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비 인하를 위한 사회적 논의기구인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가 난항을 겪고 있다.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이 극명하게 갈리기 때문이다.

[시사위크=최수진 기자] 통신비 인하 논의를 위해 출범한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가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달 10일 진행한 킥오프 회의 포함 3차례 회의를 진행했지만 합의점을 찾기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약 두 달간의 시간만 남아있는 탓에 협의회에 대한 불신도 커지는 상황이다. 

◇ 유통기한 ‘3개월’ 협의회… 100일 중 33일 지나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이하 협의회)는 통신비 인하를 논의할 사회적 논의기구로, △통신3사(KT, SK텔레콤, LG유플러스) △제조사(삼성전자, LG전자) △알뜰폰협회 △이동통신유통협회 등을 포함해 △통신정책 전문가 △시민단체 △국무조정실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방송통신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이 참여하고 있다.

협의회에서 논의된 결과는 국회 상임위인 과학기술방송정보통신위원회에 보고해 입법의 참고자료로 사용된다. 협의회의 중요성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협의회가 논의기구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해야 법제화도 빠르게 진행할 수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협의회에서 건질 게 없다는 점이다. 협의회 첫 의제로 선정된 ‘단말기 완전 자급제’는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최신 스마트폰을 비롯한 모든 스마트폰 모델의 구입 방식이 가전제품 구매 방식으로 바꾸는 제도로, 기존의 유통 구조를 바꿔 통신비 거품을 빼는 것이 골자다. 

그러나 소비자가 제도를 접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협의회가 마땅한 합의점을 찾지 못해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13일까지 3차례의 회의를 진행했지만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차를 줄이지 못하고 있다. 결국 기존 단말기 자급제의 비율을 높이는 등 대안이 나오면서 완전 자급제 입법화는 가능성이 낮아졌다. 그 이유로 지목받는 이들은 이해관계자다. 통신사, 제조사, 알뜰폰, 유통협회 등이 이해관계자에 해당된다. 당초 협의회를 ‘중립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이해관계자를 포함했지만 그들로 인해 발이 묶여버린 셈이 됐다. 

◇ 이해관계자들 극명한 찬반 대립… 제대로 마무리될지 미지수

현재 이해관계자들은 찬성과 반대로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접점을 찾기 힘들 정도다. 큰 틀에서 통신사와 알뜰폰협회는 찬성을 하는 반면 제조사와 유통협회는 반대를 고수하고 있다. 그들이 찬성 혹은 반대에 표를 던지는 이유도 각양각색이다. 

이동통신유통협회는 일터가 걸려있는 문제인 만큼 완강한 반대다. 영업활동에 제한을 받으면 종사자들이 사지로 내몰린다는 이유에서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우리 시장을 한순간에 앗아가는 법안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제조사들도 반대다. 통신사가 제조사를 대신해 스마트폰 유통을 담당하고 있지만 제도가 도입되면 기존의 유통을 전부 제조사가 책임져야 한다는 이유다. 유통 관리 비용이 증가하는 탓에 반대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알뜰폰협회는 분위기를 반전시킬 기회가 절실한 만큼 적극적으로 찬성하고 있다. 단말기를 별도로 구매할 수 있게 된다면 알뜰폰 요금제를 사용할 소비자가 증가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통신사는 미온적인 상태다. 공식적으로는 찬성을 표했지만 단말기 완전 자급제의 도입으로 인해 나타나는 효과는 장담하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긍정적인 경우와 부정적인 경우를 두고 고민하는 상황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해관계자들이 협의회에 포함된 이상 소비자가 원하는 인하 방안은 나오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해관계자들은 통신비를 인하하기보다 그들의 이익을 지키거나 더 얻기 위해 사활을 걸 것이라는 의미다. 협의회가 소비자들에게 불신을 산 까닭이기도 하다.

협의회는 내년 2월 말까지 진행되며, 오는 15일 열릴 4차 회의에서 단말기 완전 자급제 도입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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