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업계에 여성 임원이 증가하면서 ‘여풍’이 거세지고 있다.

[시사위크=조나리 기자] 제약업계가 지난해 말부터 단행된 인사발령을 통해 ‘여풍’을 예고했다. 국내 60대 상장 제약사들의 여성 임원 비율은 10%가 채 안되지만 여성의 고위직 진출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제약업계는 오너 경영 기업이 많은 만큼 경영전략은 물론 향후 후계구도 등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JW·한미·삼진, 여성 임원 인사 단행 ‘눈길’

JW그룹은 지난해 12월 초 단행한 인사에서 함은경 JW바이오사이언스 부사장을 대표이사로 내정하면서 그룹 내 첫 여성 최고경영자(CEO)를 배출했다. 아울러 그룹은 나숙희 JW홀딩스 상무와 김진숙 JW중외제약 상무를 각각 수석상무로 승진시켰다. 함은경 대표는 서울대 제약학과 출신으로 1986년 입사 후 JW중외제약과 JW홀딩스, JW생명과학 등 주요 계열사의 보직을 역임했다.

같은달 한미약품도 임주현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임 부사장은 창업주 임성기 회장의 장녀이자 2남1녀 중 둘째로 2007년부터 한미약품 인적자원개발(HRD) 업무와 글로벌 전략 업무 등을 담당해왔다. 임 부사장은 인사와 해외전략 등 핵심부서에서 역량을 인정받았다는 평이다. 한미약품은 또 박명희 마케팅사업부 상무를 전무로, 차미영 해외BD 이사대우를 이사로 승진시켰다. 한미약품의 여성 임원 비율은 약 27%로 국내 제약사 중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1968년 창사 이래 단 한 번의 노사 분규나 구조조정이 없었던 제약사로 유명한 삼진제약도 오너 2세 경영에 본격 돌입하면서 여성 고위직 임원을 배출했다. 삼진제약은 이달 1일자로 마케팅과 홍보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최지현 이사를 상무로 승진시켰다. 최 상무는 삼진제약 공동 창업주인 최승주 회장의 딸이다.

이들보다 앞서 여성 고위직으로 임명된 인사들도 여전히 활약 중이다. 김은선 보령제약 회장은 국내 제약업계 첫 여성 CEO로, 고혈압 신약 ‘카나브’의 해외 진출을 이끈 인물로 평가받는다. 동화약품 더마톨로지 사업부 총괄을 맡고 있는 윤현경 상무도 제약업계 여성 고위직으로서 주목을 받고 있다. 김은선 회장과 윤현경 상무도 오너가 출신이다.

◇ 다국적제약사 “올해도 여풍은 진행 중”

다국적제약사의 여풍은 국내 제약사보다 일찍 시작됐다. 올해도 여성 임원 승진이 이어지면서 다국적제약사의 ‘여성 파워’는 계속될 전망이다.

글로벌제약사 엘러간은 지난해 12월 김은영 한국엘러간 사장을 아시아 9개국의 총괄대표로 승진시켰다. 김옥연 한국얀센 사장 또한 지난해 12월 1일자로 아시아태평양 사업 전략 부회장으로 임명됐다. 김선아 한국화이자제약 에센셜헬스 사업부문 대표는 올해부터 일본 에센셜헬스 사업부문 총괄로 임명됐다.

한국애브비는 지난해 11월 의학부 전무로 정수진 의학부 부서장을 영입했다. 길리어드 사이언스는 HIV 및 항진균제 사업부와 영업효율화 부서의 총괄로 양미선 이사를 임명했다. 과거 내수 영업을 통해 성장했던 제약업계는 글로벌 마케팅이 강화되면서 여성 인사 발탁이 증가하고 있다. 업계는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제약업계는 오너 2·3세 자제들이 경영에 뛰어들면서 세대교체도 이뤄지고 있다. 한미약품은 임성기 회장의 차남 임종훈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됐다. 삼진제약도 조의환 회장의 장남 조규석 이사가 상무로 승진했다. 차남인 조규형 이사대우도 이사직으로 승진한다.

신신제약은 이영수 회장의 아들 이병기 비상임 감사가 신임대표로 임명됐다. 이병기 대표는 신신제약 합류 전 명지대학교 산업경영공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주요 보직을 거쳤다. GC(구 녹십자홀딩스)는 허채경 회장의 손자 허진성 부장을 캐나다 현지법인 상무로, 현대약품은 이한구 회장의 장남 이상준 부사장을 총괄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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