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지방 취재를 나섰을 때 경험한 일이다. 시골 마을의 허름한 상가들을 돌아다니다 보니 여기저기 ‘컴퓨터 세탁’이라는 녹슨 간판이 달린 세탁소들을 볼 수 있었다. 처음 드는 생각은 ‘컴퓨터 내부를 청소해주는 기업인가’라는 생각했다. 궁금한 마음에 세탁소 주인 분께 물어본 결과, 1980년대 유행했던 전자동 세탁기에 당시 최신 IT트렌드 용어였던 ‘컴퓨터’를 붙여 ‘전자동 세탁기를 운영하는 최신식 세탁소’라는 것을 강조했던 것이라고 했다. 이처럼 다소 어려워 보이는 정보통신기술(IT)용어는 일반인들에게 ‘전문가’들의 인증을 거쳤
올 12월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무척 의미 있는 시점이다. 선대 수령이자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으로부터 권력을 넘겨받은 지 만 10년이 되기 때문이다. 2011년 12월 17일 김정일 위원장의 급작스런 사망(사인은 심근경색)은 27살 청년지도자 김정은 위원장을 북한 체제의 최고지도자로 등극시켰다. ’어린 나이에 제대로 통치할 수 있을까‘하는 세상의 우려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권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한·미 당국의 판단이 나올 정도로 바뀌었다.집권 초기부터 김정은 위원장의 핵과 미사일 드라이브는 거셌다. 4차례의 핵 실험과
바람 잘 날이 없다. 작금의 국민의힘을 바라보는 대다수 국민들의 심정도 비슷하지 않을까. 각종 ‘명분’을 앞세워 물밑 이권 다툼이 이뤄지는 것이 정치권의 생리라지만, 요즘 국민의힘의 상황은 지나치다 못해 피곤할 따름이다.전당대회를 마친 직후까지는 나쁘지 않았다. 패자는 ‘깨끗한 승복’을 외쳤고, 당선된 후보는 “승자도 패자도 없다”며 낙선 후보들의 손을 들어줬다. 너나 할 것 없이 정권교체라는 ‘대의명분’에 뜻을 함께하겠다는 호기로운 말들도 내뱉었다. “정권교체의 대의 앞에 분열할 자유가 없다”는 후보의 외침에
20대 대통령을 뽑는 대통령 선거가 100여일 남은 이른바‘정치의 계절’이지만, 국민들의 삶과는 별로 관련 없는 일로 날마다 티격태격 싸우는 정치인들을 보면서 정치에 환멸을 느끼는 사람이 어디 나 뿐일까? 이럴 땐 시를 읽네. 오늘은 나희덕 시인의 일세.학교 뜰에 서 있는 나무 한 그루/ 뿌리를 거세당한 채 기울어 간다/ 세상에 이럴 수가, /교장 선생님은 얼굴까지 붉히며 열을 올린다/ 잔인하게도 학생이 이런 일을 할 수가, / 학교 뜰의 나무 줄기에/ 누군가 칼로 긁어 상처를 냈다는 것이다/ 그런 학생이 사회에 나
올 4월 개막한 한국프로야구가 최종 우승자를 가린 포스트시즌을 끝으로 이달 막을 내렸다.한국프로야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도 야구장 내 확진자 발생 없이, 적지만 꾸준히 관객을 동원했다. 단계적 일상회복(위드코로나)이 시행된 포스트시즌부터는 옆자리를 비우지 않았음에도 구장 내 확진자 발생 없이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이는 프로야구 팬들이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켜온 덕일 것이다. 이 정도면 올 시즌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야구업계 종사자들은 야구팬들과 같은 평가를 받을
국내 대표 게임 전시회 ‘지스타’가 5일간의 대장정 끝에 막을 내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철저한 방역 지침 아래 행사가 마무리됐다. 2년 만에 찾아 간 오프라인 행사는 기분을 들뜨게 했지만 아쉬운 마음도 크게 남겼다.올해 지스타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는 조기 참가사를 받는 등 오프라인 행사 개최와 흥행 성공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지난해 온라인으로 행사를 진행하며 개최 측의 아쉬움도 많았을 것이라는 생각에 약 2년만의 행사에 기대를 품었다. 그러나 지스타 개최를 한 달
#1.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 단지. 새벽 시간 택시를 타고 귀가한 20대 승객이 40대 택시기사를 향해 입에 담지 못할 폭언을 퍼붓는다. 택시기사의 어머니까지 들먹이는 폭언이 가관이다. “너 우리 집 얼마인지 알아? 미안한데 거의 15억이야.”#2. 인천 영종도의 한 아파트. 놀이터에서 놀던 초등학생 5명을 본 입주민대표가 아이들을 향해 어디 사느냐고 묻더니 다른 아파트라는 대답을 듣고 매섭게 화를 낸다. 급기야 아이들을 관리실로 데려간 그는 ‘기물파손’을 이유로 경찰에 신고했다. 그저 친구들과 놀고 있었을
