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 우원조 
▲17대 국회의원 정책비서관 ▲18대, 19대, 20대 국회의원 정책보좌관 ▲19대 전반기 국회부의장 연설비서관 ▲부산대 대학원 정치학 석사

세계적인 기업가 앤드루 카네기는 그의 사무실에 한 폭의 그림을 늘 걸어 놓았다. 이 그림은 썰물 때 밀려와 해변 모래밭에 걸려 있는 낡은 배 한 척을 그린 것인데, 그 밑에는 “반드시 밀물 때가 온다”라는 글귀가 쓰여 있었다. 포기하지 말고 때를 기다리라는 교훈을 담고 있는 이 글귀는 카네기의 좌우명이 되었고, 그가 성공하는 힘이 됐다.

대한민국 정치권에도 끈기를 가지고 ‘때를 기다려’ 성공한 계보가 있다. 10년 걸려 친문(親文)으로 부활한 친노(親盧)계이다.

친노는 2007년 대선 패배 직후에 ‘폐족’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정치적 위기에 몰렸다. 지금이야 문재인 대통령, 안희정 충남도지사 등 리더급 정치인이 대거 등장했지만, 당시만 해도 구심점이 될 만한 차기 리더가 없었다.

그러던 친노가, 2009년 5월 23일 노무현 대통령 서거를 기점으로, ‘사람사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꿈의 틀 안에서 다시 뭉쳤다. 그 힘으로 2017년 5월 9일,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화려하게 부활했고, 올해 대한민국 정치판의 챔피언 타이틀은 친노가 쟁취했다.

반면, 꼴찌는 친박(親朴)계다. 최근 자유한국당의 최대 계보를 자랑해온 ‘친박계’가 최대 위기를 맞았다. 당 원내사령탑을 ‘친홍(親洪)’에게 내주면서 당을 장악할 수 있는 수단이 사실상 없어졌다. 계보가 붕괴 위기에 놓여 있는데, 맏형 격인 서청원․ 최경환 의원은 새로운 구심점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험난한 정치적 굴곡을 겪을 것이 예상된다. 그러나 2017년 한해를 마무리하는 지금 이 순간, 어디선가 친박도 친노처럼 화려한 부활을 꿈꾸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현재 친박은 10년 전 친노보다 유리한 입장이다. 대구·경북(TK)이란 확고한 지역기반을 가지고 있고, 20대 총선까지 2년이란 시간이 남았고,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선 친홍과의 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가능성도 크다. 하지만 정치공학적으로 그렇다는 것이니, 지켜볼 일이다.

정치판에선 영원한 승자도 영원한 패자도 없다. 권력에 취해 방향을 잃고 가다보면, 결국 길을 잃고 다른 세력에게 권력을 빼앗기게 된다. 역사는 그렇게 반복되어 왔고, 인간 사회가 존재한 이후로 그것은 단 한 번의 예외 없이 진리였다.

지금 대한민국의 승자는 영원할 수 있을까? 오랜 역경을 딛고 되찾은 권력에 취하지 않고 진정으로 나라와 국민을 위해 그 권력을 사용할 수 있을까? 영원할 순 없어도 어쩌면 꽤 오래 그 권력을 유지할지도 모른다. 다만, 다른 세력들이 빨리 그들의 나아갈 길을 찾지 못한다면 말이다.

2017년의 끝자락에서, 친노·친문에게 말하고 싶다. 10년 전에 품은 초심을 버리지 말고 꼭 ‘사람사는 세상’을 만들어 달라고.

국민에게 버림받은 친박에게도 말하고 싶다. 지난 시간을 반성하고 진정 국민의 꿈과 희망을 품는다면 “반드시, 밀물 때가 온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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