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가 지난 11월부터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이들의 주가는 한달간 11% 이상 하락했다. 내년도 반도체 시장 상황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풀이된다.

[시사위크=최수진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시장의 ‘큰손’이다. 시장에 미치는 이들의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최근 삼성전자가 1위, SK하이닉스는 3위로 부상했다. 그런데 최근 그 영향력으로 인해 되레 역풍을 맞고 있다. 양사의 주가가 지속 하락세를 피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반도체가 기업 전체를 쥐고 흔드는 상황이 됐다. 반도체 영향력이 과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 반도체에 웃고 우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올 한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큰 성장세를 기록했다. 양사의 실적을 이끈 것은 ‘반도체’였다. 반도체 시장이 전 세계적으로 성수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메모리 고용량화로 인해 수요가 증가했지만 공급 제약 상황이 지속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시장에서 ‘갑’이 됐다. 

반도체 중에서도 낸드플래시, D램 등이 높은 수익을 거뒀다. 낸드플래시 메모리는 스마트폰의 메모리 용량 변화로 수익을 얻은 경우다. 이 용량을 ‘낸드플래시’ 반도체가 책임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더 많은 데이터를 소화할 수 있는 고용량 메모리로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실제 애플은 그간 출시해왔던 16GB 및 32GB 용량의 아이폰을 더 이상 판매하지 않는다. 대신 128GB, 256GB 모델을 추가했다. D램은 PC, 게임콘솔 등 수요가 확대되며 가격이 오르고 있다. 

올 3분기만 놓고 봐도 그렇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는 9조9,600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으며 SK하이닉스는 3조7,372억원을 기록했다. 심지어 SK하이닉스의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15% 증가한 수치다. 이 같은 호실적은 1분기부터 계속됐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4분기 실적 전망도 긍정적이다. 대신증권 삼성전자의 4분기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을 10조6,000억원으로 전망했다. 신한금융투자는 SK하이닉스의 4분기 영업이익을 4조5,000억원으로 추정했다. 한동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호실적은 이어질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 실적은 좋은데 주가는 하락? “내년 시장 상황 탓”

양사의 주가는 반도체 호실적과 함께 최근 1년간 지속 증가했다. 삼성전자의 주가는 지난해 12월 15일 장마감 기준 174만1,000원에서 올 11월 2일 287만6,000원까지 지속 상승했다. 일년 사이에 113만원 이상 오른 셈이다. SK하이닉스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12월 29일 장마감 기준 4만4,600원에서 올 10월 11일 9만300원까지 상승했다. 반도체 수요가 증가하자 같은 시기 주가도 2배 이상 뛰었다. 

그런데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가 하락하고 있다. 증권업계가 양사의 올 4분기 실적과 내년 상반기 실적을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주가는 지난달부터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하락폭도 큰 편으로 나타났다. 15일 기준 삼성전자는 253만1,0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전일 대비 2만2,000원 하락했으며 지난달 대비 34만원 이상 급락했다. 한달간 11.99% 떨어진 셈이다. SK하이닉스의 15일 주가는 장마감 기준 7만5,700원이다. 지난달 1일(8만5,300원) 대비 11.25% 감소했다. 

양사의 주가가 닮은꼴인 이유는 반도체가 원인이다. 이들은 내년에도 반도체를 중심으로 호실적을 이어갈 전략인 가운데 중국의 행보가 이들의 주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설비 투자를 확대하는 등 반도체에 사업 역량을 집중하는 상황이다. 낸드플래시를 중심으로 공격적인 투자 행보를 보이는 것이다.

문제는 중국도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중국은 낸드플래시 등 반도체 설비 투자를 천문학적 금액을 쏟고 있으며 내년부터 일부 라인이 완공, 생산에 들어갈 전망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칭화유니그룹 등 반도체 기업은 내년 하반기부터 낸드플래시를 양산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업계에서는 중국의 성장이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줄 것으로 예측해 왔다. 시장조사기관 IC인사이츠도 중국, 한국 기업들의 투자 확대 기조를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IC인사이츠는 3D 낸드플래시 시장의 공급과잉 사태를 우려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내년 중국 반도체 기업의 메모리 생산량은 월 26만장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총 생산량의 20%에 해당하는 수치다. 시장의 공급 과잉 현상이 지적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가 동시에 하락하는 까닭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반도체의 과한 영향력으로 기업의 분위기가 좌우되지 않도록 새로운 대체재 찾기에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지만 당장 반도체만큼의 실적을 낼 수 있는 사업을 찾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반도체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기업들의 투자 속도는 매우 무서운 상황”이라며 “국내 기업들은 몇 년에 걸쳐 투자를 확대하고 생산 라인을 증설한다. 그런데 중국은 이 모든 것을 단숨에 해치우고 있다. 비교가 안 되는 규모다. 중국 기업들이 내수 시장을 중심으로 기업 영향력을 키우기 시작한다면 향후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는 더 이상 경쟁 상대가 될 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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