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듀오의 이충희 대표. 명품 시장의 큰손으로 불리는 이 대표는 지난 11년간 배당으로만 75억원의 부를 축적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방부>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에트로’(ETRO)의 수입처로 “알 만한 사람은 안다”는 중견기업 (주)듀오. 해외 명품 브랜드의 국내 ‘직구’가 쉽지 않았던 지난 1992년 (주)듀오를 설립한 이충희 대표는 국내 럭셔리 시장의 큰손이자, 왕성한 사회활동으로 노블리즈 오블리제를 실천하는 기업인으로 알려졌다. 특히 ROTC 15기 출신인 이 대표는 군부대 기부금 전달, 국군 장병을 상대로 한 강연 등을 펼치며 애국 기업인의 면모를 보여 왔다.

명품 불모지와 다름없었던 한국에서 빈손으로 시작해 20여년 만에 매출 500억대 규모의 중견기업 CEO가 된 이 대표. 명품의 대중화를 선도했다는 평가를 받는 이 대표의 성공 스토리 이면에는 그간 세간에 알려지지 않은 어두운 구석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당기순이익을 훌쩍 넘는 고배당으로 적잖은 부를 축적해온 것. 지난 11년간 이 대표 오너 일가가 배당으로 벌어들인 돈만 75억원에 달했다.

◇ 노블리스 오블리제?… 11년 배당으로 75억 독식

(주)듀오를 설립한 이충희 대표의 고배당 역사는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상 첫 200억 매출을 달성한 그해 1억원 가량을 배당으로 집행했다. 당시 (주)듀오의 당기순이익이 3억5,952만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배당성향은 28.29%로 비교적 ‘약소’한 수준 이었다.

이듬해 배당성향은 92.70%로 급등했다. 당기순이익의 전액에 가까운 1억4,080억원이 주주를 위한 배당금으로 지출됐다. 이 금액의 대부분은 양재 주주인 이충희, 오윤경 부부(91.33%)의 몫으로 돌아갔다.

회사 운영에 빨간불이 켜진 가운데서도 (주)듀오의 배당은 멈추지 않았다. 2007년 2,223만원의 영업적자와 2억1,519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상황에서, 이 대표는 잉여금의 일부(1억6,202만원)를 자신과 가족들에게 할애했다.

이른 적자 탈출에서 나온 자신감 일까. 7,034만원의 순이익을 거뒀던 2008년 배당 규모는 2억2,337만원으로 대폭 늘어났다. 그해 (주)듀오의 배당성향은 무려 317.57%였다.

이 무렵 주목할 만한 부분은 (주)듀오의 고배당 수혜자가 늘어났다는 점이다. (주)듀오의 지분 구성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이 대표 부부의 아들 이재교 씨가 주주(4.89%)로 등장하면서 배당금의 일부를 챙기게 됐다. 지난해 부친 이 대표로부터 지분 20%가량을 넘겨받은 이재교 씨는 현재 부사장 직함을 달고 (주)듀오의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 적자에도 멈추지 않은 오너 일가의 배당 잔치

이후에도 (주)듀오의 고배당 정책은 계속됐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이 대표 일가에 지급된 배당금은 총 34억7,032만원. 이 기간 (주)듀오가 벌어들인 순이익(68억4,246만원)을 고려하면 평균 배당성향은 50%을 기록한 셈이다.

이는 한국거래소가 밝힌 코스피(25.1%)와 코스닥(14.41%) 상장사들의 평균 배당성향을 2~3배를 넘는 수준이다. 앞서 지적한 2006년과 2007년 때는 물론 (주)듀오가 10년 넘게 오너 일가를 위한 고배당을 실시해 왔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더 큰 문제는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최근 2년 동안에도 (주)듀오의 배당이 멈추지 않았다는 점이다. 3억1,645만원과 2억6,215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던 2014년과 2015년에 각각 10억1,746만원과 10억5,000만원을 배당으로 지급했다.

이 같은 과거 행적으로 미루어 봤을 때, 지난해 6억7,692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주)듀오는 내년에도 실적과는 무관한 연차배당을 실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주)듀오 관계자는 “따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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