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가 오는 22일부터 보편요금제 논의에 돌입할 예정이다. 그러나 도입 가능성은 낮다. 최근 통신사의 자발적인 요금제 인하로 인해 도입은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뉴시스>

[시사위크=최수진 기자] 보편요금제 도입의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통신사들이 자발적으로 요금제 인하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통신3사의 분주한 움직임으로 도입 가능성은 더욱 낮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행보를 두고 보편요금제 반대를 위한 명분 만들기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제기하고 있다.

◇ 보편요금제 논의 앞두고 통신사 자발적인 요금제 인하?

통신비 인하 논의기구인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이하 협의회)가 오는 22일부터 보편요금제 논의에 들어간다. 첫 의제로 선정했던 ‘단말기 완전자급제’에 대한 논의를 마치고 새로운 의제인 ‘보편요금제’로 넘어가는 것이다.

보편요금제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통신비 인하 중·장기 정책 중 하나다. 기존 3만원대 요금제에 해당하는 통신서비스를 2만원에 제공한다는 것이 골자다. 전기통신사업법을 개정해 시장 지배적 사업자(SK텔레콤)의 보편요금제의 도입과 출시를 의무화 한다는 내용이다. 정부는 보편요금제 도입으로 월 1만원 이상 인하되는 직·간접적인 효과 발생을 기대하고 있다.

문제는 도입 가능성이 낮다는 점이다. 이해관계자 각각의 입장이 극명하게 갈리는 탓에 합의에 이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통신3사는 절대 반대를 고수하고 있다. 반면 시민단체는 통신요금의 보편적 인하를 촉구하는 입장이다. 입장이 좁혀지지 않는다면 도입이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상황에서 통신3사가 갑작스러운 요금제 인하에 나서고 있다. 보편요금제의 도입은 ‘적극’ 반대하는 상황에서 자발적으로 요금제를 개편하는 모순이 발생했다. 심지어 통신3사는 지난 10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보편요금제 도입은 이례적이고 과도하다”는 의견서를 제출한 바 있다.

통신사는 현재 “이례적이고 과도하다”는 입장으로 보편요금제 도입을 반대하고 있다. 월 1만원 가량의 인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보편요금제가 통신사 실적에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 통신3사, 보편요금제 못하게 꼼수 부리나

LG유플러스가 첫 스타트를 끊는다. LG유플러스는 20일부터 8만원대 요금제의 데이터 제공량을 11만원 요금제와 동일한 수준으로 확대한다. 이번 요금제 개편으로 LG유플러스 고객은 2만원 이상의 할인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된 셈이다. LG유플러스는 “8만원대 요금제로 11만원대 요금제 수준의 데이터 생활이 가능하다”며 “통신3사 중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혜택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KT와 SK텔레콤은 현재까지 요금제를 개편하지 않았다. KT는 내년 1월을 목표로 요금제 개편 작업을 진행 중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SK텔레콤은 말을 아꼈다. 양사 모두 빠른 시일 내에 LG유플러스의 기조에 발을 맞출 가능성이 높다.

실제 이들 통신사가 출시하고 있는 요금제에서 답을 얻을 수 있다.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6만원대 요금제 가격이 통신3사 모두 동일하기 때문이다. 단 1원의 차이도 없이 3사 모두 6만5,890원으로 제공하고 있다. 그 외에는 가격대별로는 1,000~3,000원 차이를 보이지만 대부분 비슷한 가격을 책정하고 있다. 요금제에 차이를 두지 않는 통신3사의 가격 정책에 따라 향후 KT와 SK텔레콤도 요금제를 개편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다만 통신3사의 요금제 개편을 두고 일각에서는 부정적인 의견을 보이고 있다. 소비자 대부분이 선택하는 6만원대 요금제가 아닌 초고가 요금제인 11만원대만 한정적으로 개편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신사는 고객의 통신비 부담은 줄이며 실질적 혜택은 최대화한다는 입장이지만 실효성 여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보편요금제 도입을 반대하기 위한 명분을 챙기려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번 요금제 개편으로 보편요금제까지 시행할 여력이 없다는 근거로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통신사의 행보에 따라 협의회에서 진행될 보편요금제의 논의 방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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