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 지난 10월 19일 OECD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의 삶의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5.80점으로 OECD 평균(6.58점)보다 낮았고, 순위는 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27위로 하위권이었다. 게다가 한국인의 삶의 만족도는 나이가 들수록 떨어졌다. 15∼29세의 만족도(6.32점)는 50대 이상(5.33점) 점수보다 1점 가량 높았다. 한국은 어려울 때 의지할 친구나 친척이 있는지를 물어보는 ‘사회 연계 지원’(perceived social networ
[시사위크]《한비자 韓非子》에 많은 우언(寓言)들이 있는데, ‘화숙최난(畫孰最難)’이란 사자성어로 알려진 제나라 왕과 그림을 그리는 사람(화가)의 대화가 편에 나오네. 제나라 왕이 “무슨 그림이 가장 그리기 어려운가?”라고 묻자 식객이었던 화가는 “개와 말”이라고 대답했고, 왕은 다시 무슨 그림이 가장 그리기 쉬운가라고 묻자 화가는 “귀신”이라고 말했네. 왕이 그 이유를 묻자, 화가는 개와 말은 사람들이 날마다 보는 것이니 똑같이 그려야 해서 어렵고, 귀신은 형체도 없고 직접 본 사람도 없기 때문에 아무렇게
[시사위크] 추석 연휴 잘 보내고 있는가? 젊었을 적 추석에는 긴팔 옷을 입을 정도로 꽤 선선했는데 지금은 왜 이리 더운지? 아침과 저녁으로는 시원한 바람이 불지만 낮에는 너무 더워서 바깥 나들이하기도 힘들었네. 기상청에 따르면 추석날 서울의 최고 기온이 29.8℃를 기록하는 등 50년 만에 가장 더운 9월 하순이 계속되고 있다고 하더군. 우리나라 기상청에서는 ‘일 평균기온이 20℃ 미만으로 유지되기 시작한 첫날’을 ‘가을 시작일’이라고 부르는데, 수도권의 경우 1970년대에는 9월 15일 쯤에 시작됐던 가을이 2000년대에는 9월
[시사위크] 난 마음이 심란할 때는 시를 읽네. 지난 며칠 동안 우리 서민들이 힘들게 사는 모습을 담은 시들이 자주 눈에 띄더군. 60살이 넘은 내 눈에도 지금 우리 서민과 노동자들이 처해 있는 상황이 바람 앞의 등잔불처럼 위태롭게 보이는가 보네. 먼저 시 한 편 읽고 이야기를 시작하세. 김명수 시인의 라는 시일세.“개미는 허리를 졸라맨다/ 개미는 몸통도 졸라맨다/ 개미는 심지어 모가지도 졸라맨다./ 나는 네가 네 몸뚱이보다 세 배나 큰 먹이를/ 끌고 나르는 것을 여름 언덕에서 본 적이 있다./ 그러나 나는 네가 네 식구들과
[시사위크] “사노라면 언젠가는 밝은 날도 오겠지/ 흐린 날도 날이 새면 해가 뜨지 않더냐/ 새파랗게 젊다는 게 한 밑천인데/ 쩨쩨하게 굴지 말고 가슴을 쫙 펴라/ 내일은 해가 뜬다 내일은 해가 뜬다”군부독재가 기승을 부리던 시절에 대학을 다녔던 우리들이 체루탄 연기로 가득 찬 길거리와 교정에서, 그리고 암담한 정치 현실에 울분을 토로하던 술자리에서, 친구들과 어깨동무를 하고 목이 터져라 함께 부르던 이 노래를 난 지금도 자주 흥얼거린다. 왜냐고? 그 시절이 그립기 때문이야. 당시 대다수의 대학생들은 농촌 출신이었기 때문에 물질적으
[시사위크] 올해는 우리나라가 일제 치하에서 해방된 지 70년이 되는 해인지는 알고 있지? 며칠 전에 시내에 나갔더니 온 거리에 태극기가 휘날리고 있고, 광화문과 명동에 있는 건물들은 수십 미터짜리 대형 태극기들로 뒤덮여 있더군. 광복 70주년을 맞아 국민사기를 높이기 위해 8월 14일은 임시공휴일로 지정되었는데 이날은 전국 고속도로의 통행료가 면제된다고 하더군. 쉬는 날 이야기만 나오면 ‘경제손실액 몇 조 원’이라고 반대하던 재계가 환영하고, 경제부총리가 공휴일 지정으로 ‘경제효과 1조3000억 원에 고용효과 4만6000 명 정도
[시사위크] 먼저 엄재국 시인의 을 읽고 우리 이야기를 시작하세. 경북 문경시 산길 깊은 내화리// 사과를 주렁주렁 매단 사과나무 한 그루가 명찰을 달고 있는데요// “지나가다 목마르면/ 하나 따 드세요”// 까치밥과 사람 밥 얹어 매달아 놓은 주먹만한 물통들/ 목젖 가득 찰랑대는 물소리 “지나가다 목마르면 하나 따 드세요.” 예전에는 저런 곳이 정말 있었을까 의심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30~40년 전 이 땅 많은 곳에서 만날 수 있는 인심이었네. 돈 없이 길을 떠나도 얻어먹으면서 다니는 여행인 ‘무전여행(無錢旅行)이 가
[시사위크] 오랜만이군. 자네에게 내가 살아가는 이야기를 전하지 못한 게 벌써 달포 정도 지난 것 같네. 5월에 사진 전시회를 끝내고 전국 방방곡곡 유람하다가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네. 6월 한 달 동안 많은 사람들을 두려움에 떨게 했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도 이제, 작년에 있었던 세월호 침몰사고처럼, 나라 안팎으로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만 높여 놓고 진정되는 것처럼 보이네. 자본주의 사회에서 국가가 무엇인가에 관해서는 꼭 한 번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걸세. 오늘은 지난 한 달 동안 나라밖에서 들려온 가장 반가운
