔을 권하며 함께 마주앉아, 각자의 총을 자신의 테이블 위에 놓는다. 그리고 잠시 뒤, “쾅” 한발의 총소리만 들리고 영화는 끝난다. 영화 ‘독전’의 마지막 장면이다.평생을 한가지만을 쫓아 살아온 사람들은 자신이 왜 그것을 쫓아가고 있는지 어느 순간 망각할 때가 있다. 그 집착이 자신을 잃어버리게도 하고, ‘왜’라는 질문에 답을 못할 땐, 자신의 존재가치조차 느끼지 못한다. 그런 존재가... 형사 원호(조진웅 분)다.형사 원호는
“꽃이 지고나면/ 비로소 잎사귀가 보인다/ 잎 가장자리 모양도/ 잎맥의 모양도/ 꽃보다 아름다운/ 시가 되어 살아온다.”이해인 수녀의 詩 중 한 구절이다. 시인의 말처럼, 꽃이 진 후에야 많은 사람들은 보지 못했던 것들을 보게 된다. 누군가 내 곁을 떠나고 나면, 그 사람의 빈자리가 더 크게 다가온다. 그제야, 가슴을 치고 아파한다.9년 전, 노무현 대통령이 “너무 슬퍼하지 마라.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라는 말을 남기고 스스로 삶의 꽃을 꺾었을 때... 봉하마을이, 국민이, 하염없이 울었다. 그
“데이지 꽃을 든 귀여운 소녀가 잎사귀를 하나씩 뜯으며 ‘1. 2. 3. 4. 5. 6. 7. 8. 9’라고 숫자를 세는 순간, 갑자기 미사일 발사 시간을 카운트 하는 성인 남자의 목소리가 겹쳐지고 핵폭탄이 폭발한다.”1964년 미국 대통령선거 당시 민주당 존슨 후보가 만든 TV 캠페인 ‘원자폭탄과 소녀’의 한 장면이다. 이는 전술핵 사용을 지지하고, 핵실험 금지 조약에 반대하던 공화당 대통령 후보 골드워터를 강하게 비판하기 위한, 하나의 네거티브 전략이었다. 사실상 단 한 번 밖에 반영되지 못했던 이 선거 캠페인은, 미국 대선 역
심리학에, ‘회복탄력성’이란 말이 있다. 역경이나 고난을 이겨내는 ‘긍정적인 힘’을 말한다. 회복탄력성이 강한 사람들은 어려움이 닥쳤을 때, 보통 사람들보다 잘 극복해 낼 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더욱 풍부한 삶의 이치를 깨닫고 자신이 몰랐던 내면의 또 다른 능력까지 발견한다.등소평은 회복탄력성이 매우 강했던 인물이었다.1966년부터 1976년까지, 중국이라는 거대한 대륙을 집단적인 광기로 몰아넣었던 문화대혁명(文化大革命), 당시 등소평은 모택동의 혁명동지였음에도, ‘반모주자파(反毛走資派)’의 수괴로 몰려 홍위병으로부터 공개비판을
지난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 이후로 너무나 오랜 시간동안 고여만 있던 한국 보수정치에 물꼬가 트였다. ‘고인 물은 썩는다’는 옛말처럼 그동안 보수정치권은 고인 상태로 물이 썩어가고 있는지 몰랐다. 그런 자신들만의 웅덩이에 갑작스러운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러한 현실을 한국 보수정치권은 받아들이기 힘들다. 허나, 지금이 바로 기회다. 썩어가고 있는 고인 물을 버리고, 새로운 깨끗한 물을 받을 절호의 기회다.‘한국의 보수정치’는 일제강점기를 거쳐 역동의 역사를 이어오는 과정에서 매우 복잡하고 애매한 구조로 형성되어 왔다.
