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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인터뷰] 문희상 의원 “적폐청산, 이제는 국회가 준비에 나설 때”
문희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된데 대해 ‘군주민수’라는 사자성어를 떠올렸다. 그는 “임금은 배, 백성은 물이다. 물이 있어서 배는 뜨지만 물이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면서 “국민의 엄청난 힘에 국회도 탄핵안을 의결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한 번도 하기 힘들다는 비대위원장을 두 차례 지냈다. 18대 대선 패배로 위기에 몰린 당의 정상화 작업을 이끌었고, 세월호 참사로 꽉 막혀있던 정국에 물꼬를 텄다. ‘구원투수’ 전문가로 불리는 이유다. 이제 마지막 등판을 준비하고 있다. 내년 5월 예정된 20대 국회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에 출마의 뜻을 밝혔다. 여야가 인정한 협상력을 내세워, 적폐청산을 뒷받침할 제도적 보완은 물론 신뢰와 사랑을 받는 국회로 거듭나는 데 남은 힘을 쏟아 붓기로 결심했다. 바로 문희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얘기다.

문희상 의원은 “절박하다”고 말했다. 1년여 전 광장에서 몸소 느꼈던 촛불민심의 열망과 맞닿아있었다. “국회가 살아야 민주주의가 살아난다”고 생각한 것. 그는 박근혜 정권에서 무너진 의회를 바로 세우는데 자신의 역할을 찾았다. 여기엔 “의회주의자로 기록되고 싶다”는 문희상 의원의 꿈이 담겨있다. 인터뷰는 지난 27일 국회 집무실에서 진행됐다. 다음은 일문일답.

문희상 의원은 과거 혁명의 경험을 떠올려 “역주행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래서 좀 더 비장한 각오가 필요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 국회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안이 가결된 지 1년이 지났다. 소회가 어떤가.
“대한민국 헌정사에 유례가 없는 엄청난 일을 치렀다. 현역 대통령에 대한 최초의 탄핵 결의아닌가.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하는 대통령에 대해 당시 압도적인 표를 갖고 있는 여당 일부에서도 탄핵에 찬성했다. 이것이 첫 번째 의미다. 여대야소가 깨졌다. 야당은 물론 여당도 가담하면서 의회가 합법적으로 탄핵을 의결한 것이다. 여기엔 국민들의 힘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연인원 1,700만의 국민들이 촛불을 밝혔다. 전국민의 3분의 1이 한데 모여서도 쓰레기 한 톨 남기지 않았고, 피 한 방울도 흘리지 않았다. 세계만방에서 불가사의한 일이 기적처럼 일어난 것이다. 그만큼 우리 국민의 민주주의 성숙도가 높다는 뜻이다. 이것이 두 번째 의미다. 절대 권력에 도전한 민주주의의 쾌거 속에 국민적 함성이 어우러져 있었다. 그래서 역사를 바꿀 수 있었다.”
 
- 촛불정국 당시 국민들의 실망과 분노가 컸다.
“촛불집회를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다녀왔다. 새 시대에 대한 국민적 열망이 얼마나 뜨거운지 몸소 느꼈다. 한편으론 두려웠다. 과거 세 차례에 걸쳐 촛불민심과 같은 민의를 지켜봤고, 그 결말이 뒤집혀 무위로 돌아간 상황을 목도했다. 제가 열다섯 살에 4·19혁명을 시작으로 5·18민주화운동과 6·10민주항쟁을 겼었다. 모두 국민에 의해서 절대 권력이 뒤집혀졌다. 그런데 역주행을 하더라. 5·16군사정변이 일어났고, 신군부가 등장했고, 노태우 전 대통령이 당선됐다. 완벽한 새 세상이 왔다고 믿었지만 그게 아니었다. 그래서 두려웠다. 지금도 역주행 가능성을 아주 배제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끝까지 성공하려면, 국민들이 눈을 부릅뜨고 지켜봐야 한다. 대통령도 굳센 의지가 필요하다.”

- 현 정부가 새겨들어야 할 말인 것 같다.
“알아서 잘 판단하길 바란다.”

