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태곤 강원랜드 신임 사장이 22일 취임식을 가졌다. <강원랜드 제공>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대규모 취업비리가 드러나는 등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강원랜드가 새로운 수장을 맞았다. 문태곤 신임 사장이 그 주인공이다. 취임하자마자 “통렬한 반성”을 강조한 그가 시급한 당면과제인 강원랜드 혁신에 성공할지 주목된다.

강원랜드는 지난 21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새로운 경영진을 선임했다. 각각 4명의 후보가 이름을 올렸던 대표이사와 부사장 자리엔 각각 문태곤 신임 사장, 한형민 신임 부사장이 선임됐다.

문태곤 사장은 행정고시 24회 출신으로 감사원에 몸담았다. 2006년 12월엔 노무현 정부의 마지막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공직기강비서관으로 임명되기도 했다. 이후 다시 감사원으로 돌아와 기획관리실 실장과 제2 사무차장 등을 지낸 뒤 2010년 퇴임했다. 퇴임 후에는 삼성생명 상근감사로 활동했고, 지난 7월엔 법무법인 화우에 고문으로 영입됐다.

이력에서 알 수 있듯, 문태곤 사장은 감사, 공직기강 등에 정통한 인물이다. 실무에서도 좋은 능력을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러한 문태곤 사장의 선임은 현재 강원랜드가 처한 상황과 맞닿아있다. 강원랜드는 올해 대규모 채용비리가 드러나는 등 그동안 비리 관련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올해 처음 대상기관으로 포함된 국민권익위원회 청렴도 측정 결과에서는 줄줄이 최하점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문태곤 사장을 향한 우려의 시선도 존재한다. 낙하산 꼬리표를 떼긴 어렵기 때문이다. 문태곤 사장은 앞서 언급했듯 노무현 정부의 마지막 공직기강비서관이었다. 아울러 함께 선임된 한형민 부사장 역시 2012년 대선 당시 안철수 캠프에 합류한 이력이 있긴 하지만,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행정관으로 활동했던 인물이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노무현 정부 청와대 인물들이 나란히 강원랜드 최고위 자리에 앉게 됐다.

강원랜드가 위치한 정선 지역의 ‘지역 살리기 공동추진위원회(공추위)’는 문태곤 사장 선임 소식이 전해지자 “그동안 정치권 낙하산 인사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고 이번만은 다르겠지 하고 기대했지만, 기대가 무너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며 낙하산 인사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또한 강원랜드 위기 극복, 폐광지역 경제 회생 등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혀 낙하산 인사가 아님을 증명하라고 요구했다.

주민들이 이 같은 우려를 나타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강원랜드는 그동안 낙하산 인사의 잔혹사가 계속된 곳이었다. 특히 바로 직전 수장이었던 함승희 전 사장은 검사 출신이자 낙하산 꼬리표가 붙은 인물이라는 점에서 문태곤 사장과 닮은 구석이 있었다. 그 역시 강원랜드의 방만과 비리를 바로잡을 것이란 기대를 받았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이처럼 기대와 우려의 시선을 동시에 받고 있는 문태곤 사장은 22일 취임식에서 자신의 첫 번째 임무를 ‘내부 혁신’이라고 천명했다. 그는 “강원랜드가 국민 신뢰를 얻고 설립목적을 달성하려면 과거 잘못에 대해 통렬한 자기반성과 이를 바로잡기 위한 단합된 노력이 절실하다”며 “아무리 외형적으로 급성장을 이루고 국가와 사회에 재정적 기여를 했더라도, 내부 잘못된 관습을 혁파하지 못하면 기업으로서 존재 가치를 잃게 되는 것이 오늘날 사회 분위기이고 국민 인식”이라고 강조했다.

문태곤 사장이 땅에 떨어진 강원랜드의 위상을 제자리로 되돌려 놓을 수 있을지, 아니면 낙하산 잔혹사를 이어가게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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