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 《장자》 32장에 나오는 ‘나비의 꿈’ 이야기는 들어봤지? 먼저 그 부분을 오강남 교수의 번역으로 읽고 이야기하세. “어느 날 장주(莊周)가 나비가 된 꿈을 꾸었다. 훨훨 날아다니는 나비가 되어 유유자적 재미있게 지내면서도 자신이 장주임을 알지 못했다. 문득 깨어 보니 다시 장주가 되었다. 장주가 나비가 되는 꿈을 꾸었는지 나비가 장주가 되는 꿈을 꾸었는지 알 수가 없다.”매우 유명한 이야기이라 모르지는 않을 거야. 이 ‘나비의 꿈’때문에 장자를 흔히 ‘몽접주인(夢蝶主人)’이라고 부르기도 하니까. 이 이야기에
“치유의 화가”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는 서윤희 작가. 그는 기억의 간격이라는 타이틀로 15여년 간 회화를 비롯하여 영상 및 설치의 작업을 하고 있다. 자연의 흔적으로 만들어져가는 다층적 시공간을 다루는 작업에 염료를 비롯하여 자연재료를 사용하여 시간의 지층을 만들어 낸다. 지난 15년만으로도 부족한지 그는 앞으로도 10년 후까지 염두에 두고, 그때까지의 영상작들을 모아 각기 다른 시공간을 표현하려고 한다. 그렇게 축적된 작업 모두가 하나의 완성된 의미있는 기록물이 될 것 같다.작업의 과정은 작가 자신에게는 치유의 과정이다. 고통이
[시사위크=조나리 기자] “이게 전부가 아닌데...” “과연 여기만 이럴까.” 학습지 업체의 ‘갑질’ 관련 기사에 늘 달리는 댓글들이다. 는 최근 두 개 학습지 업체에서 제기된 개별적 문제들을 각각 보도했다. 이후 해당 기사 댓글과 기자의 메일로 “우리 회사도 터뜨려 달라”는 교사들의 성토가 이어졌다.교사들은 ‘우리 회사’라고 말하지만, 학습지 업체에게 개인사업자 신분인 교사들은 ‘우리 직원’이 아니다. 이같은 시스템 속에서 현장에서 뛰는 교사들의 목소리는 ‘내부 고발’이 될 수 없었다. 실제로 많은 학습지 업체들은 교사
리콴유. 그는 말레이시아연방에서 버림받은 작은 섬, 싱가포르를 아시아 최고 경제대국으로 만들었고, 실용적 외교로 국가 독립을 지켰다. 그는 어떤 이론도 실효성이 없는 것은 과감히 버리는 실용주의자였다. 안주하려는 국민에게는 “변하지 않으면 생존조차 불가능하다”며 변화와 진보를 설득했다.많은 이들이 리콴유를 칭송한다. 그는 취임 직후 바로, 다(多)언어 정책과 다종교 정책을 펼쳤다. 서로 다양성을 인정하는 ‘멜팅팟(인종용광로)’을 만들지 않고서는 국민 통합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경제성장을 위해 기업규제도 대폭 풀었다. 외
광활한 들판, 하얗게 덮인 눈 위에서 두 남자가 만난다. 그리고 운치있는 집 안으로 들어가 따뜻한 커피한잔을 권하며 함께 마주앉아, 각자의 총을 자신의 테이블 위에 놓는다. 그리고 잠시 뒤, “쾅” 한발의 총소리만 들리고 영화는 끝난다. 영화 ‘독전’의 마지막 장면이다.평생을 한가지만을 쫓아 살아온 사람들은 자신이 왜 그것을 쫓아가고 있는지 어느 순간 망각할 때가 있다. 그 집착이 자신을 잃어버리게도 하고, ‘왜’라는 질문에 답을 못할 땐, 자신의 존재가치조차 느끼지 못한다. 그런 존재가... 형사 원호(조진웅 분)다.형사 원호는
[시사위크] 자네 혹시 아게라텀이라는 식물의 꽃을 본 적이 있는가? 도시의 화단에 많이 심는 한해살이 원예식물이지만 이 땅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외래종이라 꽃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잘 보이지 않지. 뭐든 알아야 보이는 법이거든. 이 식물의 속명 아게라텀(Ageratum)은 그리스어로 늙지 않는다는 뜻이네. 실제로 싱싱한 실 모양의 꽃이 봄부터 가을까지 계속 피어서 불노화(不老花)라고도 부르네. 오랫동안 색깔이 변하지 않으면서도 털북숭이처럼 송송이 달려 있는 모양이 넉넉한 느낌까지 주는 꽃이야. 그래서 꽃말이 '신뢰, 믿음
올해로 38년째를 맞은 광주는 여전히 왜곡과 폄훼, 그리고 심지어 조롱에서 자유롭지 않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의 발달로 오히려 심화되고 있는 게 불행한 현실이다. 뉴스타운·뉴데일리·프리덤뉴스 같은 극우 매체들이 5·18을 왜곡하고 폄훼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극우 논객 지만원 씨의 ‘북한군 개입설’ 같은 황당한 이야기들이 아직도 버젓이 인터넷을 장식하고 있다.현대사의 아픈 상처를 안고 있는 4·19와 부마항쟁 등에 비해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폄훼가 유독 광범위하고 지속적으로 자행되고 있는 이유는 어떻게 설명할 수
롤러코스터를 탄 듯 한반도와 주변정세가 출렁이고 있다. 북미 정상회담 일정이 취소될 운명을 맞았다가 기사회생하고, 판문점에서 주말 극비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는 상황까지 연출됐다. 북한과 미국이 판문점을 무대로 협상을 벌이는 국면까지 치달으면서 남북한과 북미관계는 물론 관련국 간의 치열한 신경전과 세력다툼이 전개되고 있는 양상이다. 이 과정에서 북한의 비핵화, 즉 핵 포기 문제는 중심축을 이루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공언한대로 ‘한반도의 비핵화’를 위해 북한이 어떤 조치를 진정성 있게 취해 나갈 것인가 하는 문제가 남북관계는 물
