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가 내년 맥주부문 실적 부진을 탈출할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하이트진로는 올 한해 그야말로 다시다난한 한해를 보냈다. 맥주 실적 부진 장기화로 ‘경영위기론’이 고조됐고 노조파업이라는 악재도 겪었다. 여기에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까지 겹쳐 마음 편할 날이 없었다. 다만 이같은 리스크 속에서도 한 가지 성과는 거뒀다. 지난 4월 출시한 발포주 신제품 ‘필라이트’가 기대치를 뛰어넘는 선전을 보이면서 분위기 전환에 성공한 점이다.

◇ 맥주 부문 실적 부진으로 경영난 심화 

하이트진로의 맥주부문은 4년 연속 적자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2014년부터 올해까지 누적 적자 규모만 해도 1,000억원에 달한다. 한때 맥주 시장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과시하던 하이트진로는 2011년 오비맥주에게 점유율 1위 자리를 빼앗긴 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오비맥주의 선전과 롯데주류의 맥주시장 진출, 수입맥주의 공세가 더해지면서 시장 점유율은 30% 수준으로 뒷걸음질을 쳤다. 오비맥주는 시장점유율 60%로 하이트진로와의 격차를 크게 벌린 상태다.

이에 하이트진로는 특단의 카드까지 꺼냈다. 지난 3월 전 직원을 상대로 희망퇴직 접수를 받은데 이어 지난 10월에는 공장 3곳 중 가동율이 떨어지는 1곳의 매각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비용 효율화를 통해 실적과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마냥 우울한 소식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하이트진로가 지난 4월 국내 최초로 출시한 발포주 ‘필라이트’가 예상치 못한 깜짝 흥행세를 보인 것이다. ‘필라이트’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의 장점을 앞세워 출시하자마자 높은 판매 성장세를 이어갔다. 판매 6개월째를 맞은 10월 말경에는 누적판매량 1억 캔(355ml 환산기준)을 달성했다. 이는 대형마트, 편의점 위주의 가정채널에서만 판매돼 이룬 성과라는 점에서 주목할만 하다.

필라이트가 인기를 끈 데는 이른바 가성비가 주된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발포주는 주류의 제조 과정에서 만들어진 이산화탄소가 주액에 들어있다가 병뚜껑을 여는 순간 거품이 나는 술로, 맥아 비율이 10% 이하다. 이 때문에 기타주류로 분류돼 기존 맥주 대비 세금이 저렴한 점이 특징이다. 하이트진로는 이처럼 세율이 낮은 점을 이용해 기존 맥주 제품보다 가격을 40% 가량 낮추고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못한 젊은 소비층을 공략했다. 출시 초기 기존 맥주보다 싱거운 맛 때문에 소비자들이 선호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지만 반전의 성과를 냈다.

◇ 발포주 '필라이트'의 선전… 가뭄의 단비  

이같은 필라이트의 선전으로 올해 3분기 하이트진로의 맥주부문은 깜짝 실적 개선세를 보이기도 했다. 하이트진로의 3분기 영업이익은 56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3.9% 증가했다. 이는 소주 부문의 견고한 성장세와 맥주부문의 이익 개선이 영향을 미쳤다.

하이트진로의 발포주 제품인 '필라이트'

물론 필라이트의 매출만으로는 추락한 점유율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필라이트는 대형마트, 편의점 위주의 가정채널에서만 판매되고 있다. 영업 채널의 한정돼 판매 실적을 증진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 맥주 제품의 60% 이상은 식당이나 주점 등 업소에서 유통된다.

다만 시장 평가를 긍정적으로 전환시켜준 점은 고무적인 성과다. 필라이트 선전 후, 하이트진로의 증권가의 평가는 우호적으로 바뀌고 있는 분위기다.

김종욱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하이트진로는 4분기에는 9월 추석 가수요와 10월 공장 파업 영향으로 실적이 부진할 것으로 보이지만 내년부터 맥주부문이 흑자로 돌아서는 등 전체 실적이 개선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침체된 내부 분위기에도 활력을 줬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출시되는 발포주였기 때문에 이 정도까지 선전을 할지는 예측하지 못했다”며 “현재 영업 채널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외부에서 바라보는 시각이 예전처럼 절망적인 것만은 아니라서 다행이다”며 “체질 개선과 맥주 제품 다변화 등을 통해 실적 개선에 더욱 노력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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