중고등학교 다닐 때 가장 많이 본 영화 장르는 웨스턴이라고 불리던 서부영화였네. 정의를 지키면서도 총도 잘 쏘는 주인공이 나쁜 짓만 하는 악당들을 멋지게 제압하는 장면들을 보면서 박수를 치던 때도 있었어. 하지만 1966년에 이탈리아에서 제작되어 우리나라에서 1969년에 개봉된 세르조 레오네 감독의 스파게티 웨스턴 를 보고 나서는 주인공이 꼭 착한 사람은 아니라는 걸 알았지. 함께 극장을 나오다가 누가 착한 사람이야 하고 투덜대던 친구의 모습이 50년이 지난 지금도 눈에 생생해.원제목이
성찰배경: 최근 국회 국정감사 현장에서 양의 탈을 쓴 강아지 인형이 등장해 감사가 중단되기도 하였습니다. 물론 이 소동으로 인해 비록 적지 않은 국민들이 ‘양두구육(羊頭狗肉)’이란 사자성어를 새롭게 접하며 교양 수준이 조금 더 높아지게 되었지만, 정부부처가 지난 1년 간 국민을 위해 얼마나 헌신했는가를 철저히 감사하는 국회의 중요한 기능을, 국회의원들이 당리당략에 의한 첨예한 대립으로 포기하지는 않았는가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하였습니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사기(詐欺)’와 관련된 ‘양두구육’에 대해 두루 성찰해보고자 합니다.◇
국내 금융사들이 글로벌 시장 진출에 분주하다. 은행뿐 아니라 보험, 카드, 금융투자기업 등 여러 금융권 업권사들이 미래 먹거리를 찾아 캄보디아, 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 등 여러 국가에 진출해 글로벌 사업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는 모습이다.반면, 한국 시장엔 갈수록 썰렁한 기운이 감돌고 있다. 한국에 진출해 사업을 벌이던 외국계 금융사들이 하나둘씩 짐을 싸 국내 시장을 떠나고 있어서다. 최근엔 미국 씨티그룹이 국내 소매금융 사업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미국 시티그룹이 2004년 한미은행을 인수해 지
한 시대를 상징하는 인물이 세상을 떠날 때, 우리는 늘 ‘그 사람의 공과(功過)를 함께 논해야 한다’는 말을 금과옥조처럼 여긴다. 사람이라는 존재는 복잡하고 다양한 일면을 갖고 있기에, 저 말은 일견 옳은 소리로 들린다. 하지만 우리는 공과를 함께 논하다가 한 가지 오류를 범한다. 공(功)과 과(過)의 크기가 같다는 착각을 한다. 이런 착각 속에서 공과를 함께 논하다보면, 어느 순간 공을 먼저 언급하게 된다. 나아가 공으로 과를 덮을 수 있다는 착각을 한다. 이렇게 된다면 ‘그 사람의 공과를 함께 논해야 한다’
지난번 편지에서 아무런 준비 없이 갑자기 정치에 뛰어들어‘1일 1실언’또는 ‘1일 1망언’놀림을 당할 정도로 상식에 어긋나는 말들을 자주 쏟아내고 있는 전임 검찰총장 이야기를 했었지. 이분이 이번에는 매우 심각한 몰역사적 망언을 했네.“전두환 대통령이 잘못한 부분이 있지만,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는 잘했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다. 호남에서도 그렇게 말하는 분들이 꽤 있다.” 이게 어디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사람이 할 말인가? 전두환이 대통령 할 때 정치가 있었는가? 민주주의를 말살하고 인권을 무시한 강압적인 통
“우리 인류는 우주에서 온 ‘별의 자손’이다.”의 저자 신시아 브라운이 책을 통해 언급한 말이다. 실제로 우주가 탄생한 후 별이 폭발하면서 만들어진 수소(H₂) 등은 우리 인간의 몸을 구성하고 있다. 때문에 우리가 별의 자손이라는 말은 비약이 아닌 엄연한 사실이다.우리의 진정한 고향이 결국 우주이기 때문일까. 인류는 과학이 발전한 이래 끝없이 우주의 신비를 밝혀내기 위한 꿈을 꾸고 있다. 우주의 신비를 밝혀내는 것이 곧, 인류의 기원을 밝혀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의 많은 아이들도 우주의 원
올해 IT 업계 최고의 화두를 고르라면 주저없이 ‘메타버스’를 선택하겠다. IT 산업계뿐만 아니라 전세계 모든 기업들까지 모두 메타버스에 매료됐을 정도니 말이다. 메타버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시작된 비대면 시대에 혜성같이 등장했다. 어느 곳에 있든지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디바이스만 있다면 전세계 수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더 나아가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는 하나의 수단으로 자리 잡았으며 가상공간에서 만난 사람들과 새로운 인간관계를 형성할 수 있게 됐다. ‘게임의 민족’으로 통하는