“꽃이 지고나면/ 비로소 잎사귀가 보인다/ 잎 가장자리 모양도/ 잎맥의 모양도/ 꽃보다 아름다운/ 시가 되어 살아온다.”이해인 수녀의 詩 중 한 구절이다. 시인의 말처럼, 꽃이 진 후에야 많은 사람들은 보지 못했던 것들을 보게 된다. 누군가 내 곁을 떠나고 나면, 그 사람의 빈자리가 더 크게 다가온다. 그제야, 가슴을 치고 아파한다.9년 전, 노무현 대통령이 “너무 슬퍼하지 마라.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라는 말을 남기고 스스로 삶의 꽃을 꺾었을 때... 봉하마을이, 국민이, 하염없이 울었다. 그
“데이지 꽃을 든 귀여운 소녀가 잎사귀를 하나씩 뜯으며 ‘1. 2. 3. 4. 5. 6. 7. 8. 9’라고 숫자를 세는 순간, 갑자기 미사일 발사 시간을 카운트 하는 성인 남자의 목소리가 겹쳐지고 핵폭탄이 폭발한다.”1964년 미국 대통령선거 당시 민주당 존슨 후보가 만든 TV 캠페인 ‘원자폭탄과 소녀’의 한 장면이다. 이는 전술핵 사용을 지지하고, 핵실험 금지 조약에 반대하던 공화당 대통령 후보 골드워터를 강하게 비판하기 위한, 하나의 네거티브 전략이었다. 사실상 단 한 번 밖에 반영되지 못했던 이 선거 캠페인은, 미국 대선 역
[시사위크] 꽃이 좋아서 꽃을 찾아다닌 지 어언 10년이 넘었네. 꽃 사진을 찍으려고 식물 공부도 많이 했지. 뭐든 알아야 보이는 법이네. 또 알아야 카메라에 담고 싶어지기도 하고. 무슨 꽃이든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아름답지 않는 게 없네. 어느 시인의 말처럼, 자세히 볼수록 예쁘고 오래 볼수록 사랑스러운 게 꽃이야. 오늘은 화려해서 첫 눈에 반한 꽃도 아니고, 희귀해서 보호를 받고 있는 꽃도 아니며, 고귀하게 생겨서 옆에 두고 싶은 꽃은 아니지만,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꽃 몇 개를 소개하려고 하네.살다 보면 사
심리학에, ‘회복탄력성’이란 말이 있다. 역경이나 고난을 이겨내는 ‘긍정적인 힘’을 말한다. 회복탄력성이 강한 사람들은 어려움이 닥쳤을 때, 보통 사람들보다 잘 극복해 낼 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더욱 풍부한 삶의 이치를 깨닫고 자신이 몰랐던 내면의 또 다른 능력까지 발견한다.등소평은 회복탄력성이 매우 강했던 인물이었다.1966년부터 1976년까지, 중국이라는 거대한 대륙을 집단적인 광기로 몰아넣었던 문화대혁명(文化大革命), 당시 등소평은 모택동의 혁명동지였음에도, ‘반모주자파(反毛走資派)’의 수괴로 몰려 홍위병으로부터 공개비판을
뉴칼레도니아는 시차가 우리보다 2시간 빠르다. 우리가 저녁 6시이면 누메아는 밤 8시라는 말이 된다. 대낮에 동경을 떠나 8시간 반정도 걸려 23시(동경 21시)경에 에어칼린의 에어버스는 누메아 통두타 공항에 정말 편안하게 착륙했다.입국 심사는 매우 단조로운 반면 세관심사는 그렇지 않았다. 마약견인줄 알았더니 그냥 ‘고기’와 관련된 음식을 골라내는 귀여운 멍멍이였다. 한번 걸리면 앞서 간 사람한테서는 소시지를, 한 한국인에게는 순대를 순식간에 뺏앗아가는 보기와는 달리 매우 스마트한 견공이었다. 별로 가져온 것도 없지만 계속 집적거리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우리나라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은 1만3,092명으로 40분마다 1명씩, 하루 평균 36명에 달했습니다. 또한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25.6명으로 OECD 국가의 평균 자살률과 비교하면 2.4배나 높습니다. 특히 안타까운 것은 그 가운데 노인 자살률이 53.3명으로 전체 자살률의 2배 이상이고, OECD 국가 노인의 자살률의 3배나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노인의 자살 동기는 신체질병 문제로 자살한 것이 많은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필자의 견해로는 아마 경제적인 형편 때문에 병원 치
지난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 이후로 너무나 오랜 시간동안 고여만 있던 한국 보수정치에 물꼬가 트였다. ‘고인 물은 썩는다’는 옛말처럼 그동안 보수정치권은 고인 상태로 물이 썩어가고 있는지 몰랐다. 그런 자신들만의 웅덩이에 갑작스러운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러한 현실을 한국 보수정치권은 받아들이기 힘들다. 허나, 지금이 바로 기회다. 썩어가고 있는 고인 물을 버리고, 새로운 깨끗한 물을 받을 절호의 기회다.‘한국의 보수정치’는 일제강점기를 거쳐 역동의 역사를 이어오는 과정에서 매우 복잡하고 애매한 구조로 형성되어 왔다.
