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14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면서 ‘사찰이 민정수석의 통상업무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사찰이 민정수석의 통상업무라고 생각하는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입’을 열게 한 질문이다. 그는 14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면서 침묵으로 일관했지만 해당 질문에는 “네”라고 답했다. 사실상 사찰을 인정한 셈이다. 하지만 반대로 “민정수석으로서 수행한 공적 업무의 일환”으로 해석돼 다툼의 여지가 남았다. 이는 영장심사에서도 중요한 대목이다.

앞서 우병우 전 수석은 추명호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에게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 문화체육관광부 간부 8명, 김진선 전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장,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 등 공무원과 민간인의 불법사찰을 지시한 뒤 그 결과를 보고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그는 일부 사실관계를 인정하면서도 ‘공적 업무’를 내세워 혐의를 부인했다.

이외에도 우병우 전 수석은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교육감을 상대로 ‘실질적으로 견제가 가능한 내용을 정교하게 파악해 보고하라’고 지시하는 등 뒷조사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김명자 전 환경부 장관이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에 차기 회장으로 선출되자 과총을 상대로 이른바 ‘과학계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게 한 혐의도 받고 있다. 김명자 전 장관은 김대중 정부에서 기용한 인사다.

검찰은 해당 의혹을 바탕으로 세 번째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이 국정농단 사건과 적폐수사 과정에서 특정인을 상대로 세 차례에 걸쳐 영장을 청구한 것은 우병우 전 수석이 유일하다. 이미 두 차례 청구됐던 영장은 기각됐다. 공교롭게도 이날 영장심사는 지난 4월 우병우 전 수석의 두 번째 영장을 기각한 권순호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맡았다. 법원 측은 “컴퓨터 배당에 따라 영장전담 법관이 결정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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