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재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

새해도 벌써 열흘이 지났습니다. 우리는 매년 새해를 맞이할 때마다 비록 지난해에는 실패했지만 올해는 반드시 실천해야지 하면서 학습, 독서, 여행, 운동, 금연, 금주 등의 주제들 가운데에서 각자 자신의 주요 관심사에 관해 늘 새롭게 결의(決意)를 다지곤 합니다. 그러나 속담에 ‘작심삼일(作心三日)’이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들 대부분은 매년 반복하듯이 이미 포기하신 분들도 적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 이렇게 비춰지는 우리들의 무기력한 태도에 대해 결코 자책할 필요는 없습니다. 사실 오늘날 뇌과학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이런 태도는 실천 불가능한 결심에 의한 감당하기 힘든 급격한 변화를 생존에 대한 위급 상황으로 인식해 우리뇌가 (아니 좀 더 엄밀하게 말하면 뇌의 결연한 명령을 온몸이) 이를 거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방어 본능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뇌 과학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비록 남들에게는 사소하게 보일지 모르나 날마다 실현 가능한 알맞은 계획을 세우고 이를 지속적으로 실천하면서 자신감을 키우는 태도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결심의 실현 위한 이론적 근거로 과학적으로 탐구한 반딧불이의 동기화 포기사례와 그리고 저의 금연 성공 사례를 곁들이며 ‘작심일년(作心一年)’, 즉 1년 365일 실천할 수 있는 방안의 하나로 제가 지난 2017년 2학기에 담당했던 ‘우주와 인생’이란 교양과목을 수강한 젊은이들의 성찰 여정을 함께 살피고자 합니다.

◇ 반딧불이의 동기화 포기사례

생태 분야를 연구하는 한 과학자가 인도네시아의 청정 지역에서 반딧불이에 대해 다음과 같은 관찰 결과를 얻었습니다. 날이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하면서 반딧불이들이 깜빡거리기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제멋대로 깜빡거리다가 한 밤중이 되면서 만 마리 이상의 집단 전체가 동시에 같은 진동수로 깜빡거리며 캄캄한 밤하늘을 환하게 밝히는 멋진 장관을 연출하는 동기화 현상을 관찰하였습니다.
한편 이번에는 매우 밝은 조명등을 이용해 처음에는 동기화된 반딧불이의 자연 진동수로 조명등을 깜빡거리다가 인위적으로 서서히 진동수를 증가시키거나 감소시키는 실험을 하였습니다. 그러자 자연 진동수로부터 오차가 15% 이내인 진동수까지는 반딧불이들이 모두 변해가는 진동수에 맞추어 깜빡거렸지만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려운 진동수에 이르자 이를 포기하고 각자 제멋대로 깜빡거린다는 실험 결과를 얻었습니다.따라서 이 반딧불이에 관한 실험결과를 통해 우리는 아무리 좋은 개혁(改革)이라도 감당할 수 없는 급격한 변화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 마마보이의 금연 성공사례

저는 의지도 매우 약한 형편없는 마마보이였던 대학교 1학년 여름 방학 때 고3 반창회에 참석했다가 고등학교 때부터 흡연을 했던 친구로부터 흡연하는 법을 전수(?)받고 그날 이후 하루에 1갑씩 6개월간 담배를 피웠었습니다. 그러다 1학년 겨울방학이 끝나갈 무렵 목에 가래가 몹시 생기기 시작하고 또한 수학 및 물리 문제를 푸는 계산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그런데 돌이켜보니 생체 현상에 관한 급격한 변화만으로도 제 몸 스스로 위기상황으로 인식해 저로 하여금 비록 정신력을 강하게 길러주는 참선 수행을 하기 이전임에도 불구하고 즉시 담배를 끊고 오늘에 이르게 했던 것 같습니다.

참고로 물론 담배에 대한 좋은 효과도 있겠지만, 금연을 하는 멋진 이유로는 비단 건강뿐만이 아닙니다. 지난해 말 기사화된 최근 통계에 따르면 흡연을 하는 직장인들은 한 달 평균 담뱃값으로 10만을 지출한다고 합니다. 그러니 ‘작심일년’을 실천할 경우 120만원이란 큰돈이 모아질 수 있습니다. 또한 사람 사는 사회에서 비록 금주(禁酒)는 어렵겠지만 술값을 절약할 수 있는 동시에 건강에도 좋은 절주(節酒)는 가능하겠지요. 따라서 금연, 절주, 절식(節食) 및 충동구매 억제 등을 통해 우리 같은 보통 사람들도 현재의 수입으로도 얼마든지 어려운 이웃을 도우며 함께 더불어 멋진 인생을 살아갈 수 있겠지요.