- 탄핵 과정을 거치면서 국회가 이전과 다른 평가를 받게 됐다.
“그렇다. 국회의 결단을 높이 평가한다. 물론 국회가 결단을 내리기까지 1,700만 국민들이 보여준 평화적 시위가 많은 영향을 줬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국회가 일군 쾌거이자 민주주의사에 남을 일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거 절대권력 앞에서 국회는 어떤 모습을 보였는가. 삼권분립의 기본 원칙조차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 민주주의를 떠받치고 있는 기둥은 두 개다. 하나는 법치주의, 다른 하나는 견제와 균형이다. 이 두 가지가 모인 곳이 국회인데, 지금까지 대통령 눈치를 보느라 거수기나 신하노릇만 해왔다. 하지만 탄핵 결의를 통해 입법부의 본능이 살아났다. 국회가 국민을 대표해서 대통령을 견제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문희상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적폐청산의 숙명을 안고 출범한 만큼 국민의 요구가 있을 때까지 적폐청산을 멈춰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 현 정부 출범 이후 ‘적폐청산’이 시대적 화두로 부상했다. 하지만 그 기한이 길어지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처음 ‘적폐청산’이라는 말을 사용한 사람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다. 세월호 참사 당시 모든 적폐가 쌓여서 생긴 사고라면서, 이를 청산하자는 얘기였다. 틀린 말이 아니다. 모든 적폐는 청산해야 한다. 다만 제왕적 대통령으로 권력을 사적 유용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는 게 아이러니할 뿐이다. 반면 문재인 정부는 숙명적으로 적폐청산이라는 책무를 갖고 태어났다. 1,700만의 촛불이 만든 정부 아닌가. 이들은 ‘이게 나라냐. 나라다운 나라 한 번 만들어 달라’고 말한다. 때문에 적폐청산이라기 보다 정의의 실현, 새로운 국가 건설이라고 볼 수 있다. 

적폐청산은 기한이 없다. 과거 김대중 정부에서 과거사 청산이라고 했을 때, 순서가 있었다. 제일 먼저는 진상규명이다. 진실이 무엇인가 드러나야 하지 않겠나. 여기에 시한은 없다. 이후 진상에 따라 사법적 처리가 뒤따라야 한다. 당연한 것이다. 법률에 따라 공소시효가 지난 것까지 파헤칠 수는 없지만, 사법적 처리를 하지 않는다면 법치주의 위반이다. 그 다음이 사과와 화해의 절차다. 아직 나올 얘기는 아니다. 국민적 합의로 ‘이제 용서하자’고 했을 때의 일이지 지금은 시작 단계다. 핵으로 지목되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1심 재판이 끝나지도 않았다. 그런데 지금 정치보복 얘기부터 나오고 있지 않나.

요점을 정리하면, 적폐청산에 역사적 시한은 없다. 법적 처리만 시효가 있을 뿐이다. 이 과정에서 주의할 사항이 있다. 인적 청산에만 초점을 맞추면 안 된다. 제도적 청산과 보완이 뒤따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이 피로감을 느끼고, 정치보복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면 통합이라는 개념이 빠져버리게 된다. 결국 혁신의 동력을 상실해서 목표로 했던 새로운 국가 건설에 이르지 못할 수 있다. 쥐 잡으려다 독을 깨뜨릴 순 없지 않은가.”

- 박근혜 전 대통령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그래서 아직 시작 단계다. 용서와 화해를 말하기 전에 먼저 반성과 사과가 있어야 할 게 아닌가. 적어도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그래야 맞다. 정당 수장으로서 당연히 국민께 고개를 숙이는 자세를 가져야한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도 자기 책임을 말하고 있지 않는가. 박근혜 전 대통령과 관련자들은 통렬한 자성과 함께 눈물로 회개해야 한다.”

문희상 의원은 적폐청산 과정에서 진상규명, 사법처리, 사과와 화해 순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핵으로 지목되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눈물로 회개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 지금 상황이 인적청산에 집중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가.
“시작 단계다. 탄핵은 1년 됐지만, 현 정부가 출범한지 7개월밖에 지나지 않았다. 더욱이 인수위원회가 생략된 채 가동되지 않았나. 지금 나오는 우려의 목소리들은 우물가에서 숭늉 달라는 것과 같다. 제가 볼 때, 현 정부는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다. 흔들리지 않고 제 갈길을 잘 가고 있다. 이를 제대로 보고 있는 것은 국민뿐이다. 70점 주는 것을 봐라. 국민들이 ‘그만해도 됐다’고 할 때까지 청산은 계속돼야 한다. 지금도 적폐가 수없이 나오고 있지 않는가. 아직은 현 정부에 ‘적폐청산만 하고 있느냐’고 물을 때가 아니다. 다만 해가 바뀌면 국회가 할 일이 남았다. 제도적 청산과 보완은 국회에서 법률로 해야 한다.”

- 국회가 해야 할 중요한 과제 중 하나가 개헌이다.
“제도적 보완의 첫 번째가 바로 개헌이다. 그 문제 역시 국민이 답을 갖고 있다. 국회에서 의뢰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이전에는 개헌에 찬성하는 사람이 30% 정도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75.4%에 이른다. 많은 국민들이 개헌은 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력을 분산시키는데 이견이 없다. 다만 국회안이 합의가 안됐다. 경계해야 할 것은 개헌 문제를 당리당락으로 이용하려는 세력이다. 아직 시간이 있으니 합의점을 찾아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문희상 의원은 20대 국회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에 출마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그는 존경받는 국회, 신뢰받는 국회, 사랑받는 국회를 만들기 위해 마지막 노력을 다할 계획이다.

