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창립멤버 김정호 베어베터 대표가 최근 정부의 가상화폐 대응책과 관련해 '과거 무료 이메일 서비스가 시작되던 때'를 연상케 한다고 말했다.<페이스북>

[시사위크=장민제 기자] 네이버 창립멤버였던 김정호 베어베터 대표가 정부의 오락가락한 가상화폐 정책에 과거 경험담을 털어놔 눈길을 끈다.

김 대표는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17년 전 무료 이메일 서비스가 폭발적으로 시작되던 시기 겪었던 정부의 대응책을 전했다.

그는 "갑자기 정보통신부 차관님 주재 회의에 참석하라는 연락을 받고 광화문 KT빌딩 꼭대기 층 회의실에 갔다"며 "야후, 다음, 네이버 3개 회사의 대표 급을 앉혀놓고 공무원들이 공격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약 1시간 가량 이어진 호통치기의 골자는 ▲청소년도 쉽게 가입할 수 있는 무료 이메일 서비스에 '음란, 도박, 폭력, 자살'을 조장하는 메일도 무분별하게 대량 수신된다는 점 ▲이메일 서비스로 막대한 수입을 올리는 포탈이 왜 대책을 내놓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김 대표는 현행법 상 이메일의 무단열람을 할 수 없고, 스팸메일의 대량발송으로 이득을 보는 업체는 포털이 아니라고 항변했다. 이어 김 대표는 '누가 이득을 보냐'는 질문엔 ' "우리가 회의하고 있는 이 건물의 주인인 KT'라고 답했다. 회의는 갑자기 정회됐고, 이후 별다른 논의 없이 종료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는 "항상 새로운 기술에 의한 서비스가 나오고 부작용이 생기면 한국은 일단 중국식으로 생각하고 통제, 조치하려는 움직임이 먼저 생긴다"며 "유구한 관료제, 통제 사회 역사의 영향"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리고 세밀한 검토를 해보면 우리의 정서와는 다른 서구의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현실을 발견한다"며 "(가상화폐 시장은) 미국, 유럽, 일본에서 폐쇄하지 않으면 우리만 폐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창의력을 발휘해서 절묘한 타협점을 찾아내야 한다"며 "또 반복되는 역사의 한 장면을 보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11일 가상화폐 시장은 정부의 오락가락한 발표에 큰 혼란을 겪었다. 이날 오전 박상기 법무부장관이 신년간담회에서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를 목표로 강력한 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 하자, 가상화폐 시세가 폭락한 것.

이후 청와대는 박 장관의 발언에 대해 "법무부가 준비해온 방안 중 하나"라며 "확정된 사안이 아니며, 각 부처의 논의와 조율 후 최종 결정될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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