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대한 전당원 투표를 제안하는 내용의 긴급 기자회견을 연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한 최경환(오른쪽 위) 의원이 안철수 대표를 비판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승부수를 던졌다. 바른정당과의 통합 여부를 전당원 투표결과에 맡기고 이르면 내년 1월 합당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반대파는 이를 “당헌 위반”이라고 해석했다. 불신임 의결 등의 절차를 통해 안 대표를 당 대표직에서 끌어 내리겠다고도 했다. “이제는 혼란을 조속히 정리할 때”라며 전당원투표를 제안한 안 대표의 생각과는 달리, 내홍이 이전보다 더 극으로 치닫는 모습이다.

안 대표는 2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바른정당과의 통합 여부를 묻는 전당원투표를 실시하겠다고 공식 소집했다. 안 대표는 자신의 기자회견 직후 당무위원들에게 오는 21일 당무위원회를 실시하겠다는 공고 메시지를 보냈다.

안 대표는 당무위에서 전당원투표 실시 안건이 통과할 경우 오는 27~29일 K-보팅 온라인투표, 29~30일 ARS투표를 거쳐 31일 최종 투표 결과를 발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안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만약 전당원투표에서 당원이 통합에 찬성한다면 구체적인 절차는 1월부터 밟아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대표는 “(투표는) 가능하면 올해 내로 끝내겠다”고도 했다.

안 대표가 제안한 전당원투표가 당헌 위반이라는 지적도 있다. 당 대 당 통합(합당)은 정당의 대의기관인 전당대회 결정 사항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투표에서 통합을 하자는 결과가 나오더라도 실질적인 합당은 추진할 수 없다. 유성엽 의원은 입장문을 통해 “전당원투표는 정책투표에 관한 사항으로 한정돼있다. 중앙선관위가 합당 등록 서류 자체를 받아주질 않는다”고 설명했다.

정동영 의원도 의총 도중 기자들과 만나 “전당원투표는 원천 무효다. 정당법과 당헌을 위배하고 있다. 평화개혁연대는 총력을 모아서 안 대표 같은 무의미하고 불법적인 국민의당 파괴 행위에 맞서서 전당원투표 저지운동을 펼치겠다”며 “법률가 자문을 거쳐 합당을 밀어붙이려는 전당원투표의 불법성을 검토한 뒤에 당원투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할 것”이라고 했다.

안 대표는 일단 통합을 투표에 부친 뒤, ‘통합 찬성’이 나오면 반대파 의원들을 압박해 ‘실전’인 전당대회를 여는 용도로 이용하겠다는 의도다. 안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서도 “여러 중진의원들도 우리 당의 주인은 당원이라고 직접 말씀하셨다. 그분들 말씀대로 전당원의 뜻을 묻고자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 반대파 의원들, ‘안철수 자진사퇴’ 요구하기로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반대하는 쪽에서는 ‘대표 자진사퇴 촉구’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날 열린 의총에서 반대파 의원들은 ▲안 대표의 일방적 합당 즉시 중단 ▲안 대표의 불통 기자회견 규탄 ▲탈당해서 합당을 추진할 것 ▲안 대표의 자진사퇴 ▲‘호남 정치인’ 관련 발언에 대한 안 대표의 즉각 사과 등의 요구를 하기로 총의를 모으고 결의문을 작성했다.

하지만 단순 결의문은 별다른 효력이 없다. 반대파 의원들은 이 결의문을 시작으로 점차 압박 수위를 높여 가겠다는 생각이다. 호남에 지역구를 둔 한 의원은 통화에서 “(안 대표는) 사퇴를 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제 시작이다. 다수의 의원들이 통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전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동영 의원은 “1975년 독재자 박정희가 독재 유신헌법을 국민투표에 부치면서 ‘부결되면 대통령직을 물러나겠다’고 했었다. 당시 투표율 80%, 74% 득표율로 유신헌법을 존속시켰다”며 “안 대표가 독재자 박정희에게 배운 것 같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의원들의 의사를 무시하고 합당을 강행하려면 스스로 당을 나가서 합치라”고 안 대표의 탈당을 요구했다.

박지원 의원은 국회 본청에서 기자들과 만나 “안 대표, 당원·의원·국민들에게 통합의 통자로 꺼내지 않겠다 이렇게 사기를 쳤다. 오늘은 안 대표의 ‘구상유취’한 정치행태를 확인해준 날”이라며 “저는 통합을 반대하지, 안 대표를 반대하지 않는다. 이제라도 통합을 취소하고 돌아와서 국민의당의 길을 가자고 호소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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