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가 대대적인 인력 감축을 추진하면서 하청업체와 일용직 노동자들의 대량 해직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다.

[시사위크=조나리 기자] 조선업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최악의 상황을 벗어나지 못한 채 한 해를 마무리 했다. 내년 전망도 밝지 않은 상황에서 조선업계는 대대적인 인력 감축을 진행 중이다. 문제는 하청업체와 일용직 노동자들의 대량 실직 사태다. 하청업체 노동자들은 업체의 폐업은 물론 임금체불로 장기간 고통을 받고 있다. 여기에 물량팀으로 불리는 일용직의 처지는 더하다. 대부분 아무런 보상 없이 거리로 몰린 일용직들은 정확한 실태 파악조차 되지 않고 방치되고 있다.

◇ 사라진 일용직 노동자들... “최대 피해자”

중소조선사는 물론이고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업계 ‘빅3’는 올해도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희망퇴직과 순차적인 무급 휴직 돌입, 급여 반납, 특근 제한 등 방안도 다양하다. 이들 업체들은 주채권 은행에 제출한 조정안에 달성할 때까지 혹독한 구조조정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그나마도 조선사 직원들은 최소한의 법적 테두리 내에 속하는 경우다. 문제는 하청업체와 일용직 노동자들이다. 지난해 중순부터 정치권을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됐던 조선업 실업사태는 바로 이들의 이야기다. 실제로 조선업 도시인 울산과 경남의 해당 업종 고용보험 감소세는 심각한 수준이다. 올해 11월 만해도 울산의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1만5,800명(30.2%), 경남은 2만1,100명(22.7%) 줄었다.

여기에 보험 조차 가입하지 못하는 일용직 노동자들까지 감안한다면 조선업 실직사태는 국가적 재난에 가깝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뾰족한 대책이 나오지 않은 가운데 조선업 노동자들의 시름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특히 정부의 방치가 길어지면서 일자리를 찾아 해외로 발길을 돌리는 노동자들이 늘고 있어 기술 유출 우려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황우찬 전국금속노조 사무처장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지난해부터 일용직 노동자들이 줄줄이 쫓겨난 후 그에 대한 정부의 무대응이 아직까지 이어진 상황”이라며 “내년 상반기까지 조선업은 어려울 것이고, 이 상태라면 더 심각한 실업 사태가 곧 불어 닥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일용직도 1년 이상 하청업체의 지시에 따라 일을 해왔다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지만 실제 실업급여를 받은 사람은 거의 없다”면서 “전 정부에서 일용직 노동자들에게 실업급여 신청을 하라고 했지만, 어떤 하청업체가 자발적으로 명단을 제출했겠느냐”며 지적했다.

이런 와중에 일부는 3년, 5년씩 중국의 조선업체들과 계약을 맺고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머지않아 ‘세계 최고 기술력’이라는 타이틀도 뺏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황우찬 사무처장은 “중국의 조선업 기술과 한국의 기술 차이가 20년이라고 말하지만 조만간 10년, 5년으로 줄어들 것”이라며 “향후 수주가 들어온다고 해도 꼭 한국에게 맡기라는 법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9월 6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열린 ‘조선하청노동자 대량해고저지 시민사회대책위원회 출범 기자회견’에서 참석자가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 하청 노동자 “朴정부 ‘4대보험 유예’ 조치 당장 풀어라”

지난해 7월 박근혜 정부는 조선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하면서 하청노동자들의 4대보험 납부를 유예했다. 당시 1년간(2017년 7월까지) 시행 방침을 밝혔지만, 올해 또 1년 연장 조치가 내려졌다. 그러나 하청노동자들은 이 조치로 오히려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노총경남본부와 거제통영고성 조선소 하청노동자 살리기 대책위원회는 지난 18일 경남도청 브리핑실에서 국민연금 체납처분 유예조치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유예 조치로 하청업체들이 미뤄온 국민연금 납부액을 하청 노동자들이 떠안게 됐다. 하청업체들이 폐업하면서 유예된 납부액을 지급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4대보험 중 산재보험은 전액 업체가 부담하고, 나머지 고용보험과 건강보험, 국민연금은 업체와 노동자가 반반씩 부담한다. 이 중 산재보험과 고용보험, 건강보험은 하청업체가 체납을 해도 노동자에게 문제가 없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업체가 체납을 하는 도중 폐업을 하면 체납액은 모두 노동자에게 돌아가게 된다.

지난 11월 20일 기준 거제시 조선업종 지원사업장 4대보험 체납액은 약 375억원에 달한다. 이 중 100% 노동자의 피해로 돌아오는 국민연금 체납액만 135억5,000만원이라는 게 대책위의 주장이다. 여기에 거제시와 통영시, 고성군을 합하면 국민연급 체납액은 152억5,000만원에 달한다.

이에 대해 전국금속노조 경남지부 이김춘택 조선하청조직사업부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올해도 삼성중공업에서만 50개 하청업체가 폐업을 했다. 그 상황에서 국민연금 폭탄까지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정부의 멍청하고 황당한 정책이 대량해고로 몰리는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을 더욱 고통에 빠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청업체 노동자들은 정부가 방관자 입장이 아닌 적극적인 중재자로서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김춘택 부장은 “현재 중소기업 하청업체가 노동자들을 해고하지 않고 유급 휴직을 시킬 시 급여의 90%를 정부가 지원하고 있다”면서도 “그런데도 하청업체들이 그 10%를 내기 싫어 지원을 신청하지 않는다. 정부의 특단의 조치가 없는 한 실직 사태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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