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G70는 주행성능 강화를 위해 많은 공을 들였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전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가장 치열한 승부가 벌어지는 ‘격전지’는 럭셔리 D세그먼트다. 자동차 회사 입장에서는 엔트리 모델에 가깝지만, 젊은 층에 브랜드의 가치를 전달하는 시작점이자 브랜드의 전략적 요충지라고 할 수 있어 각 업체가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이러한 요소는 제네시스 G70에게 큰 부담이었다. 제네시스 G70의 상품성으로부터 장기적으로 G80, EQ900, 혹은 차후에 발매된 제네시스 SUV 모델까지 브랜드의 이미지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제네시스는 G70의 주행성능에 가장 심혈을 기울였다. 디자인과 마케팅 역시 중요하지만, 가장 기본이 돼야할 것은 주행성능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후발주자로서 기존 경쟁모델들을 넘어 장기적 경쟁력을 지니기 위해서다.

현대자동차그룹 HMG 저널에 따르면, 제네시스 김한재 PM(프로젝트 매니저)은 G70 개발에 중점을 둔 부분에 대해 “G70가 진입하는 시장은 기본적으로 주행성능이 뒷받침이 되지 않으면 성공하기가 어렵다”며 “주행성능을 중시하는 소비자일수록 D세그먼트 차량을 많이 구입했고, 그 성능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는 경향을 보인다. G70는 주행성능으로 그 대표적인 차량인 BMW 3시리즈와의 정면 대결을 선포했다”고 말했다.

G70는 정교하고 정제된 주행성능을 위해 G70만을 위한 서스펜션을 신규 개발했다.

◇ 차원이 다른 주행성능, 치열한 고민의 산물

제네시스 G70는 국내·외 기자 시승에서 단순히 긍정적인 평가가 아닌 놀랍다는 반응을 이끌어냈다. 탄탄한 차체의 움직임과 경쾌한 가속력은 동급에서 가장 밸런스가 뛰어나다는 BMW 3시리즈와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았고, 특히 신생 브랜드라는 점에서 놀라움을 자아냈다.

주행성능을 강화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튼튼하고 효율적인 플랫폼, 차체 경량화, 주행성능을 위한 엔진 개선, 이 외에도 매끈한 변속기, 도로의 굴곡을 잘 잡아줄 수 있는 서스펜션, 스티어링 휠의 민첩함까지 많은 부분이 조화롭게 합쳐져야 한다.

제네시스 G70는 주행성능 강화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통해 완성됐다. 핫스탬핑 확대 적용 기반의 차체 강건화 설계, 동급 최저 전고에 의한 저중심 설계, 30kg이 넘는 알루미늄 적용 및 경량화 설계, 그리고 최적의 섀시계 사양 선정 등 주행성능을 결정짓는 많은 요소를 보강했다.

우선 운전자가 퍼포먼스를 제대로 느낄 수 있도록 고성능 엔진 탑재 및 최적의 중량 배분을 고려해 엔진룸의 레이아웃을 최적화했으며, 고속주행 또는 한계 선회 주행 등 극한의 주행 조건에서 안정감과 역동성을 동시에 느낄 수 있도록 최대 중량물인 파워트레인을 하향·후방 배치하고 착좌 위치를 낮춰 무게중심을 아래로 내렸다.

무게중심이 낮아지면 더 외부의 자극으로부터 더 안정적인 환경을 만들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차량은 무게중심을 낮춰야 안정감을 높일 수 있다. 주행 시 착좌 위치가 낮아지면 더욱 다이내믹한 드라이빙이 가능하다.

G70는 정교하고 정제된 주행성능을 위해 G70만을 위한 서스펜션도 신규 개발했다. 전륜 서스펜션은 맥퍼슨 멀티링크 타입을 채택해 가상 조향축을 활용해 조타 시 차량의 즉각적인 반응을 이끌어냄으로써 다이내믹한 주행성능을 강화했으며, 후륜 서스펜션은 급선회 시 및 급가속, 급제동 등 다양한 주행조건에서 최적의 성능을 구현할 수 있도록 멀티5링크를 적용함으로써 어느 주행 노면에서도 차량의 스핀을 방지함은 물론 최고의 안정성을 확보했다.

또한 제네시스 G70는 높은 주행성능을 감당하기 위해 고강성 차체 개발을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파워트레인과 차체의 하부(언더바디)가 만나는 곳인 입력점은 차체의 하중이 집중되는데, G70는 이 입력점 강성을 증대시키고, 언더바디와 어퍼바디의 연결성 강화, 엔진룸 스트럿바 적용, 구조용 접착제 사용 부위 확대 등으로 차체 골격의 강성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높였다. 이러한 노력은 안전한 차를 증명하는 동급 최고 수준의 충돌성능으로 결실을 맺었다.

제네시스 플랫폼개발실의 손동주, 채성우, 김주남 책임연구원은 현대자동차그룹 HMG 저널을 통해 “G70 개발 주안점을 스포츠 드라이브의 즐거움과 안정성 확보의 조화에 뒀다”며 “주행성능 구현을 위해 기어박스 위치를 휠센터 쪽에 최대한 가까이 배치한 덕분에 서스펜션 특성을 빠르게 반응할 수 있도록 설정할 수 있었다. 조종 안정성과 관련해서는 당사 최초로 어시스트암 후치 타입을 적용, 어시스트암의 위치를 휠 센터 전방에서 후방으로 옮겨 선회 시 타이어 거동을 좀 더 잘 받쳐주기 때문에 차가 스핀이 나지 않게끔 특성을 설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디자인도 어떻게 보면 성능으로 볼 수 있는데 낮은 전고를 가진 스포츠 세단을 만든다는 것 자체가 주행성능 강화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라며 “이를 위해 차의 크기를 줄이고, 전고를 낮추면서 G70는 상급 모델인 G80와 비교해 충돌 유효 공간이 줄어들어, 새로운 플랫폼 개발하게 됐고, 충돌성능에서 G80 수준을 달성하는 의미있는 성과를 냈다”고 덧붙였다.

