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에 따르면 올 3분기 정유 4사(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의 영업이익 합은 2조3,701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 9,821억원에 비해 141.3%(1조3,880억원) 증가했다. 이 같은 분위기에 힘입어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시사위크=정소현 기자] GS칼텍스는 올해 3분기 5,78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76.8%나 증가한 규모다. 8월 여수공장에서의 화재에도 불구하고 꽤 선방했다는 평가다. 다만 내년에도 이 같은 분위기가 이어질지는 장담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 실적 풍년 거둔 정유업계, ‘비정유 부문’ 약진 주목

올해 정유업계는 ‘실적 풍년’을 거뒀다. 정유업계에 따르면 올 3분기 정유 4사(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의 영업이익 합은 2조3,701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 9,821억원에 비해 141.3%(1조3,880억원) 증가했다. 이 같은 분위기에 힘입어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업계에선 올해 정유사들이 호실적을 거둔 원인으로 정유부문 정제마진 호조를 꼽고 있다. 국제유가가 지속적인 상승세를 기록하면서 재고이익이 늘었고, 허리케인 ‘하비’의 영향으로 글로벌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정제마진도 크게 오른 영향이다.

다만 정유사들의 올해 농사에서 ‘비정유 부문의 약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업계 1위인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전체 영업이익의 48.7%를 석유화학 및 윤활유 사업에서 거둬들였다. 올 3분기 누적 영업이익으로 보면 석유화학·윤활유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62%에 달한다.

정유4사 중 전년 동기대비 가장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인 에쓰오일의 경우도 영업이익의 40% 가량을 비정유 부문이 책임지며 실적에 힘을 보탰다. 윤활유와 석유화학 매출액은 전체에서 비중이 21%에 불과했지만 영업이익에서는 40% 가량을 차지했다. 특히 윤활유 부문은 2분기 연속 30%가 넘는 높은 영업이익률을 나타냈다. 본업인 정유사업보다 더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 중인 셈이다.

반면 올해 GS칼텍스는 정유4사 중 유일하게 석유화학과 윤활유 부문에서 재미를 보지 못했다. 올 3분기 전체 영업이익 중 73.8%가 정유사업에서 발생했다. 영업이익 성장률 역시 4개사 가운데 가장 낮은 76.8%에 그쳤다. 올 3분기 SK이노베이션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32.2%, 에쓰오일은 376.1%, 현대오일뱅크는 121.7%씩 성장했다. 새로운 수익구조가 확보되지 않는다면 향후 장밋빛 전망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올해 GS칼텍스는 정유4사 중 유일하게 석유화학과 윤활유 부문에서 재미를 보지 못했다. 올 3분기 전체 영업이익 중 73.8%가 정유사업에서 발생했다. <뉴시스>

업계에 따르면 정유사업은 석유 정제마진 차에 따라 영업이익 등락 폭이 크다. 이 때문에 비정유 사업 경쟁력이 향후 실적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다수의 정유사들은 국제유가 등 변동요인이 많은 정유사업에서 석유화학사업으로 중심축을 이동하는데 속도를 내고 있다. 이미 SK이노베이션은 정유기업에서 종합에너지·화학기업으로 바꾸겠다는 ‘딥체인지2.0’을 추진하며 비정유 부문에 대해 집중적인 투자를 단행해 왔다.

