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전방위에서 벌어지고 있으나, 수사 진척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사건의 핵심 피의자들의 신병 확보가 어려운데다 구속 수감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경우 입을 닫은 것으로 전해졌다.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김태효 전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이 집으로 돌아갔다. 그에 대한 구속영장 심사를 맡았던 서울중앙지법 강부영 영장전담 판사는 “피의자의 역할 및 관여 정도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댓글 공작에 연루된 혐의를 받고 있는 김태효 전 비서관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검찰은 즉각 반발했다. “청와대 안보라인의 핵심 참모로 다른 공범들에게 정치관여를 적극 지시하여 그 책임이 무거운 점을 간과한 면이 있다”는 것. 하지만 여기까지다. 법원의 판단을 뒤엎을 길이 없었다.

검찰로선 타격이 컸다.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과 임관빈 전 국방부 정책실장이 구속적부심을 통해 석방된 뒤라 김태효 전 비서관의 신병 확보는 어느 때보다 중요했다. 때문에 청와대 재직 시절 기밀문건을 빼돌린 정황을 바탕으로 군사기밀 유출 및 대통령기록물법 위반 혐의까지 영장 범죄 사실에 포함시켰다. 구속이 불가피하다는데 의심하지 않았다. “중대범죄인 군사기밀 유출에 대해서는 구속 사유로 고려조차 하지 않은 게 아니냐”며 검찰이 법원을 향해 볼멘소리를 낸 이유다.

◇ 청와대-국방부 ‘메신저’ 김태효 영장 기각 후폭풍

문제는 이후다. 향후 대응에 대해서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당초 검찰은 김태효 전 비서관의 신병을 확보한 뒤 이명박(MB)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로 확대할 방침이었다. 국군 사이버사령부가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군무원 증원에 나서자 ‘우리 사람을 뽑으라’는 MB의 뜻을 전달한 메신저가 바로 김태효 전 비서관이라는 것. 당시 선발된 군무원 79명 중 47명은 이른바 ‘댓글부대’로 알려진 530심리전단에 배치돼 여론조작 활동을 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수사의 진척은 어려운 상황이다. 

이는 김관진 전 장관이 석방될 때부터 우려됐던 상황이었다. 구속적부심 인용율이 15%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그의 석방 결정은 이례적일 뿐 아니라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한지 11일 만에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법원의 판단이 바뀐데 대해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반전된 분위기는 임관빈 전 정책실장의 석방으로 이어졌다. 김태효 전 비서관의 영장까지 기각되자 검찰 안팎에선 MB의 직접 조사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왔다.

김태효 전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의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검찰 안팎에선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직접 조사가 어렵지 않겠느냐는 비관적 전망도 나왔다. <뉴시스>

실제 올해 안에 MB의 소환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수사팀 관계자들도 말을 아끼고 있다. MB의 지시와 관여 여부를 규명해야 수사가 종결된다는 점에서 이견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아직 답변할 단계가 아니”라며 즉답을 피하고 있다. 섣불리 소환을 추진할 경우 정치적 부담을 안게 될 수 있다는 고민이 묻어났다. 문무일 검찰총장의 계획에도 MB의 소환은 변수다. 연내 적폐청산 수사를 마무리하겠다는 각오를 보였지만, 수사 꼭대기에 있는 MB의 조사가 미진한 만큼 “진행 상황에 따라 판단”하기로 했다.

MB를 둘러싼 검찰 수사는 사실상 제자리 걸음이다. 국정원 댓글사건에선 구속 수감 중인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입을 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BBK주가조작 사건의 피해자들이 고발한 사건의 경우 수사 초기 단계다. 이른바 ‘박원순 제압문건’에 대한 명예훼손 및 국정원법 위반 등의 고발 건과 자치단체장 11명이 불법 사찰 혐의로 제출한 고발장 관련 수사도 아직 이렇다 할 소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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