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증권 매각 작업이 마지막 문턱에서 표류하고 있다. 사진은 SK증권 사옥.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케이프투자증권의 SK증권 인수에 이상기류가 포착되고 있다. 대주주적격성 심사를 하는 과정에서 인수 자금조달 구조에 문제가 있다는 당국 실무진의 의견이 나온 것으로 알려져서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인수가 불발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까지 솔솔 나오고 있다.

◇ 지연되는 대주주적격성 심사 

5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케이프는 전 거래일 대비 6.12%에 떨어진 2,915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케이프는 장중 내내 하락세를 보였다. 업계에선 SK증권 인수 승인 불확실성이 부각된 점이 투자 심리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케이프는 케이프컨소시엄을 통해 SK증권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자회사인 케이프투자증권과 케이프인베스트먼트로 구성된 이 컨소시엄은 지난해 7월 SK증권 매각 본입찰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뒤, 그해 8월 SK가 보유한 SK증권 지분 10%를 약 600억원에 인수하는 본계약을 체결했다. 그리고 인수의 마지막 관문인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지난 9월 28일 금융위원회에 신청했다.

그런데 심사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장기화되고 있다. 통상 대주주적격성 심사는 60일 가량이 걸린다. 케이프의 SK증권 인수 승인 심사는 4개월째에 접어들고 있다. 이같은 심사 장기화배경을 두고 금융권 안팎에선 케이프의 인수 자금조달 구조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이 원인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 실제로 당국은 자금조달 구조를 꼼꼼히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언론매체는 금융당국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자금조달 구조에 문제가 있다는 실무진 의견이 나왔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 자금조달 구조서 문제 발견됐나… 인수 승인 이상기류 

케이프컨소시엄은 특수목적법인(SPC)인 ‘이니티움2017 주식회사’를 통해 SK증권를 인수할 계획이다. 인수 자금의 절반 가량은 케이프투자증권과 케이프인베스트먼트가 내고 나머지는 기관투자자(LP)를 통해 마련할 계획이다. 이는 지난 2016년 케이프인베스트먼트가 옛 LIG투자증권(현 케이프투자증권)을 인수했던 것과 같은 방식이다.

이번에도 별 무리 없이 승인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안심하고 있던 케이프 측은 갑작스런 이상 기류에 당혹감에 빠져있다. 케이프투자증권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아직까지 금융당국으로부터 인수 자금조달 구조와 관련해 어떤 자료요청이나 연락을 받지 못했다”며 “현재로서는 대응할 수 없는 부분이 없어, 뭐라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케이프는 이번에 SK증권과 인수해 증권업을 강화할 방침이다. 자회사인 케이프투자증권는 자기자본 약 2,076억원대의 소규모 증권사다. 향후 자기자본 4,360억원대의 SK증권과 합병에 성공할 경우 자기자본 6,300억원대의 중견 증권사로 올라설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인수 승인 심사가 지연되면서 양사 시너지 제고를 위한 경영 계획 추진도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승인 심사 난항 전망에 SK그룹 또한 심란한 처지에 몰렸다. 문제는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는 금융회사 주식을 보유할 수 없다. 이에 2015년 8월 SK(주)와 SK C&C가 합병해 출범한 지주사인 SK는 법적 유예기한인 작년 8월까지 SK증권의 지분을 팔아야 했다. 인수 절차는 당국의 심사까지 완료돼야 끝나는 만큼 이미 기한을 넘긴 상태다. 여기에 인수 승인이 장기 표류하거나 무산된다면 제재에 대한 부담은 더욱 커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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