자네 혹시 2013년에 타계한 일본의 ‘할머니 시인’ 시바타 도요를 아는가? 교보문고가 작년 8월에 집계한 '2004~2014년 시집 판매 순위 톱20'에 외국 시인 중에서는 유일하게 그녀의 시집 《약해지지 마》가 9위에 올랐었네. 할머니는 92세에 아들의 권유로 시를 쓰기 시작하여 98세에 첫 시집을 펴냈다고 하더군. 《약해지지 마》는 일본에서만 160만부가 넘게 팔린 초베스트셀러가 됐다네. 죽기 2년 전인 2011년에는 자신의 100세 생일을 기념해서 《100세》라는 두 번째 시집을 펴냈는데, 사전주문만 30만부가 넘었다고
[시사위크] 장자의 편에는 중국 송(宋)나라의 조상(曺商)이 진(秦)나라에 사신으로 갔다 와서 장자를 만나 자기자랑을 하는 이야기가 있네. “이렇게 비좁고 지저분한 뒷골목에서 군색하게 짚신이나 삼고, 버썩 마른 목에 누런 얼굴로 사는 것. 이런 일에 나는 소질이 없소. 수레 만 대를 가진 임금을 한 번 일깨워 주고, 수레 백 대를 받아 오는 일. 나는 그런 데 장기가 있지.” 그러자 묵묵히 듣고 있던 장자가 대답하네. “진나라 왕이 병이 나서 의원을 부르면, 종기를 따서 고름을 빼내 주는 의원에게는 수레 한 대를 주고, 치
[시사위크] 지난 편지에 IMF, OECD, 세계은행 등 신자유주의 체제의 버팀목이었던 국제기구들이 ‘소득 불평등’이 경제성장의 최대 걸림돌이라고 지목하면서, ‘정부가 나서서 부유층의 세 부담을 늘리고, 노동자들의 임금을 인상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독려하고 있다는 말을 했었네. 그 결과 미국과 일본에서는 대기업들이 통상임금이나 최저임금을 올리고 있다는 소식도 함께 전했고.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정부의 노력이 미진해서 그런지 재계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네. 정부와 재계는 임금 인상을 통한 ‘소득주도성장’으로의 전환은커녕 오히려 소
[시사위크] 지난주에는 광양매화축제에 다녀왔네. 섬진강 양변의 산기슭에 활짝 핀 매실나무의 꽃들을 보니 남도는 이미 봄이 한창이더군. 어느 시인이 노래했던 것처럼 봄은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더디게라도 오지만, 우리네 삶에는 아직 봄이 먼 것 같네. 특히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일하는 빈곤층(working poor)’에게는 꽃향기 가득한 봄이 더 견디기 힘든 계절일지도 모르네. 하지만 아무리 해찰하기 좋은 봄일지라도 “다급한 사연 들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부미며” 일어나 더디게라도
[시사위크] 을미년 설날 아침이네. 작년 설날 이순(耳順)이 되면서 들려준 박노해 시인의 라는 시를 기억하지? 사람이 얼마나 오래 살았느냐가 아니고, “사는 동안 진정으로 의미 있고 사랑을 하고/ 오늘 내가 정말 살았구나 하는/ 잊지 못할 삶의 경험”을 얼마나 많이 했느냐에 따라 죽고 난 후에 묘비에 새겨질 ‘참삶의 나이’가 결정된다는 시였네. 작년 한 해 동안, 하루를 마감하는 저녁에 ‘오늘 내가 정말 살았구나!’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던 날이 몇 번이나 있었는지 모르겠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따뜻한
[시사위크] 노자는 《도덕경》 제77장에서 “하늘의 도는 활을 당기는 것과 같습니다. 높은 쪽은 누르고 낮은 쪽은 올립니다. 남으면 덜어주고 모자라면 보태 줍니다. 하늘의 도는 남는 데서 덜어내어 모자라는 데에 보태지만, 사람의 도는 그렇지 않아 모자라는 데서 덜어내어 남는 데에 바칩니다.”라고 말했네. 무슨 뜻인지 알겠는가? 공평하고 좀 더 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정치인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일깨우는 구절일세.하늘의 도(道)가 활을 당기는 것과 같다는 게 무슨 뜻이겠나? 국궁이든 양궁이든 활(弓)의 모양을 상상해 보시게나
[시사위크] 지금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삶의 방향을 잃고 불안해하는 암담한 시대일세. 희망이라는 말을 입에 올리기도 쑥스러운 절망의 시대야. 날마다 방송이나 신문 등을 통해 보고 듣는 사건이나 사고들을 보게나. 이전에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던 일들이 날마다 일어나고 있네. 또 정부와 민간연구소들이 발표하는 각종 통계들을 보시게. ‘지금 여기’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불안하게 살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것들뿐이네. 우리는 어쩌다가 이런 절망의 시대를 살게 되었을까? 또 어디서 희망의 빛을 찾을 수 있을까?
