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포함, 식구가 스무 명 남짓한 친목 단톡방이 ‘레깅스(Leggings)’ 때문에 소란한 적이 있습니다. 버스에서 레깅스 입은 여성의 발목을 촬영했다가 1심 유죄, 2심 무죄를 거쳐 대법원에서 벌금 70만 원과 24시간 교육형이 확정된 한 남자 이야기가 보도된 그날이었지요.이 단톡방 식구 절대다수는 은퇴한 남성입니다. 그분들 거의가 60대 후반인 나보다도 연상이지요. 글쓰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지만, 이런 ‘나이 든’ 친목 단톡방 대부분이 그렇듯 덕담을 주고받는 가운데 가벼운 농담과 즐거운 야유도 오갑니다. 예쁜 꽃, 빼
지난 1월 6일 미국 연방 의사당에 난입한 사람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보고 있네. 많은 난입자들 중 매우 특이한 복장을 하고 있어서 유명해진 사람이 제이콥 챈슬리(Jacob Chansley)야. 온 얼굴에 붉은색, 흰색, 푸른색으로 페인트 칠을 하고, 뿔이 달린 털모자를 쓰고, 성조기가 달린 긴 창을 들고 있는 챈슬리는 애리조나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열렬한 큐어넌(QAnon) 추종자일세.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큐어넌 무당(QAnon shaman)으로 통한다네. 큐어넌을 알게 되면서 모든 것이 분명해졌고, 지금 무슨 일이
지난 4일, 헌정사상 최초로 국회에서 판사 탄핵 소추안이 가결됐다. 국회는 이전에도 법관 탄핵을 두 번 상정했다. 1985년에는 2차 사법파동과 관련해서 유태흥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발의됐지만 본회의에서 부결다. 또 2009년 광우병 촛불집회 재판개입 사실이 드러난 신영철 대법관에 대한 탄핵안이 상정됐으나 72시간 동안 표결이 이뤄지지 않아 자동 폐기된 바 있었다.임성근 판사 탄핵 소추안이 가결되자 일각에서는 ‘입법부의 독주’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특히 ‘삼권분립’을 위협하는 사태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재작년 이맘때 친구와 통인시장 ‘엽전 도시락’을 먹기 위해 서촌에 갔다. 통인시장 엽전 도시락은 시장 내 엽전 구매처에서 엽전을 구입하면, 가맹점에서 먹거리를 골라 ‘도시락카페 통(通)’에서 이용할 수 있다.도시락을 먹고나서는 서촌의 오래된 골목 구석구석을 구경했고, 저녁 무렵에는 자그마한 이자카야에서 따끈한 오뎅탕과 맥주 한 잔으로 하루를 마무리 했다. 지금까지도 서촌과 통인시장은 기자에게 ‘재밌는 곳’ ‘또 가고싶은 곳’으로 기억된다.이런 기억이 새삼스럽게 떠오른 이유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때문이다.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가 안갯속이다. 2021년 새해를 맞은 지 한 달이 지났지만, 문재인 정부는 구체적인 대북접근 구상을 선보이지 않고 있고, 주변국들도 무관심에 가까운 관망 수준이다. 북한도 침묵하며 내부 추스르기에 집중하는 모습이다.이런 흔치 않은 광경은 표면적으로는 코로나19 사태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남북한과 미국·중국 등 국제사회가 코로나19 퇴치를 위한 방역 및 백신 확보 등에 신경을 곤두세우면서 북핵이나 한반도 평화 이슈 등은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한다. 보건·환경 등 인간 안보 혹은 새로운 차원의 위협에 대처하느라
올해 초 국내 화장품 시장이 자외선 차단제의 SPF 지수 조작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전세계 그 어느 나라보다 트렌디하다고 알려진 한국의 화장품이 왜 자외선 차단제 지수 논란에 올랐을까.논란은 지난해 12월 미국의 ‘뉴욕 매거진’에 보도된 한 기사에서 시작됐다. 뉴욕 매거진은 지난해 12월 ‘센텔라 그린은 무엇이 잘못됐는가?’라는 기사에서 “인터넷에서 잘 알려진 자외선 차단제 ‘퓨리토’의 선크림이 이번달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분노의 표적이 됐다”며 “화장품 데이터베이스 업체 INCI디코더는 ‘SPF 5
얼마 전 ‘절친’과 함께 서울 경동시장에서 ‘콩가리’ 냄새가 물씬한 ‘안동국시’를 맛나게 먹은 이야기를 SNS에 올렸더니 “재미나다, 좋다, 나도 가보고 싶다”라고 하신 분들이 제법 있었다. 실로 오랜만에 제대로 된 고향음식을 먹었다는 감격에 충동돼서 쓴 글인데, 안동과는 꽤 거리가 있는 곳에서 태어나신 분들이지 싶은 분들도 그런 댓글을 달아주셨다.내친 김에 오늘은 또 다른 안동의 명품 음식 ‘식혜’에 대한 글을 써보련다. 나는 다른 안동사람들처럼 색깔이 빨간 이 식혜야말로 진짜 식혜라고 믿고 있다. 하지만 안동과 그 부근 사람들을
