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 "온갖 음해에 시달렸습니다. 여러분 이거 다 거짓말인 거 아시죠?" "언제부터 한 방에 간다, 한 방에 간다 그러더니 그 한 방이 어디 갔습니까? 허풍입니다." "도곡동 땅이 어떻다고요? BBK가 어떻다고요?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전 그런 삶을 살아오지 않았습니다." 누구 말인지 알지? 2007년 8월 한나라당 대선 경선 후보 합동연설회에서 이명박 후보가 한 말이네. 2011년 9월30일에 열린 청와대 국무회의에서는 "우리 정권은 돈 안 받는 선거를 통해 탄생한 특성을 생각해야 한다"며 "도덕적으로 완벽
[시사위크] 요즘은 아침에 일어나 뉴스 보기가 겁이 나네. 혹시 내가 좋아하는 시인, 소설가, 사진가, 교수, 배우, 정치인이 간밤에 성과 관련된 불미스러운 일로 뉴스의 주인공으로 등장하지 않았는지 두려워서야. 누구에게나 한때 좋아했던 사람이 망가지는 모습을 보는 게 즐거운 일은 아니거든. 또 지금까지 속았다고 생각하면 자신에게 화도 나고.마음이 심란할 때마다 자주 읽는 정채봉 시인의 라는 시일세. 오늘은 먼저 ‘□□’에 들어갈 낱말이 뭔지 맞춰보고 이야기하자고. 시인은 지금 무엇을 찾고 있을까?우선 특징을 말씀드리겠습니
[시사위크] 지난 며칠 동안 강원도 여행을 다녀왔네. 이번에는 일부러 과거에 인연이 있었던 곳만 골라 다녔어. 그래서 40여 년 전 2년 6개월 동안 군복무를 했던 인제 가리산 아랫마을도 갔네. 옛날 군대 생활 할 때를 되돌아보면서 삼각대 설치하고 셀프 포트레이트를 찍고 있는데 동네 어르신 한 분이 다가와서 말을 걸더군. 뭐하냐고 물어서 예전 군복무 시절에 여기에서 쌓았던 추억들을 되살리고 있다고 말씀 드렸더니 씽긋 웃더군. 자기도 20대 후반에 이곳에 들어와 산지 50여년이 다 되어간다고 하면서 괜찮으면 자기 집에 들어와서 차 한
[시사위크] 하루를 살아도/ 온 세상이 평화롭게/ 이틀을 살아도/ 사흘을 살더라도 평화롭게// 그런 날들이/ 그날들이/ 영원토록 평화롭게김종삼 시인의 라는 시일세. 남북이 분단된 한반도에서 평화보다 더 소중한 가치가 있을까? 몇 달 전까지 많은 사람들이 걱정했던 전쟁이, 그것도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은 전쟁이 이 땅에서 일어난다면, 이 땅에 살고 있는 모든 생명체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무섭고 치가 떨리지 않는가? 그런데도 전쟁을 마치 남의 일인 것처럼 입에 담는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
[시사위크] “최근 역사 뒤집기와 보복정책으로 대한민국의 건강이 흔들리는데 참담함을 느낍니다. 적폐청산이란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는 검찰수사에 대하여 많은 국민이 보수를 괴멸시키고 이를 위한 정치공작이자 노무현 대통령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저와 함께 일했던 이명박 정부 청와대와 공직자들에 대한 최근 검찰 수사는 처음부터 나를 목표로 하는 것이 분명합니다. 지금 수사를 받고 있는 우리 정부의 공직자들은 모두 국가를 위해 헌신한 사람들입니다. 제 재임 중 일어난 모든 일에 대한 최종책임은 저에게 있습니다. 더 이상
[시사위크] 신문에서 오린 사진 한 장을 손에 들고 계속 보고 있네. 화상을 입은 맨발로 입을 꼭 다문 채 차렷 자세로 앞만 똑바로 쳐다보고 있는 반바지 차림의 소년이 담긴 흑백 사진 한 장. 소년의 등에는 잠을 자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원폭으로 죽은 동생이 업혀 있네. 1945년에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미국 해병대의 전속 사진사였던 조지프 로저 오도널(1922-2007)이 원자폭탄이 투하됐던 일본의 나가사키에서 찍은 사진이라고 하는구먼. 화장터에서 죽은 동생을 업고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소년의 슬픈 표정이 가슴 아프게 하는