◇ 에쓰오일의 선전이 GS칼텍스에 던지는 메시지 

특히 GS칼텍스 뒤를 이어 업계 3위를 기록하고 있는 에쓰오일은 업계 불황 속에도 대규모 투자를 감행해왔다. 2015년부터 4조8,000억원을 투자한 정유 석유화학 복합시설인 잔사유분해시설(RUC), 올레핀하류시설(ODC)을 내년 상반기 준공할 예정이다. 신규설비가 가동되면 석유화학, 윤활유 등 비정유 부문 비율은 현재 14%에서 19%로 늘어난다. 증권가는 내년 영업이익 약 50%가 늘어나는 증설효과를 누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KB증권은 “내년에 에쓰오일은 영업이익이 58% 증가할 전망”이라며 “고도화설비 증설에 따른 큰 폭의 영업이익 확대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메리츠증권 역시 “에쓰오일은 내년부터 고도화 설비가 신규 가동돼 고부가 폴리프로필렌(PP)·산화프로필렌(PO)을 생산해 제품이 다양화되고 수익성이 극대화될 것”이라며 “향후 2∼3년간 정유 업황 수급 강세 속에서 고도화 설비 투자의 결실을 볼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내년 신규설비 가동에 따라 영업이익이 2조1,000억원으로 뛰어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비해 GS칼텍스는 2012년 일본 에너지기업인 쇼와셀과 손잡고 여수공장에 1조원을 투자해 합성섬유 원료인 파라자일렌(PX) 생산시설 100만톤을 증설하려 했으나 당시 석유화학경기 침체로 추진을 보류했다.

정유4사 중 전년 동기대비 가장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인 에쓰오일는 영업이익의 40% 가량을 비정유 부문이 책임지며 실적에 힘을 보탰다. 사진은 에쓰오일 울산 온산공장 야경. <에쓰오일>

최근 GS칼텍스가 NCC(원유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생산되는 납사를 이용해 에틸렌 등을 생산하는 설비) 사업부문에 투자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돌고 있는 것도 업계 분위기와 맥이 닿아있다. 정유사업에서는 차별화된 결과를 얻기 어려운 만큼 석유화학사업 확장이 불가피할 것이란 분석이다.

문제는 당장 신규 투자계획을 발표한다 하더라도 설비 건설기간 등을 감안하면 최소 2020년 이후에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다. 내년 수익구조에도 별다른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에쓰오일이 영업이익에서 앞선다면 수십년간 이어져온 GS칼텍스의 2위 독주 구조는 장담할 수 없다. 내년에는 GS칼텍스가 에쓰오일에 2위 자리를 내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올 3분기 에쓰오일과 GS칼텍스의 영업이익 차이는 253억원에 불과하다.
 

GS칼텍스 “업계순위, 단지 영업이익만으로 평가할 사안 아냐” 

GS칼텍스는 NCC 사업 진출설에 대해 “여러 검토안 중 하나로, 아직 어떠한 사항도 결정된 바 없다”는 설명이다.

‘가능성’만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GS칼텍스의 NCC사업 진출 여부는 사실 지분을 나눠가진 미국 쉐브론 측이 찬성해야 속도를 낼 수 있다. GS칼텍스는 합작투자법인으로, GS에너지와 미국 쉐브론 측이 각각 50%씩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대주주(사우디아람코 특수관계인 지분 포함 63.46%, 2017년9월30일 기준) 체제의 에쓰오일과 달리 공격적인 투자가 어려운 이유다.

GS칼텍스는 특히, 내년 업계에 불어올 변화에 대해 “수익만으로 단정지을 문제가 아니”라고 답했다.

GS칼텍스 관계자는 “GS칼텍스보다 에쓰오일 영업이익이 많아지면 업계 순위가 바꾸는 것 아니냐, 그런 얘기를 처음 듣는 것은 아닌데 업계에서 바라보는 입장은 조금 차이가 있다”며 “업계 순위라는 게 단지 일순간의 수익으로 판단할 사안이 아니다. 공식적으로 업계순위 책정 기준은 없지만, 정제능력(생산능력), 이에 따른 매출액과 수익(영업이익/당기순이익), 국내 주유소 마켓쉐어, 브랜드 가치 등 여러가지 것들이 복합적으로 반영돼 업계 순위가 형성된 것으로 업계에선 인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익이 장기화돼 전체적인 구조가 바뀌면 모르겠지만 단지 내년 에쓰오일의 영업이익이 GS칼텍스를 상회할 수 있겠다는 전망만으로 ‘업계 2위’가 바뀐다고 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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