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고위급 회담 북측 대표단으로 나서는 리선권 조평통 위원장(좌), 전종수 부위원장(우)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남북 고위급 회담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북측이 알려온 대표단의 성향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대표단 구성원의 성향을 파악하는 것으로 북측의 생각을 일부분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다.

먼저 북측 회담 대표격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이하 조평통) 위원장은 군출신 인사로 알려져 있다. 다만 2006년 남북 군사실무회담에 참여하는 등 남북협상 경험을 갖춘 인물로 분류된다. 또한 천안함 피격 사건 당시 북측의 소행이 아니라는 내용의 기자회견에 나서는 등 성향상 강경한 인물로 파악된다. 우리 측에서는 회담 대표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상대할 예정이다.

조평통 전종수 부위원장도 남북협상 전문가로 통한다. 전종수 부위원장과 만난 경험이 있는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에 따르면, 대단한 이론가로 남북회담에 “잔뼈가 굵은 사람”이다. 특히 전 부위원장은 2015년 판문점 차관급 회담 때 협상을 결렬시켰던 인물로, 회담운영에 능하며 압박전술도 잘 구사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밖에 북측에서는 황충성 조평통 부장, 원길우 체육성 부상과 리경식 민족올림픽조직위원회 위원이 참석할 예정이다. 원 부상과 리 위원은 평창올림픽 참가 실무와 관련해 우리 측 노태강 문체부 차관과 김기홍 평창올림픽 기획사무차장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황 부장의 경우 대남 협력사업을 총괄한 경험이 있다는 점에서, 남북경협 관련 의제를 북측이 제안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회담에 나서는 우리 측은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에 일단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물론 회담이 잘 풀릴 경우, 남북이산가족상봉을 포함한 남북관계 개선까지 논의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8일 출근길에 취재진과 만난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기본적으로 평창올림픽 북한 참가에 집중할 예정”이라면서도 “이산가족상봉과 군사적 긴장완화도 포함해 함께 논의할 수 있게 준비하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북측 대표단에 통일전선부 인사가 3명 포진했다는 점에서 이른바 ‘통전부 코드’를 주의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평화공세를 통해 북측은 경제적 실리를 챙겨가고 동시에 남남분열을 일으킬 수 있다는 얘기다.

이날 tbs라디오에 출연한 정세현 전 장관은 “북측 대표단이 체육관계자가 두 명, 통일전선부 사람이 세 명”이라며 “북쪽에서는 남북대화를 통전부가 주관한다는 얘기다. 통전부 고유의 코드라고 할까, 통일전선 차원에서 남북대화를 풀어나가려는 식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많다는 점에서 우리가 경계해야 될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남북관계 개선의 중요 변곡점으로 여겨지는 남북 고위급 회담은 오는 9일 오전 10시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열린다. 우리 대표단은 오전 7시 30분쯤 서울 삼청동 남북회담본부에서 출발, 미리 도착해 북측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큰 이견이 없다면 당일 공동 보도문이 발표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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