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겸 칼럼니스트

동물원. 과천에도 있고 예전에는 창경궁에도 있었던 것 같다. 안가본지 오래되어 기억은 희미하지만, 네팔 수도인 카투만두를 비롯해서 세계 어디를 가도 동물원은 있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동물원에는 그 나라의 천연기념물 같은 동물도 더러 있겠지만, 보통 전세계의 온갖 동물들이 다 모여 있다. 보통 비슷한 종류별로 나눠져 있는데, 맹수나 맹금도 있으며, 조류들이 있는 곳에는 속된 말로 온갖 잡새가 다 모여 있다. 서로 안 잡아 먹는 비슷한 종류의 새들 가운데는 아프리카의 새도 있고, 아메리카에서 온 새도 있다. 다양한 나라의 비슷한 종류의 새들이 모여서 동물원에서 처음 만났으면서도 나름 조화를 이루며 잘 살고 있다. 그러고 보니까 웬일인지 그들 사이에는 뭔가 통하는 부분이 있는 듯하다. 단순한 울음소리가 마치 대화하는 듯이 들릴 정도다.

생판 듣도 보도 못한, 아니 전혀 모르는 나라에서 온 새들도 만나서 소통이 되는 듯하다. 우리 지구의 인간들이 봤을 때는 다른 나라에서 온 새들이지만 그런 인식이 없는 ‘새’들에게 ‘국적’이나 ‘외국어’는 전혀 무관한 개념인가보다. 만약에 각국의 인간들을 모아 놓으면 어떨까? UN 전체회의에 전혀 다른 외국어를 모르는 사람들을 모이면 과연 대화를 할까? 아니 언젠가 소통을 할 수 있게 되기는 할까? 보디랭귀지나 제스처를 쓰지 않고서도 ‘글’이나 ‘말’로만 소통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적지만 인류 전체로 공통되는 ‘음가(音價)’가 있고 이를 사용하면 최소한의 생존언어 정도는 서로 가능하지 않을까? 특히 고대사회 이전 언어가 다양화되지 않았던 단계에서는 세계적으로 공통적인 음가의 수는 더욱 늘 것 같다.

한국문화정품관 박현 관장과 함께하는 고문자 전시 ‘고언아어(古言雅語)’ 전이 창덕궁 돈화문 앞 한국문화정품관갤러리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박현 선생이 직접 쓰고 그린 고문자 서화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와, 이를 소개하는 ‘이야기 마당’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 공통의 ‘의미소(意味素)’가 많이 남아 있는 고대어들이 현존하고 있다. 흔히 상형문자라고도 알려져 있는 3,500여년 전의 윈난 나시족의 동파문자를 비롯해 한자의 갑골금문, 고만주어와 윈난 이족의 비마문자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언어들은 언어학자라도 접근하기 어려운 고언어로 일반인들이 접하기는 참으로 어렵다.

한국문화정품관갤러리에서 2018년을 맞아 이색적이면서도 특별한 전시 겸 이야기 마당이 개최된다. 바로 한국문화정품관 박현 관장과 함께하는 고문자 전시 '고언아어(古言雅語)' 전이다. 이번 전시는 박현 선생이 직접 쓰고 그린 고문자 서화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와, 이를 소개하는 '이야기 마당'으로 구성되어 있다.

색이란 과거화한 빛이고, 그림이란 운동에너지를 위치에너지로 전환시킨 것이라는 발상에서 고언어를 그림으로 그린 것은 글이란 마음과 생각이라는 운동에너지를 정보라는 위치에너지로 바꾼 것이 된다. 상형문자는 운동에너지가 덜 제거되어 여전히 꿈틀대는 초기적 형태의 문자로 이런 고언어를 사전에 잠들어 있는 언어가 아닌, 본디 생활속에서 사용된 문화적인 의미를 찾아 다시 ‘말’로 살리는 작업은 인류의 보편적인 가치를 추구하고 세계평화에도 기여할 수 있는 닦음의 작업이 된다.

창덕궁 돈화문 앞 한국문화정품관에서 2월 8일까지 진행되는 전시 가운데 이야기마당은 1월 4일부터 매주 목요일 오후 2시에서 3시까지 6차례 진행된다. 평일에 참석하지 못하는 분들을 위해 2회분씩 1월 14일부터 매주 일요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3차례 묶음도 모두 무료로 준비되어 있다. ‘고언어’에 대한 궁금증을 가진 사람들은 꼭 시간을 내서 아름 다운 말과 빛나는 말을 접해보면 좋겠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