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겸 칼럼니스트

더블린 공항 렌터카에서 ‘사기’ 비슷하게 당한 제일 큰 원인은 영어를 잘못해서다. 영어를 잘 하고 어휘를 많이 알았다면 환불에 관한 “refund” 등에 대해서 보다 상세하게 대화가 가능했을 것이다. 아울러, 서류로 확실하게 설명을 듣지 못한 것도 잘못인 듯하다. 마지막으로 영수증을 끊어 준 것을 보고, 환불 여부도 묻고 꼭 가입해야 되는 것도 묻고, 그에 대한 서명 등을 받았으면 좋았을 것을. 모든 게 불찰이다. 하지만 이 같은 일이 우리나라라면 어땠을까? 한국어를 못한다고 해도, 영어를 잘 못해도 이런 식으로 하지는 않을 것 같은 기대 섞인 희망이 있다.

렌터카 문제가 발생한 또 하나의 이유를 남탓으로 돌리자면 더블린 공항의 출입국 사무소를 들 수 있다. 생각해 보니, 바쁘게 서두르게 된 것도 렌터카를 빌려서 1시간반 내로 호텔 체크인까지 해야 돼서 그런 것 같다. 연착도 문제지만, 입국 수속하는데 1시간 이상 걸린 게 숨은 적 즉 복병같은 존재였다. 아일랜드인들이나 유로 사람들은 모두 바로바로 나가는데, 비유로 즉 유로에 가입되지 않은 나라의 사람인 특히 아시아인들의 줄은 꽤나 길었다. 좀처럼 줄지 않아서 보니, 수속을 하는 사람이 겨우 2명뿐이었다. 나중에 3명으로 늘기도 했지만, 참으로 억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사람이 거의 서 있지 않은 아일랜드와 유로 측은 3명이었다. 아무도 안 설 때 한두명의 비유로 사람들이 수속을 밟을 수는 있었다. 하지만 그건 정말 극히 몇 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지나지 않았다. 아일랜드인들의 비유로인에 대한 차별로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이었다.

사진은 북아일랜드 벨파스트 시내 풍경. <하도겸 칼럼니스트>

렌터카를 빌려서 운전을 시작하려니, 일본이나 영국처럼 아일랜드도 우측에 운전석이 있고 좌측통행을 하는 곳이었다. 일본에서도 왜 좌측통행을 하냐고 물었더니, 영국식 운전을 받아들여서 그렇다고 한다. 영국의 오랜 지배를 받고 영연방에도 잠시 속해 있었던 아일랜드 역시 영국과 마찬가지의 운전 규칙을 가지고 있었나 보다.

또 한가지 일본에는 잘 없지만 영국과 아일랜드는 특이한 교차로가 있다. 고속도로 같은 곳에서도 회전교차로(Roundabout)가 있다. 시속 120km를 달리다가 갑자기 속도를 줄여서 회전교차로에서 일단 멈추고 좌측으로 한바퀴 돌면서 좌회전, 직전, 우회전 순으로 빠져나가면 된다. 대단히 편리할 듯이 보이지만, 익숙해지지 않으면 사고위험이 꽤 많다. 술이라도 한 모금 먹었다가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에 아일랜드에서도 음주운전은 절대 금물이다.

10여일을 렌트했지만 교통경찰을 본 적은 한두번 밖에 없다. 하지만, 곳곳에 스피드 측정을 하는 카메라를 볼 수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고속도로에서도 140km를 넘게 달리는 차는 한두대밖에 볼 수 없었다. 매우 고급 스포츠카를 굉음을 내며 달리는 사람은 어느 나라에도 극히 일부 있나 보다. 아일랜드 경찰도 고생이 많겠다.

사진은 북아일랜드 벨파스트 시내 풍경. <하도겸 칼럼니스트>

와이파이 에그를 빌려서 구굴 운전과 연동시켜서 내이게이션을 틀었다. 구형 아이폰6s로는 GPS가 느려서 길안내가 거의 불가능했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신형 갤럭시8을 사용하니 거의 내비게이션처럼 작동해서 큰 불편이 없었다. 우리말로 교차로에서 2번째 우회로를 빠져나가라는 등 참으로 편리한 세상이다. 아일랜드에서 구형 아이폰이 왜 이렇게 느리지라는 생각을 하는 동안 우리나라에서는 속도저하와 관련한 집단소송이 준비되고 있었다. 어딜 가든 ‘korea’라고 하면 ‘삼성’이라면 스마트폰을 보여주는 아일랜드인이나 외국인들이 많다. 과거 80년대 말 90년대 초의 ’Sony' 워크맨과 같은 느낌이었다. 비슷한 시기에 우리나라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2심 재판 마지막 발언이 있었다고 하니 참으로 격동의 세계 그 중심에 바로 우리가 서 있는 듯하다.

※ 이 글은 본인이 특수하게 우연히 경험한 극히 일부분의 느낌을 전한 이야기일 수 있으며, 일반화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꼭 염두에 두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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