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2월 국내 유통업체 최초로 문을 연 롯데마트 ‘남사이공점’ 오픈 모습. 롯데마트는 지난 3분기 기준 베트남 현지에서 총 13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롯데마트>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국내 대형마트들이 해외 시장 개척에 고심하고 있다. 사드 후폭풍 탓에 철수가 결정된 중국을 대체할 신흥 시장 발굴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것. 13억 거대 시장을 대체할만한 단일 국가를 찾기가 쉽지 않지만, 일단은 지리적 접근성이 뛰어나고 한국 문화에 대한 거부감이 적은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롯데마트, 베트남 거점삼아 미얀마·라오스로

롯데마트 중국 점포 매각 작업이 오리무중에 빠졌다. 지난해 9월 ‘중국 철수’를 공식화 한지 넉달이 지나도록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미 두 차례에 걸쳐 진행한 6,000억원 가량의 긴급 수혈 자금은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3차 수혈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현재 200억 가량의 자금이 남은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아직 몇 달 정도 운영 가능한 자금이 마련돼 있다”면서 “추가 자금 수혈 여부는 점포 매각 진행 상황을 봐가며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마트 중국 점포 매각이 난항에 빠진 건, 당초 유력 인수 후보였던 태국 CP그룹(쟈룬 포카판)과의 협상이 삐걱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태국 최대 재벌 CP그룹은 이마트 중국 법인을 인수한 곳인 만큼 롯데마트 매각 작업이 수월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지만, 결국 해를 넘겨서도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협상테이블에 앉은 롯데마트와 매각주간사인 골드만삭스, CP그룹 3사는 막판 가격 조율에 실패했다는 전언이다.

CP그룹 외에 몇몇 외국 기업들이 인수 의사를 전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분위기다. 중국 당국이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에 대한 보복 의지를 거두지 않고 있어 인수에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는 분석이다. 롯데지주 관계자는 “CP그룹 외에도 몇몇 인수 후보자들이 물망에 오른 것으로 알고 있지만, 공식화하기에는 이른 시점”이라며 “매각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중국 사업을 종료한 롯데마트는 주력 해외시장으로 인도차이나를 지목하고 있다. 중국 못지않게 지리적 접근성이 좋은 반면, 정치‧외교 리스크는 상대적으로 적은 동남아 시장이야말로 포화상태에 이른 내수 시장을 대체할 기회의 땅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45개 점포를 운영 중인 인도네시아에서 오는 2020년까지 점포수를 82개로 확장한다는 방침이다.

베트남도 동남아 시장 공략을 위한 교두보 역할을 톡톡히 할 전망이다. 2008년 12월 국내 유통업체 최초로 ‘남사이공점’을 오픈하며 베트남에 진출한 롯데마트는 ‘다낭점’을 포함해 총 13개 점포를 운영 중이다. 롯데마트는 “미얀마, 라오스 등 신규시장에 B2B 진출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이마트, 몽골·베트남 3개 점포… 해외시장 ‘잰걸음’

이마트도 사정은 비슷하다. 지난달 29일 중국 정부로부터 5개 점포의 매각 승인을 받은 이마트는 현재 1개 점포 만을 남겨두고 있는 상황이다. 남은 점포의 경우 위약금 지불 문제가 없는 자가점포로 운영되는 곳이라 이곳 역시 철수는 시간문제다. 이에 7%에 가까운 폭발적인 경제성장률과 함께 1억 인구 돌파가 임박한 베트남이 중국을 대체할 거점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2015년 12월 베트남 제2의 도시 호치민에 ‘고밥점’을 연 이마트는 2019년 오픈을 목표로 현지 2호점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계획대로 새 매장이 문을 연다면 이마트는 몽골 울란바토르 2개 지점과 함께 총 4개의 해외 점포를 운영하게 된다. 단 몽골과 베트남의 차이점이라면 전자의 경우 현지 기업에 로열티 등을 받는 ‘브랜드 수출’인 반면, 후자는 이마트가 ‘직영’으로 운영 한다. 이마트가 베트남 시장에 보다 심혈을 기울이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한켠에선 라오스나 인도네시아 진출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지만, 현 시점에서 확정하기에는 어려운 사안”이라면서 “일부 동남아 국가에 자사 PB인 ‘피코크’나 이벤트 홀을 통해 일반 제조업체가 생산하는 NB(National Brand) 상품 등을 수출해 새 시장을 개척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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