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 여부가 정계개편의 열쇠로 떠오르는 가운데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사진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가 12월 14일 오후 부산에서 열린 국민통합포럼 세미나에 참석해 각 당원들로부터 선물받은 목도리를 착용한 뒤 악수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2017년은 '촛불혁명'에서 출발해 조기대선을 거쳐 적폐청산으로 마무리된 한 해로 정리할 수 있다. 촛불혁명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됐고 이어진 조기대선으로 문재인 정부가 탄생했다. '촛불혁명'으로 바뀐 정권의 1호 국정과제는 '적폐청산'이다. <시사위크>는 올 한해를 관통하는 정치 키워드로 '촛불혁명'과 '적폐청산', '정계개편'을 꼽아 이를 중심으로 한 해의 정치권 뉴스를 짚어봤다. <편집자 주>

[시사위크=김민우 기자] 그 어느 때보다 정계개편 움직임이 활발했던 2017 정유년이었다.

지난해 국민의당이 호남의석을 석권, 제3당으로 자리매김하며 거대양당제가 무너지더니 올 초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자유한국당을 이탈한 의원들이 바른정당을 창당하며 국회 원내교섭단체 기준 4당제가 자리 잡았다.

하지만 이번에도 ‘다당제 잔혹사’가 반복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20석의 원내교섭단체였던 바른정당이 1년도 가지 못해 비교섭단체로 축소되고, 국민의당도 최근 통합론을 놓고 극심한 내홍을 겪으며 '심리적인 분당' 상태에 돌입하면서다. 제3당의 진원지가 모두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정계개편 가능성이 본격적으로 가시화한 것은 바른정당 의원들의 탈당 사태부터였다.

지난 11월 바른정당 통합파로 분류되던 김무성·주호영·강길부·김영우·김용태·이종구·정양석·홍철호·황영철 의원 등 9명이 "보수대통합의 길을 가겠다"며 바른정당을 탈당, 한국당으로 복당한다.

사실 이같은 전개는 보수당의 대선 패배와 함께 예견된 사태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서는 갈라진 보수세력이 다시 뭉쳐야 한다는 바닥 민심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4당이었던 바른정당이 원내교섭단체 자격을 상실하자 통합과 거리를 두던 국민의당 내부 분위기도 급변한다. 그동안 독자노선과 자강론을 앞세우던 안철수 대표는 바른정당과의 통합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었다.

지난 8·27 전당대회 토론회에서 통합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하지 않았냐는 통합 반대파의 비판에는 '전대 당시의 바른정당과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고 반박했다. 일부 의원들이 한국당으로 복당하면서 '중도개혁'이라는 정체성이 더욱 유사해졌고, 20명이 아닌 11명이라면 주도권을 잃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호남중진을 중심으로 통합 반대파는 이같은 안 대표의 통합행보를 “탈법행위”라고 비난하는 등 당내 파열음은 커지고만 있다. 전 당원 투표 이후 통합 전당대회가 개최된다면 실력으로라도 이를 저지하겠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때문에 당 일각에서는 더 이상의 충돌과 갈등을 내비치지 말고 깨끗하게 찬성파와 반대파가 갈라질 수 있도록 하는 ‘합의이혼’ 방안도 거론된다. 가령 비례대표들이 자진 탈당할 때 의원직을 상실하지 않도록 제명하는 방식을 도입하자는 것이다.

또한 통합에는 반대하지만, 탈당 및 분당도 안 된다는 주장도 있어 당이 사실상 사분오열된 상태다.

이런 가운데 바른정당 내에서도 추가 탈당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현역 의원으로는 김세연·이학재 의원이, 광역단체장 중에서는 남경필 경기지사와 원희룡 제주지사가 오르내린다

정계개편에 대해서는 국민의당 분당 가능성, 바른정당의 추가 탈당, 통합정당 발족 여부 등 변수가 많아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2018년에는 어떤 형태로든 또 한차례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이라는게 정치권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사진은 국회 관계자가 본회의장 문을 닫고 있는 모습. <뉴시스>

◇ 생각할 수 있는 정계개편 시나리오

정계개편의 그림은 열쇠를 쥐고 있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어떤 결과에 도달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예정이다.

국민의당의 분당, 바른정당의 추가 탈당 등 분열이 현실화되면 2년 전 거대양당제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다. 호남 중심의 국민의당 의원들은 민주당으로, 바른정당 의원들은 다시 한국당으로 돌아가는 형태다.

실제로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최근 바른정당을 겨냥, “샛문은 열려있다”고 언급하며 추가 복당의 문을 열어두는 모습이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다른 당의 어떤 문제에 대해서 눈길을 준 바 없다. 눈길을 앞으로 줄 이유도 없다”고 일축했지만, 민주당 내에서는 내년 지방선거를 대비해 국민의당 호남의원들을 끌어안을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같은 거대양당의 의원 빼가기 시도는 지방선거가 다가올수록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통합하지 않으면 바른정당 의원 중 절반 이상이 한국당으로 가서 한국당은 1당이 되고, 민주당은 국민의당 의원들 빼가기가 진행된다”며 “그러면 우리는 외연확장 기회도 잃고 의원도 30명 정도로 축소될 것이며 3당의 소멸은 더 빨리 올 것”이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이 추진되고, 통합 반대파가 ‘합의이혼’을 거쳐 신당을 차릴 가능성도 있다. 원내교섭단체 기준(20석)을 충족한다면 지방선거에서 국고 보조금도 받을 수 있으며 호남에서는 승산을 엿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합의이혼이 이뤄져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고, 의석수 감소로 원내 영향력이 줄어드는 만큼 지선 이후에는 민주당으로 흡수 혹은 국민의당 복당 등으로 비교섭단체화를 거쳐 해산될 여지도 있다. 무엇보다 현재 통합 반대파 중에서도 탈당은 안 된다는 의견이 적지 않아 실제로 분당으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추가 이탈 없이 내분을 종식하고 통합을 이룬다면 통합당은 50석 규모로 국회에서 캐스팅보트의 자리를 공고히 할 수 있다. 지역적으로는 영호남, 이념적으로는 진보와 보수를 모두 아우르는 ‘중도개혁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다.

지난 28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 발표에 따르면 국민 3명 중 2명가량은 중도와 보수 표심이 숨겨져 있을 것이라 답했다. 현재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지지도의 단순합이 약 12%인 점을 고려하면 높은 통합 시너지를 기대할 여건이 없지는 않은 셈이다.

이처럼 현재로서는 국민의당 분당 가능성, 바른정당의 추가 탈당, 통합정당 발족 여부 등 변수가 너무 많아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2018년에는 어떤 형태로든 또 한 차례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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