지난해 코로나19로 서울 도심 집회가 중단 됐다. 집회를 했다가는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을 정도였다.이 같은 사회적 분위기 속에 전남 나주시에서는 지난해부터 크고 작은 집회가 이어졌다. 이를 알지 못한 기자라는 사실에 부끄러웠다.나주 시민들은 “한국지역난방공사의 SRF열병합발전소가 가동돼서는 안된다”며 집회를 열었다. 코로나19 난리 속에서도 어린 아이들까지 집회에 참여시키고, 방역 문제로 집합이 금지되자 도로에 차를 세워 놓고 시위를 이어갔다.집회를 주도한 관계자는 “외지인들은 우리를 님비(NIMBY·지역
행정안전부가 지난 3일 발표한 주민등록 인구 통계에 의하면 작년 12월 말 기준 우리나라 주민등록 인구는 모두 5,182만9,023명으로 1년 전보다 2만838명이 감소했네. 작년에 태어난 사람이 27만5,815명이고 죽은 사람이 30만7,764명이어서 인구가 자연 감소하는 이른바 ‘데드 크로스(dead cross)’가 발생했다는 거야. 인구를 현상유지하기 위해서는 임신 가능한 여성이 평생 2.1명을 낳아야 하는데,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이미 2018년 1명 미만으로 내려갔고, 작년 2분기와 3분기에는 0.84명에 그쳤으니 전체 인
인도 베트남의 시대가 다가온다! 아니 이미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스트차이나 시대 뉴 비즈니스 파트너인 인도와 베트남와의 협상을 위해 딱 필요한 그런 책은 찾기가 어려웠다. 이런 시기에 두 나라의 역사와 문화에 심취한 김형준 한국코치협회 감사(전 광운대 교수)와 안세영 전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전 서강대 국제대학원장)이 국제 정치경제 환경의 변화에 발맞춘 ‘베트남, 인도와 협상하기’(박영사)를 새로 출간했다. 다문화협상전략(cross cultural negotiation)이 고스란히 담긴 서적
지난해 12월 23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정경심 동양대학교 교수의 ‘자녀 입시 비리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1심)을 내렸다. 하지만 교육부와 부산대학교는 여전히 이에 대한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어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2부(재판장 입정엽)는 정 교수 1심 선고에서 딸 조민 씨의 △단국대 의과학연구소 인턴 활동 및 논문 △동양대 표창장 △동양대 연구확인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인턴 경력 △호텔 인턴 증명서 △공주대 인턴 증명서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 확인서 등이 모두
포드세일즈서비스코리아(이하 포드코리아)가 13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약 1시간 동안 2021년도 신차 출시 계획과 올해 운영 목표, 비전 등을 밝히는 미디어 컨퍼런스 행사를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그러나 행사 간 새롭게 발표된 내용은 없다. 이전에 배포한 보도자료 내용을 반복한 게 전부다. 행사를 주최한 의도에 대해 의문이 들 정도였다.이날 포드코리아 온라인 미디어 컨퍼런스에는 데이비드 제프리 포드코리아 대표가 직접 등장해 올해 계획을 설명했다. 그러나 그가 하는 말은 하나 같이 원론적인 얘기뿐이었다. 포드는
언젠가부터 우리나라에도 맛있는 음식이 넘쳐난다. 너무나 그 종류가 많아서, 웬만한 호텔 뷔페에 가면 그 종류를 헤아리기도 힘들 정도다. 세계 각국의 음식들이 핵융합을 일으킨 듯 이름도 모를 퓨전 요리가 많아졌다. 음식의 모양과 때깔은 물론 저마다 고유하고 독특한 냄새는 미각 보다 먼저 풍미로서 우리에게 성큼 다가온다. 대체 무슨 음식을 먼저 먹어야 할까?호텔은 그렇다 치고, 요즘은 코로나19로 갈 수 없는 공항 라운지는 얘기가 좀 다르다. 호텔급은 아니더라도 몇가지 맛있는 요리가 있는 진열장 보다 더 인기 있는 곳이 있다. 다름 아
세계 최저인 출산율 때문에 2750년쯤 최후의 한국인이 사망해 대한민국의 대가 끊기게 된다더니, 그보다 훨씬 전에 대한민국이 소멸될 것 같군요. ‘2750년 한국 소멸설’은 2014년 국회입법조사처가 당시 합계 출산율(가임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기 수) 1.19명을 적용해 예측한 것인데, 지난해 1분기 합계 출산율은 0.90, 2분기와 3분기는 0.84명이었으니 소멸이 더 일찍 올 거라는 예측이 전혀 엉터리는 아니지요. 실제 지난해에는 사상 처음으로 태어난 아이보다 숨진 사람이 더 많았다는데, 이 역시 올해부터