을미년 양띠 해가 밝았지만, 세상이 하 수상하니 덕담 나누기도 어렵군. 희망이라는 말을 쓰는 게 암울한 상황에 처해 있는 많은 사람들을 속이는 것 같아서 조심스럽기도 하네. 이런 절망의 시대에 이순에 들어선 자네에게 무슨 말로 위로를 해야 할지 모르겠구먼. 아무쪼록 건강하시게나. 자네뿐만 아니라 이 땅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 행복한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네만… 2년 전 ‘국민행복시대’를 활짝 열겠다고 공언했던 사람이 누군지 자네도 알지? ‘약속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실천은 아무나 할 수 없다’면서 ‘약속을 실천하는 대
[시사위크]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을 ‘자유민주주의를 확고하게 지켜낸 역사적인 결정’이라고 평가한 대통령의 말을 들으니 자유민주주주의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군. 시간이 지나면 확실하게 드러나겠지만, 정말 이번 판결이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낸 결정일까? 난 지난 수십 년 동안 어렵게 이뤄낸 자유민주주의를 후퇴시킨 ‘우물 안 개구리들’의 폭거라고 생각하네만…그래서 오늘은 별 수 없이 지유민주주의에 관한 이야기를 할까 하네. 친구에게 잘 난 척 한다고 욕하지는 말게나. 자유민주주의는 자유주의와 민주주의가 합쳐진 말이란
[시사위크] 세상이 하 수상할 때는 음악을 들으면서 책을 읽는데, 사묘지서(社廟之鼠)라는 사자성어가 눈에 번쩍 띄더군. 무슨 뜻이냐고? 춘추시대 제나라 경공이 안영(안자)에게 나라를 다스리는데 가장 큰 근심거리가 무엇이냐고 묻자, 안영이 “가장 큰 근심거리는 ‘사당의 쥐(社鼠)’입니다.”라고 대답하네. 안영은 왜 이런 대답을 했을까? 사당은 신이나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는 신성한 곳으로 보통 나무와 흙으로 만들지. 그런 사당에 쥐들이 벽 여기저기에 구멍을 뚫고 산다고 생각해 보게. 그런 쥐들을 잡기 위해서는 연기를 피우거나 물을 부어
[시사위크] 정부와 여당이 대통령 공약이었던 ‘누리 과정’ 예산 부담을 지방정부와 교육청에 떠넘기면서 시작된 무상 보육과 무상 급식 논쟁을 보면서 정치하는 분들이 참 한가하다는 생각을 했네. 우리 사회의 고령화와 저출산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는 자네도 들어서 알고 있지? 노인문제는 몇 번 언급했으니 오늘은 저출산에 관해서만 이야기하세. 물론 두 문제가 서로 연관이 없는 건 아니지만…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증가, 산업화와 도시화에 따른 가족의 형태와 기능의 변화, 신자유주의적인 세계화로 인한 고용불안정, 양육비용과 사교육비
[시사위크] 자네도 《장자》의 과 《열자》나오는 원숭이 이야기에서 유래한 조삼모사(朝三暮四)라는 사자성어를 알지? 중국 전국 시대 송(宋)나라에 살았던 저공(狙公)이라는 사람이 원숭이를 좋아해 집에서 수십 마리를 기르고 있었네. 하지만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원숭이들의 식사량을 줄여야 했던 저공이 원숭이들에게 도토리를 주면서, ‘아침에 셋, 저녁에 넷을 주겠다’고 했더니 원숭이들이 모두 성을 냈다. 그러자 ‘그러면 아침에 넷, 저녁에 셋을 주겠다’고 했더니 원숭이들이 모두 기뻐했다네. 하루에 받는 도토리 양에는 아무런 차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