◇ 젊은이들의 성찰여정 사례

저는 지난해 가을 학기에 ‘우주와 인생’이란 교양강의를 진행했었습니다. 이때 비록 강의실이기는 하지만 학기 초에 학생들에게 ‘향상일로’ 칼럼 첫 글에서 소개드렸던 ‘수식관(數息觀)’ 성찰법을 알려주었습니다. 그리고는 매 수업마다 시작 하자마자 의자에 앉은 상태에서 10분 간 허리를 세우고 수식관 수행을 하게 했습니다. 아울러 강의 시간마다 학생들에게 수업 때만 해서는 효과가 별로 없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집에서 아침에 기상하자마자 10분 정도 수식관을 한 다음, 마칠 무렵 2∼3분 정도 오늘 해야 할 시급한 일들을 머릿속으로 정리하게 하고는 하루 일과에 온몸을 던져 뛰어들게 독려했습니다. 또한 잠자리에 들기 전 자세를 잡고 먼저 하루를 돌이켜 반성하고 수식관을 하다가 잠자리에 들라고 적극 권했습니다.

물론 학기 초부터 강의 시간외에도 매일 규칙적으로 집에서 수식관을 실천하는 학생은 거의 없습니다. 그러나 일주일에 두 번이라도 강의 시간마다 수식관을 10분씩 하다보면, 마치 가랑비에 옷 젖듯이 서서히 그 효과를 스스로 느끼기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학기 중반에 접어들면서 대부분의 학생들이 저절로 집에서도 거의 매일 5∼10분 정도 수식관 수행을 하고 있음을 강의 시간을 통한 실습 자세와 표정을 통해 파악이 가능합니다.

또한 학기 중에 부과하는 인생지도를 포함해 내면성찰에 관한 일련의 글쓰기 과제물들을 통해서도 수강생들의 변화를 잘 엿 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 학기말에 제출받은 ‘수정된 인생지도’를 통해 수강생 대부분이 수식관 수행을 거의 습관화 했으며, 더 나아가 방학 중에도 이런 태도를 계속 이어가기를 염원하는 다짐의 글들을 손쉽게 접할 수 있었습니다. 보기를 하나들면 다음과 같습니다.

“성찰과 수식관을 통해 어제보다 오늘에게 아주 조금이라도 계획과 변화를 가져다준다면, 마치 나비효과와 같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엄청난 발전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처음 수식관을 하였을 때 올바른 자세를 유지하며 생각을 비우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경험하게 되었고, 학기가 끝날 때 즈음은 완벽히 익힐 수 있다는 오만을 갖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종강을 하는 순간에도 저는 10분을 넘기는 것을 힘들어 했습니다. 아직은 많이 부족하지만 하루를 꼭 수식관으로 시작하여 앞으로도 지속적 성장을 할 것이라고 다짐하게 되었습니다. 저의 ‘인생지도’는 세상에 ‘빛’이 되어 주변 사람들에게 행복을 가져다주는 ‘과정’에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얼마나 많은 노력과 희생이 뒤따르는 지 ‘우주와 인생’ 강의 내용들을 통해서 다시 한 번 깨달을 수 있었고, 이 모든 것의 시작은 이른 아침에 행하는 ‘10분간의 수식관’으로부터 출발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비록 4개월간 성찰과 수식관 수행을 통해 어느 정도 습관화되었다고는 하나 철저히 홀로서기가 가능할 때까지는 언제든지 흐트러질 수 있기 때문에, 이끌어주는 스승[멘토]과의 꾸준한 만남이 필수적입니다. 참고로 이를 정확히 인지한 한 학생의 경우 제가 담당했던 ‘자연과 인간’과 ‘참선’을 연속으로 수강한 후 군 입대를 한 다음에도 꾸준히 자문을 구하다가 복학 후 그 필요성을 절감하고 이번 학기 다시 ‘우주와 인생’을 수강했었는데, 그 결과 복학 첫 학기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수강과목들에도 잘 집중할 수 있어 총평점 4.08을 받았다는 소식을 최근 전해 들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우리 모두 반딧불이의 동기화 포기현상을 거울삼아 올 한 해 각자 일상 속에서 수식관 수행을 5∼10분 정도에서 출발해 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25분 정도까지 조금씩 늘려가면서 전문직으로서의 삶과 내적인 자기성찰 수행이 둘이 아닌 ‘생수불이(生修不二)’의 삶을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려고 애써 봅시다. 만일 이렇게만 된다면 누구나 새해 연초에 결심한 바를 ‘작심일년’할 수 있게 될 것이며 또한 이런 삶의 태도가 공동체 구성원 서로에게 신선한 자극을 주는 동시에, 저절로 서로의 마음까지 동기화되면서 함께 더불어 향상(向上)의 길로 나아가게 될 것입니다.
 

박영재 교수는 서강대에서 학사, 석사, 박사(전공분야: 입자이론물리학) 학위를 받았다. 1983년 3월부터 강원대 물리학과 교수를 역임했으며, 1989년 9월부터 서강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서강대 물리학과장, 교무처장, 자연과학부 학장을 역임했다.
한편 1975년 10월 임제종 양기파의 법맥을 이은 선도회 초대 지도법사이셨던 종달 선사 문하로 입문한 박 교수는 1987년 9월 스승이 제시한 간화선 입실점검 과정을 모두 마쳤다. 1990년 6월 종달 선사 입적 이후 지금까지 선도회(2009년 사단법인 선도성찰나눔실천회로 새롭게 발족) 지도법사를 맡고 있다. 한편 1991년 8월과 1997년 1월 화계사에서 숭산 선사께 두 차례 입실 점검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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