언제부턴가 배송‧배달 속도에 가속이 붙어왔다. 택배 배송의 경우 몇 해 전까지만 하더라도 온라인을 통해 주문한 물건은 보통 2일 내외, 빨라도 다음 날 받는 것을 이른바 ‘국룰(국민 룰,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규칙)’로 여겨져왔다.그러던 어느 날 쿠팡이 ‘빠른’ 배송을 도입했다. 밤 11시 59분 안에 결제를 마치면 다음날 고객의 품에 안겨줄 수 있음을 보장했다. 이뿐이랴. 멤버십을 도입한 쿠팡은 퇴근 후 주문한 물건을 다음날 출근을 앞둔 새벽에 수령할 수 있는 기쁨(?)을 선사하고 있기도 하다. 택배 배송이 이
중국 전국시대(戰國時代, 기원전 475-222) 전략가들의 책략을 편집해 놓은 책인 『전국책 戰國策 』에 전국시대의 전설적인 명의(名醫)인 편작(扁鵲)이 진(秦)나라 무(武)왕 앞에서 석침을 내던지는 이야기가 나오네. 그 전말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네.진나라 무왕은 뺨에 악성 종양이 생겨 고통이 심하자 당대의 명의인 편작에게 진료를 청하네. 꽤 오랫동안 조심스럽게 진찰을 한 편작이 말하네. “종양을 제거해야 합니다. 내일 수술을 해드리겠습니다.”편작이 나가자 신하들이 왕의 주위에 모여 수술을 반대하네. 종양이 있는 위치가 귀 앞의 눈
8월 31일 국회를 통과, 9월 24일 공포된 탄소중립기본법과 정부의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비판한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화학)의 인터뷰(조선일보 10월 5일자)를 읽다가 “대못 박고 철사 줄로 꽁꽁 동여매고…”라는 생각이 들었다.“기술적 대안도 비전도 없이 왜 정부는 탄소중립을 서두르는가?”라는 물음에 그는 “탄소중립 기본법이 83개 조로 구성됐는데 이 중 20개 조가 조직 만드는 내용이다.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아래로 ‘정의로운전환지원센터’, ‘탄소중립지원센터’, ‘실천연대’, ‘협동조합’ 등 시도·군구까지 전국에 조직을 만든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내로라는 항공마니아로 알려져 있다. 10년 전 집권한 직후부터 공군 부대를 집중적으로 방문해 조종사들을 만나거나 함께하는 시간을 가졌고, 전투기 앞에서 조종사들과 개별 사진을 찍는 모습도 빈번했다. 직접 전투 비행기의 조종간을 잡기도 했다. 관영매체를 통해 공개한 동영상을 보면 주 조종사의 도움을 받기는 했지만, 실제로 체험에 참가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소형 무선조종 항공기를 이용한 시범 행사를 어린이와 학생 등과 함께 관람하는 장면을 연출하거나 강원도 원산비행장에 외국인을 초청해 북한이 보유한 민항기와
서른을 갓 넘긴 기자와 친구들의 대화에서 가장 크게 공유되는 정서를 하나 꼽으라면 ‘불안감’이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부동산 가격 때문에 내 집 마련은 요원하고, 일을 해도 빚만 늘어나는 요지경 세상에 대한 푸념이 가득하다. 결혼 적령기라지만 나의 상황은 ‘적령기’가 아닌 듯하고, 내가 하는 일과 미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은 끊이질 않는다. 한참 푸념을 쏟아낸 뒤 화제의 전환은 주식‧코인과 같은 재테크 이야기다. 누군가는 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지만, 적어도 우리에겐 불안한 미래를 살아보려는 최소한의 발버둥이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윤동주 시인의 유고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詩)≫(1948)에 수록된 「서시」의 한 구절이다. 여기서 ‘별’은 어떤 의미일까?또 다른 시 「별 헤는 밤」에는 ‘별 하나에 추억(追憶)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憧憬)과 별 하나에 시(詩)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라는 구절이 나온다.옛날. 과학관이나 천체전망대 등에 가면 돔 형식의 전시공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