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민주당이 발표한 총선 1호 공약은 ‘전국 무료 와이파이 사업’이다. “2022년까지 버스·터미널·학교·박물관·전통시장 등에 와이파이 5만3,000여개를 설치해 서민 통신비를 절감토록 하겠다”는 게 이 공약의 핵심이다. 올 예산 480억원은 확보됐고 추가로 5,300억원 정도가 드는데, 와이파이 구축 및 유지 예산은 통신사업자와 정부·지자체가 1대1로 분담하지만, 정부 부담을 최대 80%까지 확대해 나가겠다는 게 공약 실천 계획이다.민주당의 이 공약은 발표되자마자 만만치 않은 반대에 부딪혔다. 비용 대비 국민 체감도가 별
지나간 12월 중순, 페이스북에 다음과 같은 글이 올라왔다. 자기를 인정해주는 건 고마우나 그럴 정도인 사람은 아니라고, 재미있게 쓴 글이다. 이 글을 읽다가 ‘요다(Yoda)’를 찾아 나섰다. 글쓴이는 미국의 한 대학병원 외과교수로 있는 대한민국 사람. 올해 56세. 그가 이 글을 쓴 날은 영화 ‘스타워즈’ 시리즈의 마지막 편인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가 개봉된 날이었다.
지하철을 공짜로 탈 수 있는 ‘정부 공인 노인’이 된 지 3년밖에 안 된지라 지하철에 앉아 있는 내 앞에 나보다 나이 많은 ‘진짜 노인’이 다가오면 불편하다. 그럴 땐 열에 여덟, 아홉 번은 일어난다. 마음 불편한 게 다리 아픈 거보다 훨씬 더 불편하다. 시간 많은 백수여서 웬만한 거리는 걸어 다녀 버릇하고, 다리 근력 유지하는 데 좋다는 ‘스쿼트’를 자주한 덕에 한 시간쯤은 서서 갈 체력은 되는 게 다행이다.그날도 그랬다. 환승역에서 여러 사람이 우르르 올라탔다. 나보다 두세 살은 더 많아 보이는 ‘누님’ 두 분이 내 앞에 섰다.
트로트에 빠져 지낸다. 조명섭이라는 청년 덕분이다. 그는 올해 스물하나로 얼마 전 KBS의 특집 프로그램 ‘트로트가 좋아’에서 우승했다. 트로트를 좋아하는 사람, 트로트 좀 부르고 들을 줄 안다는 사람들은 그가 ‘신라의 달밤’과 ‘애수의 소야곡’을 부르는 모습에 한결같이 “현인이 환생했다”, “남인수가 환생했다”고 소름끼쳐 했다. 하춘화 설운도 박현빈 등 심사를 맡은 트로트 가수들은 그의 목소리와 표정, 제스처를 보면서 못 믿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역시 트로트 가수로 이 프로그램 MC를 맡았던 장윤정도 벌린 입을
‘조국사태’에 휩쓸리는 바람에 새롭게 알게 된 게 많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회원국 중 무려 15개국의 지도자가 30~40대일 정도로 정치 지도자들이 젊어지는 게 세계적 추세라는 것도 그중 하나다. 60대 이상이 지도자인 나라는 한국, 미국 등 몇 나라뿐이며 한국은 국회의원 연령도 국제의원연맹(IPU) 가입 국가 중 가장 높은 편이라는 것도 새롭게 알았다. 한국의 20~30대 의원은 겨우 3명으로 300명인 국회의원 중 단 1%가 전체 유권자의 35.7%를 대변하는 셈이라는 것도 알게 됐다.‘조국사태’를 지켜봐온 다른
며칠 전 조선일보 인터넷판에 이어령 선생 인터뷰가 길게 실렸다. 라는 제목이 달려 있었다. ‘마지막 인터뷰’는 선생이 요구한 제목인 것 같았다. 연치(年齒)도 그런데다, 독한 병마의 습격을 받은 지도 여러 해째니 그런 주문을 했을 만하다고 생각했다.내 삶의 항로를 비춰준 등대 하나가 멀어지고 있구나 라고 생각하며 인터뷰를 읽었다. 선생의 와 은 50여 년 전 어느 날 아버지가 처음 들여놓은 작은 책장에 입주한 첫 식구였다
