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경기 호황을 이끌었던 국제 교역량의 증가세는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위험요인이 없지는 않다. 사진은 일본 도쿄의 항구. <뉴시스/AP>

[시사위크=현우진 기자] 2017년은 선진국과 신흥국을 가리지 않고 경제계에 훈풍이 불었던 한 해였다. ‘트럼프 이슈’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등 불안요인이 없지 않았음에도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은 3.5~3.7%라는 호성적을 거뒀다. 이제 세계경제가 10년 전 발발했던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에서 완전히 벗어났다는 평가도 나오는 중이다.

한편 새해가 다가오면서 언론‧연구소‧금융기관 등 각계는 2018년 경제전망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올해만큼은 아니지만, 내년에도 세계경제는 양호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분석이 대다수였다.

◇ 신흥국 호조‧선진국 회복흐름 내년에도 유효할 듯

아시아 신흥국과 자원수출국 다수는 올해 상당히 양호한 경제지표를 기록했다. 특히 국제교역 증가세에 대한 기여도가 높았다. 올해 1~9월 신흥국의 교역 탄성치(경제성장률 대비 교역증가율)는 1.54로 작년(0.12)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중국이 1.6, 인도가 2.0을 기록했으며 브라질‧아르헨티나는 4를 넘어섰다. 한편 원유를 비롯한 국제원자재 가격이 예년 수준을 회복하면서 대표적 자원수출국인 러시아의 경우 교역 탄성치가 동기간 -1.0에서 11.2로 급증했다.

국제무역의 활황을 이끈 신흥국의 교역성장세는 내년에도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행은 22일 발표한 ‘글로벌 교역 여건 점검 및 전망’ 보고서에서 “내년에도 주요국 수입수요가 견조한 증가세를 보이면서 교역 탄성치가 1을 상회할 전망이다”고 밝혔다. 인도·아세안(ASEAN)은 내년에도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것이 확실시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감산합의를 충실히 이행하는 중이며, 외신과 일부 산유국들은 적정유가로 70~80달러를 제시한 바 있다. IMF는 2018년도 세계교역 탄성치를 1.09로 예상했다.

미국·유럽연합(EU)‧일본 등 선진국도 긍정적인 경기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선진국의 올해 1~9월 교역 탄성치 평균은 1.20이었으며, 투자심리가 호전되면서 미국의 기업수익은 6.2%, 일본은 18.2% 증가했다. 금융위기 전 2%대 중반이었던 선진국의 평균 경상수지 적자폭은 올해 상반기 중 0.4% 가량으로 축소됐다.

다만 이들이 당사자로 참여하고 있는 브렉시트 협상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은 내년 국제경제 흐름을 바꿔놓을 변수가 될 수 있다. 협상의 주체가 워낙 거대한 경제권을 형성한 국가들이다보니 천문학적 금액과 수많은 일자리의 존폐가 걸려있다. 스탠포드 대학의 경제학 교수이자 백악관의 경제참모를 역임했던 마이클 제이 보스킨은 ‘프로젝트 신디케이트’에 실은 기고문을 통해 “브렉시트는 단순한 지역적 이슈가 아니며, 트럼프 대통령은 참가자 모두가 패배하는 협상을 시작했다. 이 협상들이 현재의 경기회복세를 해치지 않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과 FTA 재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한국이 안고 있는 고민이기도 하다.

◇ 내년 기상도는 미국 ‘맑음’, 중국 ‘구름 약간’

오랫동안 세계경제의 성장세를 대표하던 것은 중국이지만, 2017년의 주인공은 미국이었다. 미국은 올해 사실상의 완전고용을 달성하고 다우존스 주가지수가 연일 최고치를 갱신하는 등 확연한 경제성장기에 접어들었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러 나선 트럼프 대통령에 비해 시진핑 주석의 중국은 몸을 웅크리고 더 먼 미래를 바라보는 중이다.

법인세 최고세율을 대폭 낮춰 기업계의 환심을 산 트럼프 대통령은 이제 1조달러 규모의 인프라투자에 착수하려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대선공약 중 하나였던 인프라투자계획은 건강보험·세법개정 등 시급했던 현안들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서 다시 논의의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금요일(현지시각) 트위터를 통해 “인프라투자는 미국 경제를 위해 민주당과 공화당이 함께 서기 좋은 출발점”이라고 밝혔다. 다만 블룸버그는 양당이 각종 이슈에 대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이상 트럼프 대통령이 인프라투자계획을 본격적으로 다루는 것은 2018년 중간선거가 지난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올해 전당대회를 통해 시진핑 중심의 국가운영체계를 확고히 한 중국은 정반대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투자를 바탕으로 한 양적성장 대신 기술력 향상과 내수시장 확대를 통한 안정성장을 좇고 있기 때문이다. 2006년 63.5%였던 중국의 무역의존도(GDP 대비 총 수출입)가 2016년엔 32.4%로 급락한 것이 대표적이다. 한국은행은 “중국 정부가 2000년대 중반부터 모색해온 소비 중심의 성장구조로의 전환이 세계교역 증가세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내년엔 같은 흐름이 심화될 위험이 있다고 분석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