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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필 '에세이'] H에게- ‘핵전쟁과 트럼프’의 인과관계
필자:김재필(미 델라웨어대학 사회학 박사)

[시사위크] 신문에서 오린 사진 한 장을 손에 들고 계속 보고 있네. 화상을 입은 맨발로 입을 꼭 다문 채 차렷 자세로 앞만 똑바로 쳐다보고 있는 반바지 차림의 소년이 담긴 흑백 사진 한 장. 소년의 등에는 잠을 자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원폭으로 죽은 동생이 업혀 있네. 1945년에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미국 해병대의 전속 사진사였던 조지프 로저 오도널(1922-2007)이 원자폭탄이 투하됐던 일본의 나가사키에서 찍은 사진이라고 하는구먼. 화장터에서 죽은 동생을 업고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소년의 슬픈 표정이 가슴 아프게 하는 사진일세.

프란치스코 교황은 왜 새해 연하장에 저렇게 참담한 ‘전쟁의 결과’를 담은 사진을 사용했을까? 그만큼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가 핵전쟁 위기에 처해있다는 뜻이겠지. 그래서 핵전쟁만은 안 된다는 걸 핵전쟁의 참상을 담은 사진을 통해 환기시키고 있는 것이고. 교황은 작년 12월 25일에 발표한 성탄메시지에서도 “전세계에서 전쟁의 바람이 불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네. 특히 한반도에서의 전쟁 반발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북핵 문제의 평화로운 해결을 위해 전세계가 함께 기도할 것을 간절하게 호소했네. 나라 밖에서는 한반도가 매우 위험해 보이는가 보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신년사에서 “2018년 새해 첫날, 세상에 호소하지 않는다. 경보, 우리의 세상을 위한 적색경보를 발령한다”고 선언했네. 지구촌이 위험한 상태에 있다는 거야. 냉전의 종식과 더불어 벗어날 것 같았던 핵전쟁에 대한 우려가 최고조에 달했고, 기후변화는 점점 더 악화되고 있으며, 전세계적인 불평등이 점점 더 심화되고 있고, 민족주의와 외국인 혐오가 극성을 부리고 있으니 유엔 사무총장이 적색경보를 발령하는 것도 당연하지.

이래저래 나라 안팎으로 어수선한 새해일세. 세계가 점점 살기 위험한 곳으로 되어가고 있는 이유가 뭘까? 유엔 사무총장이 걱정하고 있는 전쟁, 기후변화, 불평등, 민족주의, 외국인 혐오 등의 키워드를 따라가다 보니 한 인물이 떠오르더군. 누구냐고? 미국 대통령 도날드 트럼프야. 그가 작년 1년 동안 했던 일들을 되돌아보면 유엔 사무총장이 걱정하고 있는 지구촌 현실과 꽤 높은 인과관계가 있다는 걸 알 수 있더군.

취임 후 1년 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주요 정책 결정들을 보면 거의 다 지구촌의 갈등을 증폭시키는 것들일세. 미국이 주도해서 만든 세계무역기구(WTO) 등 자유무역 체계의 규정 무시,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쌓겠다는 행정명령, 무슬림 국가 국민들의 미국 입국을 금지하는 행정명령, 비합법 입국 청년 추방 유예 프로그램(DACA)의 폐지 선언, 기후변화 주장을 ‘중국이 만들어낸 사기’라고 주장하면서 파리 기후변화협정 탈퇴, 예루살렘은 이스라엘의 수도라는 선언 등 거의 모두가 2차 세계대전 이후 최강대국 미국이 설정했던 가치와 질서를 부정하는 것들이야. 올해도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고(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 우선(America First)을 외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때문에 지구촌이 편안할 날은 없을 것 같아 걱정일세.

트럼프 대통령으로 인해 정신적으로 가장 큰 피해를 당하고 있는 사람들이 우리일지도 몰라. 교황도 걱정하듯이 지금 핵전쟁 반발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지역 중 하나가 한반도이거든. 며칠 전 그가 트위터에 올린 글을 읽는데 등골이 오싹하더군. “나도 핵버튼을 갖고 있다. 그것은 그의(김정은) 것보다 훨씬 더 크고 훨씬 더 강력하다. 게다가 내 버튼은 지금 작동한다.” 물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남북한 대화를 제안하면서 “핵단추가 사무실 책상 위에 항상 놓여 있다”고 한 말에 대한 치기어린 반발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런 막말을 듣고 있는 우리는 불안하고 경악할 수밖에. 전 인류를 전멸시키고도 남을 만큼 많은 핵탄두를 가진 나라의 대통령이 핵전쟁을 어린애들 장난치듯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지 않을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그날 백악관 정례 브리핑에서 어느 기자가 백악관 대변인에게 했다는 질문을 다시 곱씹게 되는군. “미국인은 핵버튼에 대해 경솔하게 말하는 대통령의 정신건강을 걱정해야 하는가?” 정말 우리까지 미국 대통령의 정신건강을 걱정해야 하는가?

시사위크  sisaweek@sisawee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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