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승리로 끝난 20대 대선에서 꼽을 수 있는 화두는 ‘이대남’이었다. 통상적으로 20대 표심은 정치권에서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았다.
3월 주주총회 시즌이 찾아왔다. 올해 주총을 앞두고 나타난 현상 중 하나로 ‘여풍(女風)’을 꼽을 수 있다. 기업들은 유독 여성 사외이사 영입에 열을 올리는 모습을 보였다. 국내 기업 이사회는 그간 남성 위주로만 이사진을 꾸려오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러한 비판을 고려할 때, 이사회 성별 다양화를 꾀하고 있는 기업들의 움직임은 분명 긍정적이다. 다만 이러한 움직임이 자발적인 변화라고 하기엔 개운치 않는 뒷맛을 남긴다.올해 주요 기업들이 여성 사외이사 영입에 열을 올리는 가장 큰 배경엔 ‘자본시장법 개정’
“먼 곳에서부터/ 먼 곳으로/ 다시 몸이 아프다// 조용한 봄에서부터/ 조용한 봄으로/ 다시 내 몸이 아프다// 여자에게서부터/ 여자에게로// 능금꽃으로부터/ 능금꽃으로……//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몸이 아프다”4·19혁명 정신이 5·16 군사 쿠데타로 허무하게 무너지는 것을 보면서 1961년 9월에 김수영이 쓴 시 일세. 어제 있었던 20대 대통령 선거 결과 때문에 하루 종일 몸과 마음이 아픈 사람들을 떠올리며 위로도 할 겸 저 시를 선택했네.“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몸이 아프다”는 마지막 연을 읽으니 정말
지난 금요일 저녁 급하게 택시를 탔을 때다. 조용히 가고 싶었던 바람과는 달리, 한적한 시간대에 만난 손님이 반가우셨는지 기사님이 말을 걸어왔다. 건네는 말에 무심할 수 없어 짧게 대답을 한 것이 기사님의 흥을 돋웠다. 말은 흐르고 흐르다 자연스럽게 ‘정치’로 향했다. 대선을 앞두고 본인의 생각과 철학을 강하게 어필했다. 채 얼마 듣지 않고도 기사님의 생각을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 기사님은 소위 말하는 ‘정권 교체론자’였다.그는 민주당의 정권 재창출을 막기 위해선 ‘야권 단일화’가 필수라고 역설했다. 지지율에
“핵탄두를 1,000개 넘게 보유하던 공화국의 몰락이라니, 아무래도 핵은 절대 포기하면 안되갔구만…”러시아 군이 우크라이나공화국을 전격 침공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런 혼잣말을 했을지 모르겠다. 노동당과 군부의 핵심 간부들을 평양 집무실에 불러 모아 위성채널로 CNN보도를 함께 시청하면서 말이다. 핵 보유의 정당성을 역설하며 체제 유지를 위해 관련 시설과 장비를 목숨으로 사수하라는 지시를 내렸을 공산도 있다.소련 해체 당시 우크라이나에는 1,272기의 핵탄두는 물론 이를 투발할 수 있는 170여기의 대륙간탄도
작년 1월에 큐어넌(QAnon)을 비롯한 트럼프 대통령의 열렬 지지자들이 연방 의사당에 난입했던 사건을 이야기하면서 미국은 음모론이 지배하는 사회라고 말했던 걸 기억하고 있지? 미국인 39%가 미국을 배후에서 조종하고 지배하는 딥스테이트(deep state)가 실제로 존재한다고 믿고, 17%는 아동 성매매를 하는 사탄 숭배 엘리트들(힐러리 클린턴, 버락 오바마, 조지 소로스, 할리우드 유명 배우들)이 미국 정치와 언론을 지배하고 있다는 주장에 동의하며, 40%가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중국의 한 연구소에서 만들어졌다고 믿고, 백신이
기자가 고등학교 2학년 때 있었던 일이다. 당시 학교에서는 급식을 배식받기 위해 학생증에 그려진 바코드를 찍고 식당으로 들어가야 했다. 그런데 어느 날 기자가 사용하던 학생증 바코드 일부가 지워져 식당에 들어갈 수 없게 됐다.이때 반에서 그림을 잘 그리는 친구 하나가 학생증 바코드의 지워진 부분을 자와 매직펜을 이용해 그려줬고, 식당 출입구에 설치된 키오스크는 이 바코드를 정확히 인식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친구들과 해본 ‘바코드 그리기’가 기계를 속이는데 성공한 셈이다. 문제는 이 같은 학창시절의 재미있는 해프닝 중 하나가