G70는 동급에서 가장 밸런스가 뛰어나다는 BMW 3시리즈와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평소에도 느낄 수 있는 G70의 세밀함

주행성능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요소는 역시 속력이다. 빨리 달리는 것이 차의 전부는 아니지만 빠른 가속력을 빼고 스포츠 세단을 말할 순 없다.

G70는 국내에서 개발된 차 중 최고 기록인 4.7초의 제로백 수치를 자랑하며 제네시스 모델로는 처음으로 런치 컨트롤(스톨 발진 모드)을 적용했다.

스포츠 모드에서 ESC Off 버튼을 길게 누르면 전환되는 스톨 발진 모드는 초반 가속 시 직진 안정성을 확보하고 가속시간을 최소화한다. 더불어 스포츠 모드에서 강렬하게 터져 나오는 엔진 사운드는 속도를 즐기는 운전자를 매료시키기에 충분하다.

제네시스 동력개발팀 김영권 책임연구원은 경쟁차와의 비교에서 G70의 장점을 다음과 같이 꼽았다.

“‘펀 투 드라이브’ 강화를 위한 스포츠 매뉴얼 모드에서 RPM이 높아져도 자동으로 변속되는 걸 막아 좀 더 스포티한 주행이 가능하도록 하는 자동 업시프트 금지 기능을 소개하고 싶다. 개발 초기 비어만 부사장께서 ‘좀 더 극한 성능을 추구하는 고객만이 경험할 수 있는 선택지를 주자’고 했고, 개발진들은 일종의 스포츠 플러스 모드로 자동 업시프트 금지 기능을 추가해 그 결과 이 기능을 통해 운전자는 좀 더 다이내믹하고 민첩한 주행성능을 경험할 수 있게 됐다.”

물론 G70는 일반적인 주행 상황에서의 성능 향상을 위해서도 심혈을 기울여 제작됐다.

예를 들면, 주행 중 앞차와 거리가 멀어지는 것 같아 차속을 적당히 올려 가속할 때도 차가 내 마음처럼 반응해 주는 과도함 없는 민첩한 반응성을 위해 개발진은 액셀러레이터의 응답 지연이 있을 경우 나타나는 찰나의 답답함마저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일상적인 주행에서의 깔끔하고 부드럽게 잘 나가는 느낌, 그 미묘한 디테일이 결국 승차감의 차이를 만들기 때문에, 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엔진 토크와 댐퍼 클러치 제어도 바꾸는 등 방법을 찾고 모색하는데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는 설명이다.

특히 제네시스 G70는 최고 성능의 엔진과 압도적인 엔진 파워를 차체 안정성과 잘 조율해 어느 경쟁차와 비교해도 성능에 자신 있음을 강조한다. 엔진이 커지면서 고속감을 높이는 동시에 큰 엔진을 장착했음에도 차가 무겁지 않고 코너링이 민첩한 한편, 운전의 재미를 극대화한 빠른 가감속, 안정성의 조화를 추구했다는 것이다.

디스플레이에 G-Force(중력가속도) 표시 기능을 넣은 것 또한 G70의 우수한 주행성능에 대한 자신감이 표현된 부분이다.

고성능차성능개발1팀 최장한, 오승철 책임연구원은 양립하기 힘든 두 요소인 터프함과 안정감을 조화시킨 것과 관련해 “G70 프로젝트는 선행개발 기간이 종전에 비해 3배 이상 소요된 모델로 뛰어난 전문인력들이 보다 많은 시간을 투자해 선행개발에 매진한 만큼 완성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한 내용에선 G70의 완성도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 알 수 있다.

“특히 5년 동안 집중해서 개발을 진행한 부분이 있는데, 핸들을 돌렸을 때 지연 없이 조타 앵글의 데드밴드(핸들을 좌우로 움직여도 움직이지 않는 영역)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다. 차체 강성, 타이어, 스티어링 시스템, 전자제어 시스템 등이 다 연관돼 있기 때문에 어느 한 곳이라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데드밴드가 커져 조타를 조금만 해도 차가 바로 반응하게 만들기가 굉장히 어렵다. 개발자들은 이를 ‘조타 다이렉트감’이라고 하는데, 이게 곧 고성능 차 마니아들이 좋아하는 ‘차와의 일체감’으로 G70는 이에 역점을 두고 개발된 차다. 스티어링 휠을 돌렸을 때 바로 움직이는 것, 가속 페달을 밟았을 때 가뿐히 가감속 되는 반응. 이를 극대화하기 위해 선행개발 단계부터 정말 많이 노력했다. 결과적으로 G70의 일체감은 동급 최고 수준임을 자신한다.”

G70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수없는 개발과 튜닝을 통해 완성됐는데 독일 뉘르부르크링 현지에서는 주행 성능 최적화를 위해 노력했으며, 자세제어장치의 개입을 개선하고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스웨덴 동계 테스트를 비롯해 1년 동안 방문한 현지 시험장이 7-8곳에 이른다.

남양연구소 내에는 R&H 성능을 한 단계 올리기 위한 고성능 시험장도 신축됐다. 이곳엔 우천 시 도로 환경처럼 물이 계속 흐르는 중에 차를 운행할 수 있는 웻 핸들링 서킷(Wet Handling Circuit) 같은 고가의 설비가 갖춰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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