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계열사들이 잇따라 유명 아이돌 그룹 워너원을 활용한 마케팅을 펼치면서 지나친 상술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지난해 8월 진행된 롯데마트의 '피규어' 이벤트와 11월 출시한 롯데칠성의 '밀키스 요하이워터 워너원 에디션' 포스터. 그리고 이달 4일 롯데제과와 롯데슈퍼, 코리아세븐이 함께 진행하고 있는 다이어리, 엽서 증정 이벤트. <롯데>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롯데의 ‘워너원 앓이’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마치 그룹 차원의 방침이기라도 하듯 주요 계열사들이 너나할 것 없이 워너원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금까지 워너원 마케팅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한 계열사만 8곳. 식품‧유통 분야 핵심 계열사들이 총동원된 모양새다. 굴지의 재벌 집단이 특정 아이돌 그룹을 내세워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10~20대를 겨냥한 마케팅 활동에 나서는 건 그 위상에 걸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 ‘제과부터 슈퍼까지’… 8개 계열사 워너원 마케팅 동참

롯데의 워너원을 향한 구애가 해를 넘어서도 멈추지 않고 있다. 지난해 유명 인기 아이돌그룹 워너원을 활용해 적잖은 재미를 본 롯데가 또 다시 워너원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번엔 슈퍼마켓과 편의점 유통 채널들이 가세했다. 지난 6월 샌드비스킷 ‘요하이’의 모델로 발탁하며 워너원 마케팅의 포문을 열었던 롯데제과와 롯데슈퍼, 코리아세븐이 손잡고 신년 이벤트를 마련했다.

이번 이벤트엔 42년 역사를 자랑하는 롯데의 대표상품 가나초콜릿이 활용됐다. 초코바, 미니초콜릿 등 가나초콜릿 10종을 구매한 고객에게 금액별로 다이어리나 포토엽서카드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2018 워너원 다이어리’를 받기 위한 ‘응모권’을 얻기 위해선 5만원 이상의 초콜릿을 구매해야 하다. 다이어리에 비해 소장 가치가 떨어져 보이는 포토엽서카드를 얻으려면 일단 1만원 이상의 가나초콜릿을 구매하는 게 우선이다.

지난해 6월 ‘프로듀스 101 시즌2’가 종료될 무렵 이니스프리와 함께 워너원을 최초로 광고 모델로 발탁한 바 있는 롯데는 무술년에도 식지 않을 워너원의 인기를 예고한 기업이 된 셈이다.

언급한대로 롯데는 워너원 마케팅의 시초에 가깝다. 이미 방송 때부터 신드롬을 일으킨 워너원을 재빨리 홍보 모델로 발탁했다. 출시 1년 남짓한 신제품 요하이 샌드가 진입장벽이 높다는 제과산업에서 품절 사태를 빚는 등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었던 비결은, 제품의 재료나 맛 보다는 모델의 역할이 컸다는 게 주된 평가다. 워너원 멤버가 그려진 요하이는 계열사 롯데칠성에서 ‘밀키스 요하이워터 워너원 에디션’이라는 이름으로 재탄생하기도 했다.

다음 바통은 롯데마트가 이어받았다. 지난해 8월 장난감 판매 전문점 토이저러스를 운영하는 롯데마트는 워너원 멤버들 11명의 특징을 살린 피규어를 내놓았다. 하지만 야심차게 선보인 4인치(약 10cm)짜리 피규어는 팬들의 거센 비판에 직면해야 했다. 롯데마트가 24만8,000원이라는 결코 만만치 않은 가격에도 11종 묶음 판매 원칙을 고수했던 것이다. 결국 예약 개시 열흘 만에 개별 판매로 돌아섰지만, 피규어 개당 가격이 세트 판매 때보다 비싸게 책정되면서 논란은 계속됐다.

◇ ‘연예인 마케팅’… 상술 비판에도 일단 ‘되는 장사’

비슷한 무렵 롯데백화점은 본점 영플라자에 팝업 스토어를 설치하고 티셔츠, 파우치 등 각종 워너원 MD 상품을 판매했다. 프로모션이 진행됐던 지난해 8월 중순 롯데백화점 명동 본점 앞은 30도가 넘는 무더위 속에서도 팬심 하나로 모인 소녀팬들도 대기줄을 이뤘다. 롯데백화점은 나아가 추첨을 통해 100명을 롯데시네마에서 진행하는 워너원 팬사인회에 초청하는 추가 이벤트를 마련해 고객 집객 효과를 최대화했다.

가장 최근엔 롯데리아에서 워너원 브로마이드를 지급하는 행사를 가졌다. 지난해 11월 진행된 이 행사는 워너원 팬들로부터 롯데마트 피규어 이벤트 못지않은 뒷말을 낳았는데, 공교롭게도 롯데리아의 가격 인상 날짜가 이벤트 시작일과 겹쳤던 것이다. 특히 브로마이드는 가격이 오른 최고가세트 제품을 구매해야 만이 받을 수 있는 것이어서 팬들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일각에서는 워너원의 팬심을 상술에 이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롯데리아는 “우연의 일치”일 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이처럼 롯데에서 워너원 활용이 두드러지는 건 그룹의 주력 사업 특성에서 비롯된 일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소비자들과의 접점이 큰 유통이나 식품 제조를 전문으로 하다 보니 효과가 큰 연예인을 앞세울 수밖에 얘기다. 그럼에도 일각에선 아직 합리적 소비에 대한 사리분별 능력이 부족한 청소년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특정 연예인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건 적절한 마케팅 수단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롯데지주 관계자는 “홍모 모델 선정과 관련된 마케팅이나 브랜딩 전략은 각 계열사에서 독립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면서 “특정 연예인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지적이 있을 수 있지만, 이 역시 계열사에서 각자 결정한 일이라 그룹 차원에서 언급할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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