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GV 용산아이파크몰과 롯데시네마 잠실롯데타워점 입구의 모습. <시사위크>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오는 2018년은 국내에 멀티플렉스 시스템이 도입된 지 20주년이 되는 뜻 깊은 해다. 오늘날 보편적인 극장 플랫폼으로 자리 잡은 멀티플렉스는 “영화의 다양성을 저해 한다”는 비판도 있지만, 한 해 2억명의 관람객이 영화관을 찾을 수 있는 있었던 배경에 멀티플렉스의 힘이 컸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멀티플렉스를 얘기하는데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CGV다. 국내 최초로 멀티플렉스를 도입한 기업답게 이 분야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현재 사업부 분할을 추진 중인 롯데시네마도 빠질 수 없다. 메가박스보다 3년 후발 주자임에도 불구하고, 문화 인프라가 부족한 지방 위주의 출점 전략으로 업계 2위를 꽤 찬 롯데시네마의 활약도 돋보인다.

2018년 ‘멀티플렉스 도입 20주년’을 맞아 CGV와 롯데시네마를 대표하는 용산아이파크몰점과 잠실 롯데타워점의 비교를 통해 한국 멀티플렉스의 현주소를 살펴봤다.

◇ 강북의 ‘노른자 땅’ VS 전통의 부촌 ‘강남 3구’

시장점유율 80%를 차지하며 국내 극장 산업을 양분하고 있는 CGV와 롯데시네마. 이들 ‘탑2’ 멀티플렉스 업체들의 간판 사업장인 ‘아이파크몰점’과 ‘월드타워점’을 구분 짓는 가장 큰 차이는 거점에 있다. CGV 아이파크몰점이 강북의 노른자 땅으로 불리는 용산 한복판에 위치해 있다면,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은 전통의 부촌인 강남3구 가운데 하나인 잠실에 터를 잡고 있다. CGV와 롯데시네마의 대표선수격인 두 영화관은 각각 강북과 강남의 랜드 마크이기도 한 셈이다.

◇ 최다 상영관 '롯시'… 인테리어‧프리미엄관은 CGV가 우세

20:21. 두 영화관의 상영관 수다. 롯데시네마 잠실타워점이 CGV 아이파크몰점 보다 한 곳 많다. 상영관 수를 기준으로 보다면 롯데시네마 잠실타워점이 국내 최대 규모라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좌석 수에서도 롯데시네마가 CGV를 앞선다. 롯데시네마 잠실타워점이 4,600여석인 반면, CGV 아이파크몰점은 3,888석 규모다.

하지만 그 기준을 달리한다면 얘기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프리미엄관의 구성이나 인테리어 등 시설적인 면을 본다면 CGV 아이파크몰이 다소 우세한 것으로 관측된다. CGV 용산점이 벽돌과 조명을 적극 활용해 미국 맨해튼의 브로드웨이를 연상케 하는 반면, 롯데시네마 잠실점은 꼭대기 층인 10층을 제외하면 나머지 층은 단조로운 느낌을 풍긴다. 흰 벽으로 칠해진 5~8층은 홍보용 포스터나 입간판이 “이곳은 멀티플렉스 영화관”이라고 말해주는 듯 했다.

누워서 영화 관람이 가능한 CGV용산점의 '템퍼시네마'(왼쪽). 오른쪽 사진은 롯데시네마 잠실점에 마련된 삼성전자의 LED 스크린과 기존 스크린의 화질 차이를 보여주는 체험관. <시사위크>

프리미엄관 구성에 있어서도 국내 최초로 멀티플렉스를 도입한 CGV의 노하우를 엿볼 수 있다. 기존 4DX에 270도 화면을 결합한 ‘4DX with ScreenX’는 푸른 빛의 조명이 더해져 마치 놀이공원의 어트랙션에 입장한 듯 했다. 레스토랑을 결합해 만든 ‘Cine de CHEF’에서는 높이 조절이 가능한 리클라이너 소파가 설치된 ‘살롱 S’와 침대에 누워 영화 관람이 가능한 ‘템퍼시네마’를 운영 중에 있다. CGV 관계자는 “침대당 가격만 1,000만원에 이른다”고 귀띔했다.

