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설립된 민주노총 금속노조 삼성웰스토리지회.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삼성그룹은 지난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면에서 정경유착의 민낯을 드러내며 시대에 역행하는 적폐세력이란 지적을 받았다. 이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구속 및 실형선고를 받았고, 삼성은 ‘그룹해체’를 선언하며 변화를 다짐했다. 하지만 삼성이 지닌 또 하나의 시대역행적 행태인 ‘무노조 정신’은 계속되고 있는 모습이다.

9일, 노동계에 따르면 삼성웰스토리는 최근 민주노총 금속노조 삼성웰스토리지회 측에 단체협약 협상권을 한국경영자총협회에 위임했다고 전했다. 사측이 직접 협상에 임하지 않고, 제3자에게 일임하겠다는 것이다.

이로써 삼성그룹 최초로 사측과 노조가 직접 마주앉아 단체협약을 협상하는 일은 성사되지 않게 됐다.

삼성그룹은 그동안 철저히 ‘무노조 원칙’을 내세워왔다. 고(故) 이병철 창업주가 “내 눈에 흙이 들어가도 노조는 안 된다”는 말을 남겼다고 전해질 정도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무노조 기조에도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했다. 소수지만, 곳곳에서 사측에 대항하는 노조가 설립됐다.

그중에서도 삼성웰스토리 노조의 행보는 더욱 특별했다. 민주노총 계열 노조로서는 최초로 삼성그룹 내에서 ‘다수노조’ 지위를 획득한 것이다.

하지만 삼성웰스토리는 협상권을 경총에 위임하며 협상테이블에 앉는 것조차 피했다. 물론 법적으론 문제가 없다. 그러나 노동계에서는 노조를 무시하는 삼성의 구시대적 행태가 지속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이 여전히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측이 협상테이블에 앉지 않은 채 진행될 삼성웰스토리의 노사협상은 앞으로도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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