올해 노벨 경제학상은 미국 매사추세츠 공대(MIT)의 아브히지트 바네르지(58·미국) 교수와 에스테르 뒤플로(46·프랑스) 교수, 하버드대의 마이클 크레이머(55·미국) 교수가 받게 됐다. “세계의 빈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을 제시한 것”이 세 사람의 수상 사유다. 바네르지 교수와 뒤플로 교수는 부부다. 뒤플로 교수는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는 최연소이자 여성으로는 두 번째로 이 상을 받게 됐다. 뒤플로 교수가 여성으로는 두 번째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것처럼 바네르지 교수는 인도 출신으로 이 상을 받게 된 두 번째
‘주영형’. 1980년 11월 13일에 유괴돼 바로 다음날 살해된 ‘이〇〇군’ 유괴사건의 범인이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의 범인 이춘재 때문에 38년 만에 이 이름이 떠올랐다. 〇〇이는 그때 중학교 2학년이었으며, 주영형은 〇〇이가 다니던 학교 체육선생이었다. 주는 노름빚 1,000만원을 갚으려고 〇〇이의 누나를 유괴하려다 실패하자 〇〇이를 유괴, 감금한 후 〇〇이 집에 전화를 걸어 4,000만원과 〇〇이의 생명을 바꾸자고 협박했다.그는 유괴 다음날 “우리 누나를 유괴하려던 것도 선생님이에요?”라고 소리치는 〇〇이의 손발을 묶고 입을 틀
“이번 칼럼 제목 정했어요?”“예. ‘개새끼들보다는 착한 말을’이라고 하려고요.”“법무장관과 그 가족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을 보고 욕을 퍼부을 생각이었는데 마음을 바꿨다는 뜻?”“맞아요. 원래는 그냥 ‘개새끼들’로 하려 했지요.”“잘 바꿨어요. 아무리 속이 뒤집어져도 칼럼 제목이 욕이 되어서는 안 돼지요. 더군다나 점잖으신 언론인이신데.”“내가 점잖다고요? 천만에! 설령 그렇다고 해도 그것 때문에 바꾼 게 아니에요. ‘개새끼들’이라는 소설도 있었고, ‘개새끼’라는 칼럼도 있었어요. 내가 그 제목으로 글 못 쓸 건 없지요.”“그래요
새벽에 깨서 두어 시간 동안 오스트리아와 이탈리아 북쪽을 돌아보고 일본 홋카이도를 거쳐 집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 비행기 타고 떠난 여행이 아니다. 인터넷으로 살펴본 여행이다. 모니터에 구글 지도를 띄워놓고 가보고 싶은 지역을 찾아보는 거다. 그곳의 역사와 문화는 따로 검색해서 읽어본다. 나는 이런 여행의 전문가다. 작년에는 ‘가보지 않은 여행기’라는 제목으로 책도 냈다.이번 여행은 오스트리아 서쪽 끝 잘츠부르크를 출발, 이탈리아와 오스트리아를 가르는 돌로미테(Dolomite)산맥에서 잠깐 트레킹을 한 후 이탈리아 북부 베로나까지
한국은행이 15일 7월 소비지출전망 CSI(소비자동향지수)에서 의류비 지수가 94로 나왔다고 발표했습니다. 지수가 100 이상이면 소비자들이 옷을 더 사겠다는 뜻이고, 100 아래면 옷값을 줄이겠다는 뜻입니다. 의류비 지수 94는 2009년 상반기 이후 가장 낮은 거라고 합니다. 사람들 돈이 없어서 옷장사가 더 안 될 거라는 말이네. 이를 어떡하나. 사놓고 안 입는 것도 많은데….1.며칠 전 서울 한복판 지하철역 공중화장실에서 ‘난닝구’ 바람으로 빨래를 했습니다. 점심 약속이 펑크 나는 바람에 무얼 먹을까 잠깐 고민하다가 부근 지하
“일구이언은 이구지자라니? 일구이언은 이부지자라고 써야 옳은 거 아닌가요?”“맞아요. 일구이언 이부지자가 맞지요.”“그런데 왜 이구지자라고 썼어요?”“요즘 애들이 그렇게 쓴대요. 일부러 그러는 건지, 무식해서 그러는 건지는 모르겠으나 한 입으로 두 번 말하는 사람, 즉 다른 말을 하는 사람은 입이 두 개 달렸기 때문이라는 발상이 재미있잖아요?”“아항, 한자로 쓰면 이런 거란 말이구나. ‘일구이언 이구지자(一口二言 二口之子)’. 원래는 ‘일구이언 이부지자(一口二言 二父之子)’인데?”“그렇지요. 어떤 애들은 ‘이부(二父)’를 ‘이부(異