[시사위크] 내가 언젠가 《한비자 韓非子》의 에 나오는 ‘화숙최난(畫孰最難)’이란 사자성어를 말한 적이 있지? 오늘 다시 되새겨 보세. 제나라 왕이 “무슨 그림이 가장 그리기 어려운가?”라고 묻자 식객이었던 화가가 “개와 말”이라고 대답하네. 그러자 왕이 다시 무슨 그림이 가장 쉬운가를 묻자, 화가는 “귀신”이라고 대답하지. 왕이 그 이유를 묻자, 개와 말은 사람들이 날마다 보는 것이니 똑같이 그려야 해서 어렵고, 귀신은 형체도 없고 직접 본 사람도 없어 아무렇게나 그려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화가가 대답하
[시사위크] 어제는 오랜만에 햇빛이 좋아 카메라를 어깨에 메고 동네 뒷산에 올라갔네. 얼마 전에 떨어진 낙엽들이 수북이 쌓인, 길이 아닌 길을 일부러 골라서 걸었지. 바스락 바스락…… 낙엽을 밟을 때마다 들려오는 아름다운 노래를 들으면서 가파른 산등선을 오르니 금방 노인들이 모여 운동하는 공터가 나오더군. 그래서 떡갈나무 아래에 있는 벤치에 앉아 땀을 식혔지. 바로 그때 내 눈 앞에서 철 지난 낙엽 하나가 바람결에 맞춰 춤을 추더라고. 반갑다는 인사처럼 보이더군. 땅에 떨어진 그 낙엽을 주워 이런저런 이야기
[시사위크] 벌써 2주가 번쩍 지났네. 카메라랑 놀다 보면 시간이 얼마나 잘 가는지… 카메라가 미울 정도여. 지난 일요일에는 사진 공부하면서 만난 젊은 친구들과 안성에 다녀왔어. 사진 공부하다 보면 어울리는 친구들도 많아지고, 함께 다니는 곳도 많아지지. 그래서 좋아. 내가 사진을 계속하는 네 번째 이유는 젊은 친구들이 많아지기 때문이야. 나이 들어 또래만 어울리면 자신도 모르게 이른바 ‘꼰대’가 되어버리기 쉽지. 그러면 젊은이들과 이른바 세대 차이를 실감할 수밖에 없어. 난 그렇게 살고 쉽지 않네. 남은 세월 나보다
[시사위크] "우리가 이렇게 이 순간 아직 살아서 오고가고, 맞이하고 맞이되고, 갈망하고 갈망되고, 주변의 모든 것을 느끼고 음미하고 관조하는 것을 보는 건 참으로 경이로운 일이다!"프랑스의 심리치료사인 마리 드 엔젤이 쓴 《살맛나는 나이》에 나오는 구절일세. 하루하루 만사에 감사하며 감탄하면서 사는 것. 누구나 할 수는 있지만 실천하지 못하고 있지. 아마 그건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지 못하고 살아서 일거야. 일종의 소외 현상이지. 주위를 둘러보면, 노년이 되어서도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꿈으로만 간직하고 사는 사람들이 많더군
[시사위크] 지난 주말에는 설악산에 다녀왔네. 고속도로나 넓은 국도를 피해 지방도를 주로 이용했지. 40년 전 생각이 나더군. ‘인제 가면 언제 오나 원통해서 못살겠다’는 우스갯소리가 통하던 때였지. 서울에서 인제 가는 데 7~8시간이 걸릴 정도로 교통이 불편하던 시절이었어. 논산훈련소에서 이등병 계급장을 달고 나와 서울 근교에서 후반기 교육을 마칠 때까지도 강원도에서 군복무를 할 줄 몰랐지. 춘천에 있는 신병보충대에 들렸다가 소양호에서 배를 타고 인제 신남이라는 곳에 내려서야 ‘강원도 첩첩산중’이라는 말이 실감 나더군. 평야지대에
[시사위크] “Wouldn’ you love to see one of these NFL owners when somebody disrespects our flag to say, “Get that son of a b**** off the field right now. Out. He’s fired. He’s fired!” 웬 영어냐고?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2일에 한 선거 유세에서 미국프로풋볼(NFL) 일부 선수들에게 "개자식(son of a bitch)"이라는 욕을 했다는 뉴스를 듣고 설마 하는 마음으로 미국 신문을 찾아
[시사위크] “지식을 가지면 ‘잘못된 옳은 소리’를 하기가 쉽다. 사람들은 ‘잘못 알고 있는 것’만 고정관념이라고 생각하는데 ‘확실하게 아는 것’도 고정관념이다. 세상에 ‘정답’이란 건 없다. 한 가지 문제에는 무수한 ‘해답’이 있을 뿐, 평생 그 해답을 찾기도 힘든데, 나만 옳고 나머지는 다 틀린 ‘정답’이라니…. 이건 군사독재가 만든 악습이다. 박정희 이전엔 ‘정답’이란 말을 안 썼다. 모든 ‘옳다’는 소리에는 반드시 잘못이 있다.”몇 년 전 채현국 청암학원 이사장이 한 신문 인터뷰에서 한 말일세. 근데 뜬금없다고?
