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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난 여론 바꾼 강동원의 힘… 2018년에도 ‘열일의 아이콘’
2018. 01. 10 by 이영실 기자 swyeong1204@sisaweek.com
영화 ‘1987’에서 강한 인상을 남긴 배우 강동원 <뉴시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보여주기식’ 반성은 하지 않았다. 비난 여론이 잠잠해지기만을 기다리며 숨지도 않았다. 늘 그래왔던 것처럼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수행했을 뿐이다. 외증조부 친일파 논란으로 위기를 겪었던 강동원이 진정성 있는 모습으로 자신을 향한 부정적 시선을 하나둘 바꿔나가고 있다.

배우 강동원은 현재 흥행몰이 중인 영화 ‘1987’(감독 장준환)에서 고(故) 이한열 열사 역을 맡았다. ‘1987’은 고(故)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부터 그해 6월 민주 항쟁까지 가슴 뜨거웠던 이야기를 담아낸 영화. 특별 출연으로 영화에 참여한 강동원은 주연 배우 못지않은 존재감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강동원의 캐스팅에 대한 여론은 곱지만은 않았다. 지난해 3월 외증조부의 친일파 논란이 불거진 것. 당시 한 영화 전문 사이트가 게재한 ‘친일파 후손 명단’에 강동원의 이름이 포함됐고 외증조부인 이종만이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인물인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됐다. 또 강동원이 과거 이종만에 대한 존경심을 드러냈던 인터뷰가 재조명되면서 비난이 쏟아졌다.

이에 강동원은 소속사를 통해 “과거를 정확히 인지하지 못한 점, 미숙한 대응으로 논란을 일으킨 점, 빠른 시간 내 입장을 밝히지 못한 점, 모두 내 잘못이다. 이번 일로 외증조부의 부끄러운 과거를 알게 됐고 이를 통해 역사에 대해 더욱 공부하고 반성해 나가겠다. 아울러 미약하게나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실천하겠다”라고 사과의 뜻을 전했다.

공식 사과에도 불구하고 여론은 쉽게 돌아서지 않았다. 국민 정서상 민감한 사안이었기 때문. 이에 강동원이 대중에게 다시 인정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도 생겨났다. 그러나 ‘1987’이 베일을 벗자 그의 진심은 결국 전해졌다. 잘생긴 대학생 역으로만 알려졌던 강동원은 군부 독재 정권을 타도하기 위해 온 몸 바쳐 싸우는 민주화 투사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내며 압도적인 존재감을 발휘했다. 혼신의 힘을 다했던 그의 연기에 관객들도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강동원은 누구보다 진지하게 작품에 임한 것으로 전해졌다. 본격적인 영화 촬영에 앞서 고(故) 이한열 열사의 묘소와 어머니 댁을 직접 찾아 인사를 전했고 촬영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또 지난 1일 고(故) 이한열 기념사업회 측이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강동원에게 특별히 감사를 전한다”라고 고마움을 표해 힘을 더했다. 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가 존재했던 2016년 여름, 불이익을 감수하고 가장 먼저 용기를 내준 것에 대한 감사였다.

영화 ‘1987’ 무대 인사에 참석한 강동원(왼쪽)과 문재인 대통령 <뉴시스>

지난 7일 진행된 무대 인사에서 강동원도 남다른 소회를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감상평을 전할 때 뒤를 돌아 눈물을 훔치던 그는 “영화를 준비하면서 ‘내가 지금 이렇게 잘 살고 있는데 많은 빚을 지고 있구나’라고 생각했다”라며 “빚을 조금이라도 갚을 수 있는 심정으로 참여했다. 아직도 마음이 많이 아프다. 열심히, 앞으로도 좋은 영화를 찍으면서 보답하겠다”라고 진심을 전했다.

강동원의 진정성 있는 모습에 관객들의 마음도 움직였다. 10일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1987’은 지난 9일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다. 누적 관객수 444만5,246명. 개봉 초기 ‘신과함께-죄와 벌’(감독 김용화)과의 경쟁에서 밀렸던 ‘1987’이 역주행하면서 뒷심을 발휘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러한 흥행의 공을 오롯이 강동원의 몫으로만 돌릴 수 없지만  ‘1987’을 통해 그가 보인 진심과 존재감은 단연 빛났다.

“미약하게나마 할 수 있는 일로 갚아나갈 것”이라던 강동원은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빚’을 갚고 있다. 다양한 작품 활동을 통해 관객들과 만나고 있는 것. ‘1987’로 진심을 전한 강동원은 오는 2월 ‘골든 슬럼버’(감독 노동석) 개봉을 앞두고 있고 정우성·한효주와 함께한 영화 ‘인랑’(감독 김지운)도 올해 개봉한다. 또 재난 영화 ‘쓰나미 LA’(감독 사이먼 웨스트)에 주인공으로 캐스팅되며 할리우드에도 진출한다.

2014년부터 매해 두 편 이상의 영화로 관객들을 만나 ‘열일의 아이콘’이란 수식어를 얻은 강동원. 2018년에도 이어질 그의 ‘열일’ 행보에 기대가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