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환구 현대중공업 사장은 지난해 인사를 통해 첫 단독대표 체제를 맞게 됐다.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1월, 굵직한 인사를 단행했다. 심각한 경영위기와 함께 구원투수의 중책을 맡았던 권오갑 부회장이 한 발 물러나고, 강환구 사장 단독대표 체제를 구축한 것이다. 강환구 사장은 2016년 현대미포조선에서 현대중공업으로 건너왔으며, 다시 1년 만에 단독대표로 막중한 책임을 안게 됐다.

강환구 사장 단독대표 체제의 시작은 여러모로 의미하는 바가 컸다.

현대중공업은 2014년 대규모 적자 이후 경영정상화를 위해 강도 높은 방안들을 시행했고, 권오갑 부회장은 이를 진두지휘한 인물이었다. 그 결과 흑자전환과 체질개선에 성공했으나, 많은 이들이 일자리를 잃고 휴직 및 교육 대상이 되는 등 상처도 컸다.

특히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회사 분할 및 지주사체제 전환을 실시했다. 이 역시 경쟁력을 강화하고,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노조의 반발 등 깊어진 내부갈등은 풀어야할 숙제로 남았다.

이러한 시기에 중책을 맡게 된 강환구 사장은 현대미포조선을 2년간 이끌 당시 위기 속에서도 안정적인 경영과 원만한 노사관계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무너진 노사관계를 회복시킬 적임자로 꼽힌 것이다.

강환구 사장이 단독대표 체제 출범 이후 처음으로 받아든 과제는 2년치 단체협상이었다. 현대중공업과 분사된 3개사(현대일렉트릭, 현대건설기계, 현대로보틱스)는 2016년 임금협상 및 단체협약, 2017년 임금협상 등을 하나로 묶어 교섭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양측의 입장차는 쉽게 좁혀지지 않았다.

가까스로 잠정합의안이 도출된 것은 지난해 말이다. 이를 바탕으로 나머지 3개사도 올해 초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최종단계인 조합원 투표를 넘지 못하고 말았다. 현대중공업 노조가 지난 9일 노사 잠정합의안에 대한 찬반투표를 실시한 결과, 반대 56%로 부결됐다. 분할 3사에선 가결됐으나, 현대중공업 노사는 다시 합의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물론 이미 어느 정도 입장 차를 좁힌 만큼, 새로운 합의안 도출이 크게 어렵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자칫 더 깊은 갈등 국면을 맞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현대중공업 노조 집행부는 조합원들의 뜻을 존중한다며 재교섭 진행 및 사측의 전향적인 태도를 촉구했다. 조합원들이 퇴짜를 놓은 만큼, 한층 개선된 합의안 또는 강력한 투쟁이 불가피해졌다.

결과적으로 강환구 사장의 단독체제 첫 행보는 험로를 면치 못하게 됐다. 이와 관련해 지역 사회에서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울산 지역 곳곳엔 원만한 노사합의를 촉구하는 현수막이 걸렸고, 울산 상의 등 단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더욱이 현대중공업은 오는 3월까지 유상증자를 실시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이런 가운데 노사갈등이 지속되는 것은 결코 반가운 일이 아니다.

업계 관계자는 “수주 절벽에 따른 여파가 올해도 상당할 것으로 전망되며, 이에 따라 노사관계 회복도 쉽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2014년까지 19년 연속 이어졌던 임금협상 무분규 타결은 당분간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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