[시사위크] 사진 찍으러 다니다보면 난처한 경우들을 자주 만나네. 그 중 하나가 나처럼 나이든 사람들이 떼를 지어 몰려다니는 사진동우회 사람들을 만났을 때야. 꽃을 찍고 있는 나에게 다가와 꼭 묻는 사람이 있지. “아저씨! 조리개 값을 얼마로 놓고 찍으세요?”라고 물어 F 2.8로 찍는다고 대답하면, 왜 그렇게 찍느냐고 나무란다. 자기 선생님이 꽃을 찍을 때는 언제나 F 5.6으로 고정해 놓고 찍어야 한다고 말했다면서. 그러면서 나를 쳐다보는 표정이 참 묘하다. 그런 기본적인 기술도 모르면서 사진을 찍고 있는 내가 무척 안쓰러운가
[시사위크]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에 발표한 ‘5대 인사원칙’이 뭔지는 알지? 논문표절, 위장전입, 세금탈루, 부동산투기, 병역면탈 등에 문제가 있는 인사는 공직에 임명하지 않겠다는 다짐이었지. 하지만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면서 내정된 장관이나 고위직 공무원들 중 이 5대 인사원칙 항목 가운데 하나라도 위배하지 않은 사람이 몇 사람이나 있었는가? 비정상적인 관행과 적폐를 청산하겠다는 정부의 고위공직자들도 이른바 보수정권의 권력자들과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니 몹시 씁쓸하더군. 왜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모든 사람들의 삶이 비슷
[시사위크] ‘이스털린의 독설(Easterlin’s Paradox)’이란 말을 들어봤는가? 1974년에 미국의 경제사학자인 리처드 이스털린 교수가 한 논문에서 주장한 이론으로 간단하게 요약하면 ‘돈을 많이 벌어도 행복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거야. 먹고사는 데 충분한 정도까지 소득이 증가하면 행복도 함께 늘어나지만, 그 지점을 지나면 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도 행복이 소득증가에 비례해서 늘어나지 않는다는 주장이야. 이스털린 교수는 자기 이론이 잘 들어맞는 나라 중 하나가 한국이라고 했다네. 1인당 국민소득(GDP)이 3,000달러도
[시사위크] 지난 9일 경부고속도로에서 발생한 광역급행버스의 추돌 사고 주원인이 과로로 인한 졸음운전이라고 하네. 전날 18시간 근무를 했던 운전기사가 5시간도 못 자고 나와 다시 운전대를 잡았다고 하는군. 전국 44개 버스사업장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 조사에 의하면, 준공영제 시내버스 운전자는 하루 10시간 26분, 민간업체 시내버스 운전자는 하루 16시간 46분, 민간업체 시외버스 운전자는 하루 17시간 8분을 근무하고 있네. 시외버스 운전자들은 한 달에 309시간 33분을 일해서 연간으로 계산하면 3700시간이 넘더군. 이건 완
[시사위크] 僞學日益(위학일익), 爲道一損(위도일손). 노자의 《도덕경》 제48장에 나오는 구절인데, 무슨 말인지 알겠나? 학문의 길은 하루하루 쌓아가는 것이고, 도의 길은 하루하루 없애 가는 것이라는 노자의 말이 사실 잘 이해가 안 되지? 나도 처음 《도덕경》에서 저 구절을 접했을 때는 무슨 말인가 했네. 공부를 하면 지식이 점점 쌓여가야 정상인데, 그게 좋은 게 아니라니 당황할 수밖에. 《도덕경》제20장에는 절학무우(絶學無憂)라는 표현도 나오네. 배우는 일을 그만 두면 근심이 없어진다는 뜻이야. 그럼 노자는 왜 이렇게 배움(學)
[시사위크] 知之者不如好之者(지지자불호여지자) 好之者不如樂之者(호지자불호여지자)공자의 《논어》 18장에 나오는 구절이야. 무슨 뜻인지 알지? “모르는 것을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며,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한 학기가 끝날 때마다 학생들에게 들려주는 말이기도 하지. 그게 무엇이든 지겨운 것은 때려치우고 즐겁게 살아라. 그러면 길이 보일 것이다. 그러면서 명나라 중기 양명학의 대가였던 왕심재(王心齋)의 도 덧붙이지. “즐겁지 않으면 배움이 아니고, 배우지 않으면 즐거움도 없다./ 즐거운 연
[시사위크] 자네에게 편지 형식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지도 벌써 4년째야. 이순이 되던 갑오년 설 무렵에 시작해서 을미년, 병신년, 그리고 올해 정유년의 설까지 쇠었으니 네 살을 더 먹은 거네. 프랑스의 철학자인 자네(Paul Janet)라는 사람이 말했다지. ‘50세인 사람에게 1년은 10살 아이 1년의 5분의 1의 무게’라고. 맞는 말인 것 같네. 이순을 넘긴 후로는 세월의 무게가 어릴 적에 비해 너무 가볍게 느껴지거든. 하루하루가 왜 이리 쉬이 사라지는지.하루가 24시간인 것은 10살 때나 60살 때나 똑같은데 왜 나이가 들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