밀폐된 독립 공간에 최대 4명까지 입장이 가능한 ‘SKY BOX’에는 스타일러, 신발 건조기가 설치돼 있어 관람객들의 만족도를 높이려는 CGV의 세심한 배려가 돋보였다. 이외에도 M.net 노래방, V-버스터즈(가상현실 체험장), 팟 캐스트 스튜디오 등 영화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다양한 편의시설을 마련해 둔 것도 CGV 용산만의 특징이다.

롯데시네마도 영화관의 핵심 요소인 3S(Screen, Seat, Sound)에 다양한 업그레이드를 시도 중이다. ‘슈퍼에스’로 명명된 13관에서는 삼성전자가 개발한 세계 최대 LED 스크린이 설치돼 있다. “영사기 없이 TV처럼 화면에서 바로 영상이 송출돼 기존 스크린 보다 선명한 화질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게 롯데시네마 관계자의 설명이다. 또 15관과 20관 두 곳에서는 ‘막귀’도 분명한 차이를 느낄 만한 ‘슈퍼 사운드’를 경험할 수 있다.

CGV용산점엔 전 세계 멀티플렉스에 마련된 아이맥스 가운데 최대 크기를 자랑하는 아이맥스관이 있는 반면, 롯데시네마 잠실점에선 기네스북이 증재된 세계 최대 크기의 스크린을 만날 수 있다. <시사위크>

◇ ‘용아맥’ 아이맥스 VS ‘기네스 인증’ 슈퍼 플렉스 G

두 영화관을 비교하는 데 있어 빼놓을 수 없는 부분 가운데 하나가 스크린이다. CGV 용산에 ‘IMAX’가 있다면 롯데시네마 잠실점게엔 ‘슈퍼 플렉스 G’가 있다. IMAX 단일관을 제외하면 세계 최대 크기를 자랑하는 CGV 용산점의 IMAX는 전국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영화팬들 사이에서 ‘용아맥’(용산 아이맥스)라는 별칭으로 통하고 있을 정도다. 특히 지난 여름시즌에 개봉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덩케르크’ 상영 때는 매진 행렬을 이어갔다. CGV 관계자는 “14일 IMAX로 개봉하는 ‘스타워즈:라스트 제다이’가 높은 예매율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시네마 ‘슈퍼 플렉스 G’는 한국 영화 플랫폼의 우수성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존재다. 기네스북에서 인정한 세계 최대 크기의 스크린이 바로 ‘슈퍼 플렉스 G’다. 가로 34m, 세로 13.8m의 위용을 자랑하는 이 스크린이 주는 웅장함은 결코 IMAX에 뒤지지 않았다. 일종의 세로형 IMAX라는 표현이 맞을 듯 하다.

◇ 작은 영화를 위한 관심은 ‘공통 분모’

종종 특정 상업영화의 스크린 독점 논란에 휘말리며 영화의 다양성을 저해한다는 지적을 받는 멀티플렉스 영화관. 이 같은 비판을 의식한 듯 CGV와 롯데시네마는 모두 작은 영화를 위한 특별한 공간을 마련해 두고 있었다. CGV는 마지막 20관을 거장 반열에 오르고 있는 박찬욱 감독을 이름을 따 ‘CGV아트하우스 박찬욱관’이라 이름 붙였다. 한국의 독립영화를 전문으로 상영하는 이곳에서는 관람료의 일부가 독립영화 발전기금으로 쓰인다.

롯데시네마 잠실점에서는 중국영화 전문관을 만날 수 있다. 정식 명칭이 ‘실크로드’인 12관에서는 365일 중국 본토를 포함해 홍콩, 대만 등 중화권 영화만이 상영된다. 기자가 현장을 찾은 13일 오전에는 원작인 연극 ‘29+1’에서 주연을 맡았던 팽수혜 감독이 연출한 ‘나의 서른에게’가 관객들을 만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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