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건설사들이 지난해에 이어 해외에서 수주액 300억 달러 달성에 실패했다.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국내 건설업계가 2년 연속 해외수주 300억 달러의 벽을 넘는데 실패했다. 올 한해 업계 전반에 나돌던 300억 달러 돌파에 대한 기대감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내년엔 수주절벽의 고리를 끊어야 하지만, 최근 중동 정세가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어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 높은 중동 의존도… 시장 다각화 시급

건설업계의 해외수주 300억 달러(약 34조원) 달성이 수포로 돌아갔다. 29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이날까지 국내 건설사들이 올 한해 해외 시장에서 체결한 계약금은 총 290억599만 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비록 281억9,231만 달러의 문턱에 머물렀던 지난해에 비해 소폭 상승된 규모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300억 달러에는 미치지 못했다.

시장 다변화에 실패한 탓이 컸다. 건설사들의 해외 영업망은 여전히 중동, 아시아 의존도를 벗어나지 못했다. 신흥 시장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아프리카를 포함해 태평양‧북미 등 나머지 대륙에서의 성과는 크게 뒷걸음질 쳤다. 아프리카와 유럽에서 각각 지난해 대비 절반 수준인 6억9,840만 달러와 3억2,026만 달러를 벌어들이는데 그쳤다.

아메리카 대륙 사정은 더 심각하다. 태평양‧북미 지역(5억5,456만 달러)에서의 수익 규모는 지난해 보다 60% 감소했다. 지난해 중동과 아시아에 이은 제3의 시장으로 떠올랐던 중남미(3억6,234만 달러)는 같은 기간 무려 78%가 줄어들면서, 유럽 다음으로 작은 시장으로 추락했다.

반면 해외수주 텃밭인 중동은 건재함을 과시했다. 비록 300억 달러 달성에는 실패했지만, 지난해 대비 수주액이 반등할 수 있었던 데는 중동의 역할이 컸다. 저유가 기조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서도, 계약액수(146억 달러)가 지난해 대비 36% 증가했다. 지난해 대비 수주 계약금이 늘어난 건 전체 6개 지역 가운데 중동이 유일하다.

하지만 이 역시 해외수주 규모가 600~700억 달러를 넘나들던 2010년 초기 때와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역대 최대 규모로 꼽히는 716억 달러의 실적을 달성했던 2010년을 보면 건설사들은 중동에서만 472억원 벌어들였다. 올 한해 전체 계약금을 크게 웃도는 규모다. 업계 안팎에서 나오는 해외수주 가뭄이라는 말이 괜한 소리가 아님을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 해외수주 우등생… 현대ENG‧대림 돋보여

기업별로 보면 현대엔지니어링의 선전이 돋보인다. 현대엔지니어링의 해외수주 계약액은 전년 보다 2배가량 늘어난 49억 달러를 달성해 전체 건설사 중 1위를 차지했다. 4위에 오른 대림산업의 활약도 돋보인다. 대림산업은 단 2건의 공사로만 27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대림산업이 지난해 부진을 털어 버릴 수 있었던 데는 지난 3월 체결한 19억 달러 규모의 ‘이란 이스파한 정규공장 개선공사’ 덕이 컸다.

반면 지난해 1위를 차지했던 삼성물산은 올해 8위로 추락하면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12건의 공사에서 51억 달러의 수주를 달성했던 삼성물산은 올해 3건의 공사(15억 달러)를 수주하는 데 그쳤다.

내년엔 해외수주 절벽의 늪에서 빠져나가야 사정은 만만치 않다. 최근 두바이유 등 세계 유가의 배럴당 가격이 60달러로 오르면서 저유가 기조가 개선되고 있지만, 중동 정세가 급속도록 불안정해지고 있어서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이스라엘 선언 후 세계의 화약고 중동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격랑의 파고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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