2018년 4월 27일 오전 9시 30분, 폭 50㎝짜리 군사분계선에서 한반도의 새로운 역사가 시작됐다.문재인 대통령이 “남측으로 오시는데, 나는 언제쯤 넘어갈 수 있겠어요?”라고 하자, 김정은 위원장이 “그럼 지금 넘어가볼까요?”라고 즉석제안을 했다. 그 순간, 남북 두 정상은 손을 꼭 맞잡았고, 문재인 대통령은 군사분계선을 넘어 ‘깜짝 방북’을 했다. 이 장면을 전 세계가 지켜봤다. 그리고 우리 국민들뿐만 아니라 외신기자들까지도 환호와 박수, 뜨거운 감동과 찬사를 보냈다.북한 조선중앙통신은 ‘판문점 선언’을 보도하면서, 헤드라인
2018년, 하나의 사건이 대한민국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원 댓글 조작사건인 ‘드루킹 사건’이다. 이 사건은, 문재인대통령의 측근인 김경수 의원 연루설이 제기되고, 김 의원의 보좌관이 ‘드루킹’으로 부터 5백만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강력한 바람의 소용돌이인 ‘토네이도’처럼 대한민국 정치권을 휩쓸고 있다. 급기야 21일 청와대가 야당이 요구하는 ‘드루킹 특검’을 수용하고 여당에 결정을 요청했다. 여당도 특검을 받을 수밖에 없는 지경이다. 그동안 일명 ‘게이트’라고 불리는 ‘정치적 부정행위들’이 많이 있었다. 대표
7년 전, 삶에 지치고, 미래에 대한 두려움에 찌든 대한민국 젊은이들에게 희망이 된 사람이 있었다. ‘새로운 정치인의 길’을 가고자 한, 사람이 있었다. 지금의 안철수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이다.당시, 안철수는 기성 정치권과는 확연히 달랐다. 그는 2008년 촛불의 주인공이었던 젊은 세대에게 호소력을 발휘하며 정치권에 발을 들여놨다. 안철수는 이런 청년층에 바탕을 두고 기성 정치권에 도전했다. 대한민국 정치권의 혁신을 부르짖고, 새로운 시대정신을 이야기했다. 참신했다. 그래서 안철수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그에게 거는 기대도 컸다.그
“꿈꾸는 자는 멈추지 않는다.”미국 맨해튼의 유명 로펌에서, 유일한 외국인이자 동양인 변호사로 활동했던 전성철 변호사의 말이다.그는 쉽지 않은 길을 걸었다. 꿈을 이루기 위해 미국행 비행기를 탄 후, 빵공장 직공, 택시기사, 야적장 수위, 채소장수 등 열여덟 가지가 넘는 직업을 거친 후 변호사가 되었다. 전성철 변호사의 삶을 바꾼 힘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이뤄갔던 바로 그 ‘꿈’이었다. 이처럼 꿈은 힘이 세다.‘꿈’하면, 떠오르는 또 한 명의 사람이 있다. 그는 이집트에 팔려가 결국엔 국무총리가 된 ‘요셉’이다. 형제
“더 깊이 고독하여라,더 깊이 아파하여라,더 깊이 혼자가 되어라”- 이해인 수녀의 詩 ‘죽음을 잊고 살다가’ 중에서.가끔, 마음이 헛헛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가족과 함께 소풍가듯, 집에서 가까운 노무현 대통령 생가가 있는 봉하마을을 찾는다. 그저 그 곳에서 느껴지는 담담함이 좋고, 그 곳의 풍경이 나의 꽉 찬 머릿속을 비워주는 듯도 하여 걸음을 하곤 한다. 그러다 한 날은 뭔가에 이끌린 듯 부엉이 바위에 올랐다. 그의 심정을 되뇌어보며, 그가 마지막 순간에 서 있던 그 자리에 나도 섰다.삶 자체가 ‘대한민국 민주주의 발전’과 ‘