명예와 재산 둘 중에 하나를 잡으라면 명예를 선택하고 싶다. 명예라고 해서 위선으로 꽉 찬 정치가들의 가증스러운 거짓 명예가 아니다. 함께 봉사하는 사람들로부터 진심으로 존경받고 그들이 인정하는 그런 명예를 얻고 싶다.재산은 우리에게 더 이상 소유물이 아닌 듯하다. 잠시 점유되고 또 공유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병들어 죽으면 내 것이었으나 마음대로 저 세상으로 가져가지 못하고, 강도나 화재 등 불의로 사고로 다 사라지기도 한다. 어쩌면 그런 일을 당하기 전에, 좋은 곳에 바람직하게 썼다면 어쩌면 참담한 꼴도 당하지 않았을 지도
제임스 쿡 선장이 발견했다는 뉴칼레도니아. 영국과 싸워 이겨서 지금은 프랑스령으로 되어 있으며 당연히 프랑스인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불어도 통해서 그런지 동경에서 에어칼린을 타고 뉴칼레도아의 수도 누메아로 향하는 비행기는 거의 대부분이 프랑스인들이었다. 일본의 가장 큰 연휴인 골든위크에도 불구하고 일본인들을 비롯한 동양인들은 손으로 셀 수 있을 정도로 적었다. 얼마 전까지 인천에서 출발했던 뉴칼레도니아행은 적은 승객으로 인해 동경 경유 편으로 바뀌고 뉴칼레도니아는 이제 슬슬 중국인 관광객들인 ‘요우커’로 눈을 돌릴 생각인가 보다
2018년 4월 27일 오전 9시 30분, 폭 50㎝짜리 군사분계선에서 한반도의 새로운 역사가 시작됐다.문재인 대통령이 “남측으로 오시는데, 나는 언제쯤 넘어갈 수 있겠어요?”라고 하자, 김정은 위원장이 “그럼 지금 넘어가볼까요?”라고 즉석제안을 했다. 그 순간, 남북 두 정상은 손을 꼭 맞잡았고, 문재인 대통령은 군사분계선을 넘어 ‘깜짝 방북’을 했다. 이 장면을 전 세계가 지켜봤다. 그리고 우리 국민들뿐만 아니라 외신기자들까지도 환호와 박수, 뜨거운 감동과 찬사를 보냈다.북한 조선중앙통신은 ‘판문점 선언’을 보도하면서, 헤드라인
[시사위크] 꽃씨 속에 숨어 있는/ 꽃을 보려면/ 고요히 눈이 녹기를 기다려라// 꽃씨 속에 숨어 있는/ 잎을 보려면/ 흙의 가슴이 따뜻해지기를 기다려라// 꽃씨 속에 숨어 있는/ 어머니를 만나려면/ 들에 나가 먼저 봄이 되어라// 꽃씨 속에 숨어 있는/ 꽃을 보려면/ 평생 버리지 않았던 칼을 버려라정호승 시인의 일세. 꽃씨 속에는 숨어 있는 것들이 많네. 시인의 말대로 작은 꽃씨 속에는 꽃, 잎, 어머니가 숨어 있네. 하지만 그것들이 누구에게나 보이는 건 아니야. 그렇게 숨어 있는 것들을 보기 위해서는 눈이 녹고
분단이후 세 번째 열린 4·27 남북 정상회담을 지켜보면서 우리 국민들이 바라는 기대와 염원은 작지 않다. 하지만 이번 회담에 대한 국민적 기대감은 과거 1, 2차 때 보다 차분하고 절제된 편이다. 통일에 대한 환상도 눈에 띠게 줄어들었고, 남북관계 전반에 대한 전망도 훨씬 신중해 졌다. 두 차례의 정상회담에서 얻은 학습효과 때문이라고 본다. 4·27에 거는 일반 국민들의 기대는 그래서 매우 현실적이고 구체적이다. 어느 것 하나 허황되거나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 내용은 찾아보기 어렵다. 제3차 남북 정상회담에 거는 국민의 기대는 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