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의 반발을 사고 있는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두 사람이 과거 수여받은 명예박사 학위에 대해 각 대학의 재학생 및 동문들이 철회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차마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을 정도의 부끄러움을 느낀다.”

성균관대 재학생 및 동문들이 내년 1월 ‘자랑스런 성균인상’ 수상식을 앞두고 발끈했다. 수상자를 결정한 총동창회의 결정에 “대다수의 성균인의 뜻과 완전히 배치된다”며 반대 운동에 나선 것. 당장 총동창회를 향해 “어떤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 (수장자를) 선정했는지 22만 동문 앞에 설명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요구했다. 이들은 수상 철회를 위한 온오프라인 서명을 받을 예정이다.

성균관대 재학생 및 동문들의 반대를 산 사람은 바로 황교안 전 국무총리다. 그는 법률학과 77학번 출신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 법무부 장관, 국무총리를 역임했다. 지난해 12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회 탄핵소추안이 통과된 뒤에는 대통령 직무대행을 맡기도 했다. 하지만 평가는 갈렸다. 수상을 반대하는 동문들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당시 책임 있는 국정운영의 당사자였다는 점에서 국민적인 지탄을 받았다”면서 “그간 행적을 지켜본 많은 동문들은 부끄러움을 넘어 분노를 느끼고 있다”고 주장했다.

◇ MB와 박근혜, 명예박사 학위마저 빼앗길 처지

이에 따라 황교안 전 총리가 모교로부터 ‘자랑스런 성균인상’을 수여받을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려워졌다. 이명박(MB) 전 대통령도 그랬다. 2014년 경북대로부터 경영학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받기로 했으나, 해당 소식을 전해들은 교수노조와 총학생회가 반발하면서 논란을 빚었다. 일부 동문들은 MB의 학위 수여 철회를 요구하는 1인 시위를 이어가기도 했다. 결국 MB가 고사의 뜻을 전했다. 경북대는 MB의 박사 학위 수여식을 잠정 보류한 뒤 지금까지 진척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사실상 취소와 다름없다.

이미 수여받은 학위도 위험하다. MB는 서울시장 재직 중이던 2005년 기업 경영자로서 국가 경제 발전과 국가 위상 제고에 기여한 공로로 경제학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비호남권 인사로는 처음이라 수여받을 당시만 해도 화제였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가 달라졌다. MB정권 시절 국가정보원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취소를 위한 청원을 모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찬바람이 불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목포시지역위원회는 목포대 측에 MB의 박사 학위 취소에 관한 논의를 요구하고 있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내년 1월 ‘자랑스런 성균인상’을 수여하는 것으로 알려지자 성균관대 재학생과 동문들이 반대 운동에 나섰다. 동문들은 그의 수상에 대해 “부끄럽다”고 밝혔다. <뉴시스>

실제 명예를 손상하는 행위를 할 경우 학칙에 따라 학위를 취소할 수 있다. 다른 학교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서강대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수여된 학위를 취소하는 데 검토 의사를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0년 서강대 개교 50주년 행사에서 “신뢰와 원칙을 존중하고 바른 가치로 한국 정치의 새 희망을 일궈온 자랑스러운 정치인”으로 불리며 정치학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받았다. 그는 전자공학과 70학번 출신이다. 모교마저 등 돌린 셈이다.

뿐만 아니다. 카이스트와 부산의 부경대에서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치학 명예박사 학위를 취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질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국정농단 사건이 벌어지자 학내 구성원과 동문들이 팔을 걷어붙인 것. 카이스트 총학생회는 ‘학위 박탈식’이라는 이름의 문화제를 열고 대통령 하야와 학위 취소를 촉구했고, 부경대 동문회는 총장실에 학위 취소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이들은 “자신의 명예를 지키지 못했고, 학위도 그 의미를 잃었다”며 쓴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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