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연 씨가 생전에 남긴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를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랐지만 사건 당시엔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재수사 사건으로 선정될 경우 공개 가능성이 적지 않다.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9년여 만이다. ‘신인 배우’ 장자연 씨의 사망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회 내부에서 이른바 ‘장자연 사건’을 검찰과거사위원회에 제안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과거사위원회는 말 그대로 과거 검찰 조사에서 논란을 샀던 사건을 바로 잡기 위해 출범한 기구다. 다시 말해 재조사가 필요한 사건을 선정하는 것이다. 이미 25개 사건 리스트를 만든 것으로 알려졌으나, 내달 중순까지 조정 단계를 거칠 계획이다.

◇ 성상납 입증, 전 매니저의 침묵, 모종의 세력 ‘어떡해’

따라서 아직 재조사가 확정된 사건은 없다. ‘장자연 사건’ 역시 개혁위원회에서 “논의한 정도”에 불과한 상태다. 하지만 여론은 뜨겁다. 자살을 택하기 직전까지 배우의 꿈을 놓지 않았던 장자연 씨에 대한 위로였다. 아울러 사건 당시 ‘봐주기’ 의혹을 샀던 검경에 대한 불신의 표현이었다. 실제 해당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사람은 기획사 대표와 매니저 등에 불과했다. 술접대 및 성상납 강요 의혹을 받은 유력 인사들은 ‘혐의 없음’ 처분을 받았다. 피해자는 죽음으로 억울함을 호소했으나, 가해자는 없는 셈이다.

사건을 다시 살펴보기 위해선 장자연 씨가 생전에 남긴 문건 내용의 진위 여부가 먼저다. 문건에 따르면, 장자연 씨는 소속사 측의 강요와 협박으로 31명에게 100번이 넘는 접대를 했다. 연예기획사와 제작사 관계자뿐 아니라 대기업, 금융기업, 언론사 관계자까지 다양한 인사들이 그를 “노리개 취급”했다. 이 같은 진술로 문건은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로 불렸다. 리스트에 이름이 적힌 인사들로선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일단 문건은 진짜다. 사건 당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필적 감정을 의뢰한 결과 필체가 동일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성상납에 대한 입증이 어렵다는 점이다. 이전에도 경찰 측은 해당 문건에 ‘잠자리 강요’로 적힌 부분이 한 차례인데다 목격자가 없어 사실상 수사를 포기했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장자연 씨의 전 매니저 유모 씨의 진술이다. 그는 장자연 씨가 남긴 문건의 모든 내용을 직접 본 유일한 사건 관계자다. 당초 장자연 씨의 죽음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기자회견까지 자처했지만 정작 회견장에서는 침묵을 지켰다. 때문에 일각에선 유씨가 모종의 세력으로부터 협박을 받고 있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장자연 씨가 남긴 문건은 필체를 확인한 결과 진짜로 밝혀졌다. 관건은 문건의 입증 여부다. 사건 당시 이를 덮으려는 시도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진 만큼 향후 수사 결과에 따라 파문이 예상된다. <뉴시스>

결국 ‘장자연 사건’을 덮으려한 세력이 있다는데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검경은 수사 의지가 약했고, 유씨는 입을 닫았다. 특히 사건을 수사했던 경찰 측의 설명이 아이러니하다. 당시 사건 책임자는 수사 결과 브리핑에서 “경찰 판단으로는 만약 소속사 대표가 고인에게 술접대 자리에 나오라고 강요했다 하더라도 감독들에게 얼굴을 보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 이를 강요로 보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피해자가 ‘강요’라고 주장한 내용을 경찰에서 달리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원점이다.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선 ‘장자연 리스트’가 공개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건 당시엔 공개되지 않았다. 하지만 재수사 과정에서 공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유족의 입장도 고려돼야 할 부분이다. 당초 공개를 원치 않았던 유족들은 문건을 소각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해당 문건이 2009년 3월 한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그때 유족들은 마음을 바꿔 철저한 수사를 요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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