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의 첫 여성 CEO가 된 선우영 상무. 롯데하이마트에서 온라인부문장을 지낸 선 상무는 꼼꼼함과 추진력을 겸비한 준비된 경영인으로 평가 받는다. <롯데지주>

[시사위크=범찬희 기자] 보수적인 국내 기업 생태계에서 ‘유리천장’을 깬 인물이 나와 재계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주인공은 롯데그룹 첫 여성 CEO(롭스)에 오른 선우영 상무(하이마트 온라인 부문장). 시장규모 2조원대를 앞두고 있는 H&B 시장에서 후발주자라는 핸디캡을 극복하고 롭스를 업계 2위 자리에 등극시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꼼꼼함, 추진력 겸비한 ‘온라인 전문가’

11일 마무리 된 롯데그룹 임원 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한 황각규 롯데지주 대표와 함께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된 인물이 있으니 바로, 선우영 상무다. 선 상무가 ‘신동빈의 오른팔’이라 불린 황 대표 못지않은 관심을 받게 된 배경은 그가 ‘롯데 첫 여성 CEO’라는 타이틀을 얻게 된 데 있다.

롯데는 선 상무를 롭스 신임 대표로 선임함에 따라 “2020년까지 여성 CEO를 배출하겠다”던 신동빈 회장의 약속을 지킨 셈이기도 하다.

선 상무의 대표이사 승진은 롯데가 그의 공로를 인정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014년 하이마트 온라인부문장을 맡게 된 선 대표는 온라인몰 재구축, 모바일 앱 론칭 등 남다른 추진력을 발휘해 한 자릿수에 불과했던 온라인 매출 비중을 20%까지 끌어올렸다. 특히 온‧오프라인 결합형 매장인 옴니 채널 성장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성 특유의 꼼꼼함과 섬세함도 선 대표의 강점으로 꼽힌다. 까다로운 소형가전 판매를 수년째 진두지휘 해온 그의 커리어가 이 같은 면모를 말해준다. 헤어드라이기나 다리미와 같은 소형가전은 냉장고, TV 등 대형가전과 달리 메이커가 소비자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적어 MD의 탁월한 선구안이 승패를 좌우한다. 1998년부터 생활가전 상품관리를 담당해 온 선 대표는 소비자들의 니즈를 분석해 하이마트의 소형가전 판매 상승을 이끌었다.

하이마트가 롯데에 인수되기 전 선 대표와 함께 근무했다는 한 재계 관계자는 “직원들 사이에서는 당시 과장이던 선우영 대표가 여성 최초로 임원이 될 것이란 얘기가 돌았다”고 전했다. 실무자 시절부터 남달랐던 선 대표의 업무 능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제 관심은 선 대표가 과연 주변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지 여부에 쏠린다. 규제 강화와 포화 상태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유통업체들의 미래 먹거리가 된 H&B 시장에서 롭스를 업계 2위 자리로 이끌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 왓슨스 추격 ‘바짝’… 첫 여성 CEO 모범 사례 남기나

일단 경영 상황은 희망적이다. 롭스는 9년이라는 업력 차이에도 불구하고 현재 2위 GS리테일의 왓슨스를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왓슨스가 매장수 100개를 돌파하는 데 10년의 세월이 걸린 반면, 롭스는 런칭 5년차인 올해 100개 돌파를 앞두고 있다. 이런 가운데 화장품과 같은 실생활에 밀접한 트렌드에 민감하다는 평가를 받은 신 대표의 합류는 롭스의 ‘5050’(매장수 50개 확대, 매출 50% 증가) 실현 가능성을 높이는 호재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롭스의 새 수장이 된 신 대표는 일단 자신의 강점인 온라인 채널 강화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롭스는 모바일버전을 제외한 데스크탑이나 노트북 등을 통해 접근 가능한 온라인몰을 운영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CJ올리브영과 왓슨스와 비교해도 롭스의 약점으로 꼽히는 부분이다.

이에 신 대표는 하이마트 온라인 판매를 성공으로 이끈 경험을 살려 롭스의 PC버전 온라인몰 구축에 돌입할 것으로 분석된다. 온라인을 통한 새 판매 판로가 개척된다면 롭스의 성장세는 더욱 탄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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