“국민과 함께 살고, 함께 먹고, 함께 일한 호치민 주석님의 애민정신을 마음 깊이 새깁니다. 2018년 3월 23일 대한민국 대통령 문재인”베트남을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958년부터 1969년까지 호 주석이 실제로 거주했던 집을 찾아 방명록에 남긴 글귀이다.‘호 할아버지’로 불리는 호치민은 베트남의 민족 영웅이자, 국부(國父)다. 소련 레닌대학을 졸업한 그는 프랑스․ 미국 등 초강대국과의 전쟁을 불굴의 애국심과 특유의 전략전술을 구사해 승리로 이끌면서 통일 베트남의 기틀을 세웠다. 사욕(私慾)도 없었다. 사
도화지에 흰색만 칠한다면 환하고 아름다운 그림이 될까? 흰색은 까만색이 있을 때 돋보이며 그 가치를 드러낸다. 그리고 더 아름다운 그림이 완성되려면 다양한 색을 칠해 주어야 한다.밤이 사라지고 환한 아침만이 지속된다면 아름다운 세상이 될까? 아침의 밝음 못지않게, 밤은 어두움만의 낭만과 여유로움을 품고 있다. 그렇게 밤과 아침은 함께 ‘하루’라는 것을 완성한다.대한민국은, 흰색과 까만색이 서로를 돋보이게 해주듯이, 아침과 밤이 주고받듯이, 끊임없이 진보와 보수가 힘을 주고받으며 그 명맥을 이어왔다. 늘 서로를 견제하며 때론 뼈저리게
프레너미(Frienemy)란 말이 있다. 친구(Friend)와 적(Enemy)이란 단어를 합쳐 만든 신조어로 “서로 협력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경쟁하는 관계”를 의미한다.우리나라를 둘러싼 강대국 중에 프레너미의 대표적인 나라는 중국과 러시아다. 흔히들 러시아와 중국이 서로 대립관계라고 알고 있는데, 알져진 것과 달리, 현재의 미국 일극체제 앞에서 양국은 서로 군사 협력을 하고 있다. 2000년대 중반 러시아와 중국은 만주-시베리아 국경선을 확정하면서 양국 관계 정상화의 걸림돌을 제거했고, 이후 2005년부터 ‘평화사명(peace mi
[시사위크] “나를 따라오라 내가 너희를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게 하리라 하시니 그들이 곧 그물을 버려두고 예수를 따르니라” (마태복음 4장 19~20절). 누군가를 믿고 따르는 것에는 분명 이유가 있다. 인간적인 매력 때문일 수도 있고, 리더십이나 카리스마 때문일 수도 있고, 존경하거나 배울 것이 많다고 판단해서일 수도 있다. 그러나 정작 현실을 보면, 그 실상은 앞서 나열한 것과는 사뭇 다르다. 누군가를 따르는 것의 밑바닥에는 이익이 깔려있는 경우가 많다. 제자들은 왜 예수를 따랐을까? 예수의 명성 때문에 따랐던 이도 있을 것이
“세 명의 사람만 모여도 정치를 한다”는 말이 있다. 옳고 그른 것을 따지거나, 서로 힘을 겨루어 서열을 매긴다. 초등학교 반장선거부터 대학의 총학생회장 선거까지, 시골의 이장부터 시작해 대통령까지 우리 생활 곳곳에 정치적 활동이 스며있다. 그래서 “호모 폴리티쿠스(Homo politicus)”라는 말이 있다. 인간은 근본적으로 정치적 존재라는 말이다.조선건국에 주역이었던 정도전은 그 자신이 뛰어난 인물이었다. 게다가 정치적 야망까지 있었다. 하지만 정도전은 자신이 아니라 이성계를 개국 군주로 만드는 것으로 자신의 역할을 하고자 했
2018년 2월 9일, ‘코리아(Korea)’라는 이름으로 한반도기를 왼쪽 가슴에 단 남북한 선수단들이 맨 마지막에 공동 입장을 했다. 객석에 앉아 있던 관중과 선수단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환호했다. 한반도기를 들고 동시 입장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한반도기에 대한 찬반여부를 떠나 한민족이 함께 무언가를 한다는 것에 감동이 있었다.“콩을 삶으려고 콩대를 태운다/ 솥에서 울어댄다/ 본래는 한 뿌리에서 났는데 서로 졸여댐이 어찌 이리 급한가”이 시는, 1990년 2월, 대만의 중국통일연맹 대륙방문단을 맞은 장쩌민이, 한 형제인 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