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APEC 정상회의 중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국빈방문 일정이 12일 공개됐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13일 오전 북경에 도착해 재중국한국인들과의 간담회, 한중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 및 포럼 참석을 시작으로 방중 일정에 들어간다.

순방 하이라이트인 시진핑 주석과의 정상회담은 14일에 개최된다. 문 대통령은 14일 오전 한중 경제무역 파트너십 개막식에 참석하고 오후에 인민대회장에서 공식환영식과 정상회담 일정을 소화한다. 이어 양국 정상이 배석한 가운데 MOU 서명식이 거행되며, 국빈만찬과 한중 수교 25주년 문화교류의 밤 행사가 예정돼 있다.

◇ ‘세일즈 외교’에 방점 찍은 문재인 대통령

15일에는 북경대학 연설과 장더장 전인대 상무위원장, 리커창 총리 회동이 잇따라 열린다. 장더장 상무위원은 우리로 치면 국회의장 격으로, 연변대 조선어학과를 졸업해 김일성 종합대학에서 유학생활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내 북한 전문가로 한반도 안보문제 해결을 위한 긍정적인 만남이 될 것으로 청와대는 기대하고 있다.

베이징 일정을 마친 문 대통령은 16일부터는 충칭에서 일정을 소화한다. 한국 대통령의 충칭방문은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충칭에 위치한 대한민국 임시정부 마지막 청사를 방문하고 이어 한중 제3국 공동진출 산업협력 포럼에 참석한다. 또한 천민얼 충칭시 당서기와의 오전회동도 잡혀있다. 천민얼 서기는 지난 19차 당대회에서 중앙정치국 위원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60년대 출생으로 중국 내에서는 차세대 지도자로 평가받고 있다. 무엇보다 충칭은 시진핑 주석이 추진하는 일대일로 구상의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작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 3박 4일 일정과 동선

아울러 문 대통령은 마지막 일정으로 충칭시에 위치한 현대자동차 5공장을 방문한다. 충칭은 중국 내륙진출의 교두보로 여겨졌으나, 최근 사드 보복에 따른 우리 피해기업들이 밀집된 지역이다. 이들 기업들을 위로하고 정부차원에서 지원해야할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우리의 임시정부 건물과 광복군 주둔지 터가 있는 곳이어서 역사적 의미가 있고, 현대차 및 SK하이닉스 등이 진출해 있는 곳”이라며 “시 주석이 야심차게 추진하는 중국 일대일로의 출발점으로서 시 주석을 배려하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의 방중일정을 요약하면 ‘세일즈 외교’로 규정할 수 있다. 첫 일정부터 마지막일정까지 공식일정 대부분이 ‘비즈니스’ 관련행사이기 때문이다. 이는 ‘사드는 현 상태에서 봉인하고 한중 미래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하자’는 우리 측 기조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동남아순방 기자회견 당시 “방중 때는 사드 문제는 의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고 양국 관계를 더욱 힘차게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여러 가지 방안들이 논의될 것”이라고 말했었다. 물론 북한 핵·미사일 개발과 사드배치가 중요한 현안이라는 점에서 정상 간 대화에서 완전히 배제하긴 어렵다.

◇ 일본, 임시청사 방문에 예민

12월 13일은 중국의 난징대학살 추모일로, 공교롭게 문재인 대통령의 국빈방문 날과 겹친다. <신화/뉴시스>

한편 문 대통령의 방중일정에 대해 일본 측도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충칭시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를 방문하는 데 예민한 반응을 보인다. 항일 독립운동 유적을 살핌으로서 한일 과거사 문제를 이슈화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에서다.

실제 일본 도쿄신문은 지난달 29일자 ‘한국 대통령 중경으로’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역사인식 문제에서 일본에 대해 엄격하게 임하는 문재인 정권으로서 일본과의 교섭에서 타협하지 않을 자세를 국내외를 향해 나타내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한 바 있다. 한중 정상회담을 바라보는 일본적 시각의 일부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공교롭게도 문 대통령이 국빈방문하는 13일은 중국이 지정한 ‘난징대학살’ 추모일이다. 중국은 난징대학살 추모 80주년을 맞아 장쑤성 기념관에서 대대적인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물론이고 리커창 총리, 장더장 상무위원장 등 주요 인사들이 모두 참석한다. 중국 언론은 “대규모 추모식을 거행하는 것은 학살 희생자에 대한 사과를 포함해 바른 역사인식을 일본에 촉구하려는 뜻”이라고 전하고 있다.

난징대학살은 1937년 12월 13일 난징을 점령한 일본군이 이듬해 2월까지 벌인 대량학살 사건을 일컫는다. 정확한 피해규모는 확인할 수 없지만 대략 수십만의 인명이 희생된 것으로 파악된다. 일본은 정부차원에서 난징대학살을 인정하지 않고 있고, 이는 중국과 일본의 외교적 마찰을 상징하는 쟁점이다. 우리의 위안부 문제와 같은 맥락으로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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