지난달 30일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페이스북에 “국민이 잘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얹는 외국인 건강보험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피부양자 등록 요건을 강화하고 명의 도용을 막는 등 국민이 느끼는 불공정과 허탈감을 해소할 방안을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네. 무슨 제도든 문제가 있으면 당연히 개선해야지. 하지만 ‘정의가 무엇인지 고민하기 전에 누구나 정의로움을 일상에서 느낄 수 있게’하는 게 ‘가슴에 새긴 사명’이라고 말했던 후보라면, 금방 들어날 거짓 통계로 국민들을 속이거나 극단적 사례 몇 개로 특정 외국인 혐오 정서를 부추겨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26일 “네거티브 선거전을 중단하겠다. 야당(국민의힘)도 동참해 달라”고 말한 후 실제로 네거티브를 중단했다. ‘한다면 한다는 이재명’이라고 강조하듯 정책으로만 말하겠다는 본인의 약속을 지키고 있는 셈이다.하지만 네거티브는 이 후보만 중단했을 뿐, 민주당은 변하지 않았다. 이 후보가 네거티브 중단을 선언한 당일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에서 ‘김건희 녹취록’을 공개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네거티브 없이 선거를 치를 수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런 거 하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2월은 잔인한 달이 될 듯하다. 체제 내부를 둘러봐도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돌아가는 게 없고, 바깥으로 눈을 돌리면 더욱 갑갑한 마음일 게 분명하다는 점에서다. 지난해 12월 집권 10년차를 넘기고 주민과 엘리트들에게 새로운 10년의 비전 제시를 통해 최고지도자로서의 리더십을 보여줘야 할 시점이지만 사정이 녹록지 않다.코로나19로 인해 2020년 초 비상방역 체제에 돌입한 이후 이어진 3년차 봉쇄는 가뜩이나 어렵던 북한 경제에 주름살을 더했다. 얼마 전 북중 변경 간 열차 운행 재개를 통해 일부 물자가 반
이른바 윤핵관 문제로 이준석 대표와의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 바닥까지 내려갔던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이 최근 다시 반등하고 있네. 그런데 그 이유가, 우리처럼 늙은 사람이 봐도, 어이가 없고 기가 막혀. “청년들과 함께하겠다”면서 내세운 ‘여성가족부 폐지’와‘성범죄 처벌 강화, 무고죄 처벌 강화’같은 반(反)페미니즘 공약에 20대 남성, 이른바 ‘이대남’이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기 때문이라네. 그런 공약을 통해 ‘이대남’이 일종의 통쾌함을 맛보고, 정치적 효능감을 느끼게 되어 좋아한다고 분석하는 사람도 있더군. 표를
“연구 결과에 의하면, 우리가 하는 걱정거리의 40%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사건들에 관한 것이고, 우리의 걱정거리의 30%는 이미 일어난 사건들에 대한 것이고, 우리의 걱정거리의 22%는 사소한 사건들에 관한 것이고, 우리의 걱정거리의 4%는 우리가 바꿀 수 없는 사건들에 대한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걱정거리의 고작 4%만이 우리가 대처할 수 있는 진짜 사건들에 대한 것이라고 한다. 이 말은 곧 우리가 걱정하는 일들의 96%는 우리가 제어할 수 없는 일들에 대한 것이라는 애기다. 다시 말하면, 우리가 하는 걱정의 96%는 쓸데없는
최근 정치권에서 나온 한 발언이 화제가 됐다. 야권 유력 대선후보에게 “연기만 해달라”는 요청이 공개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를 처음 접했을 때는 단순 ‘분란의 씨앗’ 쯤으로 여겼다. 그러다 어떤 의문이 들었다. ‘연기가 쉬웠었나?’과거 영화를 전공한 덕에 카메라 앞에 선 배우들의 고충을 피상적으로나마 이해하고 있다. 그러다 직접 겪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아 극단에 들어가 연기 훈련을 받고 무대에 선 경험이 있다. 2년여의 시간을 보내며 크게 느낀 점이 있다면 연기는 단순히 타고난 ‘끼’로만 할 수
말 그대로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보내고 희망의 2022년 새해를 맞는다. 코로나19의 집요한 공세에다 사회를 뒤흔든 크고 작은 사건들로 그동안 많이 어수선했다. 눈빛을 마주한 대면접촉이나 소통이 사라지거나 위축되면서 몸과 마음은 지쳤다. 그나마 우리 공동체를 지켜내기 위한 많은 분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희생 덕분에 여기까지 왔다. 다행스럽고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시야를 조금 넓혀 휴전선 너머 북한 땅을 살펴보자. 코로나의 파장은 퍽퍽한 삶을 살아온 북녘 동포들의 일상에도 번졌다. 가뜩이나 열악하고 부실한 보건·의료 시스템이 민생