-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 분산과 함께 국회의원들의 특권 내려놓기도 국민들의 관심사다.
“특권을 내려놓은데 이의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간단치 않은 문제다. 사실 특권이라기보다 헌법적 권리고, 선진민주주의 국가에서도 보장되는 권리다. 특히 불체포특권의 경우 국회의원들의 입을 막기 위해 소위 ‘막 잡아가던’ 시절 권력으로부터 민의를 지키기 위해 생긴 제도였다. 86년 유성환 신민당 의원이 반공을 국시로 삼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가 제명당한 게 일례다. 그러나 무분별한 폭로성 발언이나 정파적 이해관계를 위한 무차별적 남용 사례가 발생하면서 찬반 논란에 휩싸였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선진국 입법례를 참고로 관련법 규정을 개정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 내년 국회가 할 일이 많다. 개헌은 물론 적폐청산 과정에서 제도적 접근이 필요할 때다. 그래서 하반기 국회를 이끌 새 국회의장 선출이 중요하다. 출마를 결심한 문희상 의원의 생각을 듣고 싶다.
“아직은 구체적으로 얘기할 단계가 아니다. 다만 절박한 심경이다. 전반기 때 도전했다가 좌절했다. 이번에 다시 도전한다. 정치인생을 마무리 짓는 과정에 있는데, ‘의회주의자’로 기록되는 것을 원한다. 민주주의의 꽃은 국회아닌가. 국회가 살아야 민주주의가 살아나고, 국회가 약하면 민주주의도 죽는다고 생각한다. 박근혜 정권에서 이미 보여주지 않았는가. 

그동안 국회가 너무 괄시를 받았다. 저는 존경받는 국회, 신뢰받는 국회, 사랑받는 국회를 만들기 위해 마지막 노력을 다하고 싶다. 또 시기적으로 저와 같은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가 다당제 실험을 처음 해본다. 여기서 협치의 모델을 하나 만들고 싶다. 그것이 문재인 정부의 성공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촛불의 결과물이 실제 의회주의가 만발하는 세상으로 바뀌면서 마무리돼야 성공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에 제 역할이 있다고 믿는다.”

- 지역 정가에서도 문희상 의원의 국회의장 출마에 관심이 높은 것 같다.
“신익희 선생 이후로 경기도 출신 국회의장이 나오지 않았다더라. 때문에 지역에서도 관심이 높은 게 사실이다. 다음 국회의장에 꼭 당선되기를 바란다는 격려와 응원해주시는 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문희상 의원은 “협상의 기본은 대화”라면서 “역지사지 자세로 문제를 접근하면 답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협치에 자신감을 보였다.

- 여당 출신 국회의장과 야당 원내대표는 긴장관계가 형성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야당간 공조 강화와 대여투쟁이 예고돼 국회운영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한 복안은 있는가.
“국회의장은 당적이 없다. 당을 떠나야 한다. 이 말인 즉은, 어느 당에도 치우쳐서 생각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결국 야당을 많이 생각하라는 게 아니겠는가. 협치는 ‘역지사지’에서 찾아야 한다.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해봐야 답이 나온다. 난관에 봉착했을 경우, 야당이 절대 양보할 수 없는 것과 여당이 꼭 지켜야 하는 것을 빨리 잡아내서 정리를 해야 한다. 협상의 기본은 소통과 대화가 아니겠는가. 여기에 제가 재주가 있다. 아울러 편견의 안경을 벗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일각에서 문희상 의원을 원조 친노로 분류하더라. 여야 대화와 협상을 만들어낼 국회의장에게 계파색은 단점인데.
“저는 계파 자체를 싫어하는 사람이다. 계파를 할 생각이었다면 진작에 문희상 계파를 만들었을 것이다. 제가 사부로 모시는 분은 김대중(DJ) 전 대통령뿐이다. 정치사고의 90%는 DJ에 의해서 만들어졌다. 서른 살에 처음 뵙고 지금까지 이념적으로나 현실적으로 한 번도 배신한 적이 없다. 그러나 제가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냈기 때문에 원조 친노라고 한다면 할 말이 없다. 틀린 말은 아니다.”

- 탄핵심판과 조기대선으로 유례없는 정치 일정과 함께 바쁜 한해를 보냈다. 새해를 맞는 국민들께 한 말씀 부탁드린다.
“우리 국민은 언제나 위대했다. 어느 선진국보다도 성숙한 민주주의를 보여준 국민이다. 독일의 에버트 인권상 수상자로 촛불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이 선정되지 않았는가. 전세계 모든 시민들에게 감동을 준 일이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국민들은 흔들리지 않고 의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2018년 무술년은 황금개의 해다. 황금개의 끈기와 책임감 그리고 더불어 함께하는 마음으로 촛불 염원의 제도화와 선진국 문턱을 훌쩍 넘을 수 있도록 정부, 국회, 언론, 국민 모두가 한 마음 한 뜻이 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소미연 기자  pink2542@sisawe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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