신축년 새해일세. 올해는 소의 해, 그것도 흰 소의 해라고 하는군. 어렸을 때 우리 집 외양간에 항상 소가 있었고, 여름이면 소를 몰고 제방에 나가 풀을 뜯기다가 강물에 목욕을 시켜 돌아오곤 했던 추억 때문인지 지금도 소를 보면 옛 친구를 만난 것처럼 반갑네. 넓은 초원에서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거나 깊은 산중 비탈밭에서 쟁기를 끌고 있는 소를 보면 예전에 함께 살았던 소 생각에 그냥 지나치지 못해. 아무리 바빠도 가던 길을 멈추고 한참 바라보다가 발을 떼지.오늘은 소띠 해를 맞아 소가 등장하는 시들을 몇 개 골랐네. 지금은 보기
북한이 코로나에 짓눌렸던 2020년을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는다.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해 9월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에서 “끔찍한 시간들”이라고 고백했듯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는 김정은 체제의 모든 걸 엉망으로 만들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지난 29일 보도에서 2020년 핵심 키워드로 코로나19를 꼽은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노동신문은 “돌이켜보면 올해에 우리 인민의 전진을 가로막은 도전과 장애는 실로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또 “새해 정초부터 하루하루, 한 걸음 한 걸음이 시련에 찼
성찰배경: 매년 연말이 되면 교수들이 한 해를 돌아보며 그 해의 사회상이 투영된 사자성어(四字成語)를 선정해 오고 있는데, 올해의 사자성어는 신조어인 ‘나는 늘 옳고 나와 다른 견해를 갖는 남은 무조건 그르다’는 뜻의 ‘아시타비(我是他非)’를 선정하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시비관(是非觀)’은 획일적인 확증편향에 바탕을 두고 있기에 이번 글에서는 사자성어로 구성된 일화들을 소개 드리며 ‘시비(是非)’에 대하여 독자 여러분들과 함께 두루 성찰해보고자 합니다.◇ 흐르지 않는 물은 썩는다진시황(秦始皇) 때 재상을 지낸 여불위(呂不韋,
역시 로봇을 매우 좋아하는 어린이들 중 하나였으며, 주인의 명령에 복종하고 악당을 물리치는 로봇의 모습은 든든한 수호자이자 좋은 친구라는 생각을 막연히 하곤 했다.하지만 초등학교에 입학할 무렵, TV에서 방영한 SF영화 ‘터미네이터’를 보고 큰 혼란에 빠졌었다.분명 사람들을 지켜주는 ‘정의의 용사’라고 믿어왔던 로봇이 무표정한 얼굴로 온몸이 불에 타면서까지 주인공을 죽이기 위해 끝까지 따라오는 모습은 너무 충격적이었다. 때문에 영화를 본 뒤 한동
교수들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아시타비(我是他非)’를 뽑았다는군. 아시타비는 ‘나(我)는 옳고(是) 다른 사람(他)은 그르다(非)’라는 뜻이야. 이 말은 ‘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내로남불’을 한자로 표현한 것으로, 이번에 태어난 신조어라네. 동양의 고전 어디에도 나오지 않는 사자성어라는 뜻이야. 신조어가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정된 게 이번이 처음이라나.이 지난 7일부터 14일까지 906명의 교수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그 중 588명(32.4%·복수응답)이 ‘아시타비’를 선택했다는군. 두 번째
교수신문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신조어인 ‘아시타비(我是他非, 나는 옳고 너는 틀렸다)’를 골랐습니다. 올해 유난히 심해진 정치권의 ‘내로남불’을 한자로 쓸 수 없어 새로 이 네 글자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내가 하면 로맨스, 네가 하면 불륜”을 줄인 ‘내로남불’은 “내가 하면 옳고, 네가 하면 틀렸다”를 비튼 것이니 ‘내로남불’을 ‘아시타비’로 바꾼 게 납득은 됩니다.아시타비, 이 사자성어를 들여다보다가 얼마 전에 알게 된 ‘금시작시(今是昨是)’를 붙여 대련(對聯)을 만들고 싶어졌습니다. 아시타비만으로는 올해의 혼란과 울분, 좌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