“만남 속에 깃든 인생철학. 다양한 분야의 명사들을 만나봅니다. 금요 초대석! 시대와 통하다.”얼마 전에 출연했던 라디오 프로그램의 오프닝 멘트다. 목소리가 예쁜 아나운서가 또박또박 읽어낸 이 멘트를 듣자니 좀 오글거렸다. “인생철학은 무슨 개똥! 글줄이나 좀 쓸까, 그저 대충대충 살아가는 백면서생을 명사라니!”, 이런 생각이 오글거림을 부채질했다. “명사라고 불러주면 좋아할 사람도 있겠지만, 나처럼 오글거리는 느낌을 못 감출 사람도 많겠지.” 이런 생각도 지나갔다.그날의 오글거림은 갈수록 심해지는 방송의 ‘과잉 호칭’, ‘호칭 인
1학년짜리 외손녀가 오랜만에 집에 왔다. 처음엔 신나하더니 곧 지루해져서 온몸을 비튼다. 친구도 없고, 장난감도 없고, 만화영화는 재미없는 것만 나오고…, 책은 몇 번씩 읽어서 다 외울 정도. 재미난 이야기 하나 해주겠다며 외손녀를 앞에 앉혔다.“애들이 학교에서 장기자랑을 하는데, 딴 애들은 노래도 부르고 춤도 췄어. 그런데 한 애는 자기 차례가 왔지만 장기가 없으니 아무것도 안 하겠다고 했어. 선생님이 그래도 다른 친구는 다 했으니까 너도 하면 좋지 않겠니라고 말씀하니까 얘가 한참 생각하다가 네 선생님, 저도 하나 할게요, 그러고
26일 방한했던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별명이 ‘미스터 에브리싱(Mr. Everything)’이다. 나는 그가 모든 것을 다 갖고 있고, 모든 것을 다 사들일 수 있는 무지막지한 부자여서 붙은 별명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란다. 신문에는 그가 이렇게 소개되고 있다. “연로한 살만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국왕(84)을 보좌하고 있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제1부총리(총리는 국왕), 국방부 장관, 경제개발위원회·정치보안위원회 의장까지 겸직해 사우디의 행정·국방·보안, 그리고 미래 계획까지 한 손에 쥐고 있다.”사우디
봉준호 감독이 으로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후 ‘냄새’가 우리나라 글쟁이들의 화두(話頭)로 떠올랐다. 자기 이름 내걸고 쓴 칼럼과 인터뷰가 벌써 수백 건이다. 대부분 ‘가난한 자에게는 가난한 사람의 냄새가 나고, 부유한 사람에게는 부유한 냄새가 난다. 아무리 감추려고 해도 그 냄새는 감추지 못한다’라는 봉 감독의 생각을 전하고 있다.더 늦기 전에 냄새나는 글 한 줄은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쓰는 게 어렵지는 않을 것 같다. 나도 냄새에는 민감한 편이라 냄새가 어떤 형식으로든 사회 이슈가 될 때를 대비해 냄
18세기 영국 산업혁명의 창시자들은 사회적 책임의식이 있었다. 맨체스터, 리버풀과 함께 산업혁명 발진기지의 한 곳으로 꼽히는 영국 제2의 도시 버밍엄의 기업인들과 지식인들은 매월 보름달이 뜰 무렵이면 한 곳에 모여 나날이 쏟아져 나오는 새로운 지식과 기술로 ‘인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내기 위해 뜨겁게 토론했다.밤새 격렬한 논쟁을 벌인 후 아직 환히 비추는 달빛을 받으며 집으로 돌아갔던 이들의 모임에는 곧 ‘달빛협회(Lunar Society)’라는 이름이 붙었고, 회원들은 ‘미친 사람’을 뜻하는 영단어 ‘L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