대통령도 아닌 ‘영부인이 될 사람’에게 이만큼 관심을 가졌던 대선이 있었던가. 그러나 대통령 가족에 대한 검증은 시대정신이 된 것 같다. 이런 와중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의 의혹은 정치사에 연일 새로운 장면을 선사하고 있다.지난 26일 김 씨가 국민의힘 당사에서 대국민 기자회견을 열고 “잘 보이려 경력을 부풀리고 잘못 적은 것이 있었다”고 밝혔다. 자신의 ‘허위 이력’ 의혹을 인정한 셈이다. 그러나 김 씨의 기자회견은 다른 점에서 화제 몰이를 했다. 사과문의 내용 때문이다. 김 씨는 기자회
지난 12월 23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장모 최 모씨가 통장 잔고증명을 위조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 받았네. 재판부는 “위조한 잔고 증명서의 액수가 거액이고 수회에 걸쳐 지속적으로 범행했다”면서 “(위조된) 잔고증명서를 증거로 제출해 재판 공정성을 저해하려 했다”고 유죄 선고 이유를 밝혔더구먼. 최 모씨는 지난 7월에도 의료인이 아닌데도 요양병원을 세운 뒤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 22억9000만원을 불법 수령한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 받았었지. 당시 재판부는 "요양병원 개설·운영에 깊이
중고차시장을 둘러싼 논란이 예사롭지 않다. 완성차 대기업에 대한 개방 여부가 또 다시 뜨거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모습이다.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이해관계자들의 공방은 물론 사회적 차원의 갑론을박도 치열하게 이어지고 있다.이 같은 논란을 지켜보면, 불과 몇 년 전 시끌벅적했던 택시업계가 떠오른다. 카풀서비스와 ‘타다’를 비롯한 신규 모빌리티 서비스 업체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택시업계는 거센 소용돌이에 휩싸였었다.기존 택시에 불만이 많았던 소비자들은 환호했다. 반면, 택시기사들은 거세게 반발하며 대규모 시위에 나섰고
정의당의 심상정 대통령 후보가 1호 공약으로 ‘주 4일제’를 내세웠네. 한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그가 한 말을 직접 들어보게나. “주 4일제 공약이 이렇게 뜨거운 반응이 있을지 몰랐다. 세계 10위권 선진국으로서 내 삶도 선진국이었으면 좋겠다는 열망이 반영된 거다. 주 4일제는 이미 대세가 됐다. 시대정신으로 정치가 받아들여야 한다.”유력 후보들이 네거티브 공방만 주고받고 있는 선거판에서 꽤 진취적인 공약 아닌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주 40시간제’도 아직 제대로 정착하지 못해‘주 52시간제’라고 불리고 있는 마당에 시기상조라는
2021년을 마무리하는 연말이 찾아왔다. 올해 연말 분위기는 지난해보다 더 썰렁함이 감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매서운 가운데 서민들의 살림살이는 더 팍팍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2년간 무섭게 치솟은 집값으로 무주택자들의 시름은 더 깊어진 모습이다. “하루아침에 벼락거지가 된 기분이다.” 얼마 전 만난 한 금융권 관계자가 최근 집값 폭등 현상에 씁쓸함을 표하며 한 말이다. ‘벼락거지’는 자신의 소득에 별다른 변화가 없었음에도 부동산 등의 자산 가격이 급격히 올라 상대적으로 빈곤해진 사람을 가리키는 뜻이다.
얼마 전 지방 취재를 나섰을 때 경험한 일이다. 시골 마을의 허름한 상가들을 돌아다니다 보니 여기저기 ‘컴퓨터 세탁’이라는 녹슨 간판이 달린 세탁소들을 볼 수 있었다. 처음 드는 생각은 ‘컴퓨터 내부를 청소해주는 기업인가’라는 생각했다. 궁금한 마음에 세탁소 주인 분께 물어본 결과, 1980년대 유행했던 전자동 세탁기에 당시 최신 IT트렌드 용어였던 ‘컴퓨터’를 붙여 ‘전자동 세탁기를 운영하는 최신식 세탁소’라는 것을 강조했던 것이라고 했다. 이처럼 다소 어려워 보이는 정보통신기술(IT)용어는 일반인들에게 ‘전문가’들의 인증을 거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