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6월 삼성전자서비스센터 하청업체에서 해고된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소속 노동자가 반 년째 복직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시사위크=조나리 기자] 노조 설립부터 주요 요직을 맡으며 사측에 ‘미운털’이 단단히 박힌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소속 노동자가 반 년째 복직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정찬희 서울지부 부지부장은 2015년 9월 센터 사장에게 “급여 산정 자료를 보여달라”는 요구를 거절당하자, 홧김에 사장의 오른팔을 움켜잡은 혐의로 벌금 70만원을 선고받고 올 여름 해고까지 됐다.

사건 발생 후 해고까지 2년이란 시간 동안 정 부지부장은 실적 우수 사원으로 포상을 받기도 했다. 노조 측은 정 지부장의 해고 조치가 사측의 부당노동행위라고 주장했으나, 서울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는 해고가 적법하다고 결정했다.

◇ 노조 “정찬희 부지부장, 노조설립부터 주요 역할 도맡아”

이 사건 대리인과 노조 측은 정 부지회장에 대한 징계 자체가 부당하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다만 해당 조치가 노조에 대한 표적 징계의 연장선이라는 점과, 해고까지는 과하다는 점 등이 노조 측의 주장이다. 실제로 삼성전자서비스센터는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저성과자 일반해고 논란으로 지난해 곤혹을 치른바 있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에 따르면 정 부지회장은 서울권역 대위원, 분회의장, 영등포센터 분회장 등 노조설립부터 현재까지 주요 요직을 맡아왔다. 삼성전자서비스(이하 삼성)가 지난해 저성과자 일반해고 카드를 꺼내들 때 가장 먼저 명단에 올랐던 조합원도 정 부지회장이었다. 삼성의 저성과자 해고 도입 시도는 2015년부터 2016년까지 언론에 오르내리며 주목을 받았다. 이를 저지하기 위한 노조의 투쟁이 전국적으로 확대되면서 결국 삼성은 일반해고 지침을 조용히 철회했다.

<시사위크>가 노조 측으로부터 제출받은 서울지방노동위원회 판정서에 따르면 정 부지회장은 2015년 9월 21일 사장에 대한 폭행(오른팔을 움켜잡아 전치 2주의 상해입음)으로 2016년 1월 21일 해고 통보를 받았다. 정 지부회장이 닷새 뒤 징계처분에 대한 재심을 신청했지만, 사용자 측은 재심 결정에 대해 아무런 의사를 통보를 하지 않았다.

사용자의 재심 결정이 없는 상태에서 계속 근로를 제공했던 정 부지회장은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올해 2월 26일 다시 징계위원회에 출석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결국 지난 6월 15일자로 해고가 확정된 정 부지회장은 현재까지 복직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대해 주민영 공인노무사(민주노총 법률원)는 “폭행 사건 후에도 정 부지회장이 2년 동안 성실하게 근무하며 포상도 받았기 때문에 해고가 될 만큼 사용자와 신뢰관계가 무너졌다고 보지 않는다”면서 “또한 1년간 재심 결정을 미뤄왔다가 다시 새로운 재심위원회를 열고 해고를 통보한 사용자 측 행위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주민영 노무사는 “2013년에도 해당 센터에서 직원 간에 폭행 사건이 있었고, 당시 폭행행위와 피해 결과가 훨씬 심각한데도 사장은 가해 직원에게 정직 2개월의 처분만 내렸다”면서 “해고는 어떤 특정 행위만 볼 것이 아니라 그 후의 당사자의 관계와 유사사건 징계 현황 등 제반 상황을 모두 고려해서 적법성을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거 폭행 사건 피해자는 가해자로부터 나무막대기로 뒤통수를 가격 당해 뇌진탕 진단을 받고 3개월간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16년 2월 1일 전국금속노동조합 삼성전자서비스지회가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본관 앞에서 ‘삼성의 선제적 성과자 일반해고 도입 규탄, 노조 간부 표적 징계 규탄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 미운털 징계?... “입증 어렵네”

정 부지회장의 해고 처분이 노조 탄압의 일환이라는 노조 측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사용자가 근로자를 징계함에 있어 실질적으로 노동조합활동을 이유로 징계한 경우는 부당노동행위지만, 다른 징계사유가 있다면 비록 사용자가 근로자의 노동조합활동을 못마땅하게 여긴 흔적이 있더라도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들었다.

그러면서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이를 주장하는 근로자에게 입증책임이 있다고도 덧붙였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은밀하게 이뤄지는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를 근로자가 입증하기엔 무리가 따른다는 지적이 나온다.

류하경 변호사(법률사무소 휴먼)는 “사용자는 노조활동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는다”면서 “인사조치 또한 노조활동으로 인한 조치라는 점을 입증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에서는 ‘뭐 그 정도 발언가지고’하는 경향이 있지만 독일이나 프랑스에서는 사용자의 말을 가볍게 여기지 않는다”면서 “지나가는 말이라도 근로자들의 업무나 근무환경에 영향을 미친다면 중요한 정황증거로 본다”고 설명했다.

류하경 변호사는 “해고가 되기 전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지 않은 점, 2년 동안 근무하며 포상금도 받았던 점 등을 감안하면 정 부지회장에 대한 해고 처분이 인사권 남용으로 볼 여지도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측은 지난해 2~5월 노조간부 및 조합원들에 대한 표적 징계와 저성과자 낙인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전국적으로 개최했다.

라두식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장은 지난해 2월 1일 기자회견에서 “2016년 새해가 밝자마자 천안과 서산센터에서 조합원들이 징계 됐다. 1월 22일엔 영등포센터 전·현 분회장 징계, 1월 29일엔 부지회장이 있는 분당센터 폐업 권고까지 있었다”면서 “동료의 해고가 나의 일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 노동개악 지침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강고한 투쟁을 벌이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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