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 우원조 
▲17대 국회의원 정책비서관 ▲18대, 19대, 20대 국회의원 정책보좌관 ▲19대 전반기 국회부의장 연설비서관 ▲부산대 대학원 정치학 석사

2018년 1월 3일, 남북 연락채널이 복구됐다. 2016년 2월, 남한의 개성공단 폐쇄결정을 이유로 북한이 연락채널을 모두 끊어버린 지 23개월 만이다.

돌이켜보면, 남북은 지난 2년을 제외하고는 놀라운 의지력으로 개성공단을 지켜왔다. 2004년 가동을 시작한 개성공단의 역사는 불굴의 성장 그 자체였다. 핵실험과 무력 충돌 속에서도 살아남았다. 여러 위기를 거치면서 다른 경협사업들은 중단됐지만, 개성공단만큼은 온갖 역경을 딛고 끈질긴 생명력으로 유지됐다.

개성공단은 남북의 미래를 상징했다. 관광객들이 입산료를 내고 북한 주민과 일절 접촉이 없는 상태에서 경치만 둘러보고 돌아오는 금강산 관광과는 달랐다. 개성공단은 북한 근로자 5만 여명의 생계가 걸린 일터였다. 개성시와 개풍군 주민 중에 일할 능력을 갖춘 사람은 모두 개성공단에서 일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개성공단을 통해 북한만 일방적으로 득을 본 것은 아니다. 개성공단의 한국 기업들은 생산에 필요한 원부자재를 모두 남쪽에서 가져다 썼다. 입주기업과 연계된 협력사만도 3,000여개에 달했다. 중국에서 한국 기업이 현지인 한 명을 채용하자면 30만원 가량 들지만 개성공단에서는 15만원이었다. 북한 근로자들은 말이 통하고 교육 수준이 높아서 불량률도 적었다.

개성공단은 남북 주민 수만 명이 매일 만나 교류하고 동질감을 쌓은 무대였고, 북한의 시장경제 학습장이었으며, 남한의 북한 이해하기 현장이었다. 남과 북이 윈윈하며 한반도의 미래를 키워나가는 유일한 공간이었다.

지금, 그 공간으로 가는 물꼬가 트였지만, 아직 굵은 바위들이 물길을 가로막고 있다. 북한은 핵을 포기하지도 않을 것이고, 남한도 국제사회가 대북 제재 압박을 가하는 상황에서, 한․미 동맹의 치명적 손상을 감수하고 가동 재개를 선택할 수도 없는 일이다. 진퇴양난의 상황을 해결해야 할 정치권은 대안을 내놓지 못한 채, 또 다시 케케묵은 안보관 논쟁만 되풀이하고 있다.

그렇다고 ‘강 건너 불구경 하듯’넋 놓고 쳐다만 보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제, 너무 늦기 전에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 ‘평화냐, 전쟁이냐’는 이분법적인 문제를 논하자는 것도, ‘햇볕정책이냐, 대북제재냐’하는 이념 대립을 말하는 것도 아니다. 요(要)는, 현실을 객관적으로 직시하고 비용대비 효과가 큰 방안을 선택하자는 것이다.

가성비를 놓고 보면 답은 명확하다. 천문학적인 비용이 드는 전쟁보다는 서로의 이익이 얽히고설켜 서로를 포용할 수밖에 없는 개성공단 재개를 시작으로 남북교류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

우리는 이미 분단국에서 태어났다. 사실, 그 자체가 고통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영화 <강철비>의 이 대사를 우리가 부인할 수가 없다는 그 사실이 더 가슴 아프다. “분단 그 자체의 고통보다 분단의 고통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사람들 때문에 고통 받는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