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송월은 모란봉악단 단장이자 당 중앙위원회 후보위원이다. 가수 출신이 당 핵심 보직에 발탁된 것은 전례가 없던 일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뉴시스>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모란봉악단은 북한에서 가장 인기 있는 걸그룹이다. 이른바 북한판 소녀시대로 불린다. 2012년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지시로 창단돼 핵·미사일 발사 성공 등 당의 주요 행사 때마다 무대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김정은의 총애를 받고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모란봉악단을 이끌고 있는 현송월 단장의 위세 또한 만만찮다는 게 대북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실제 현송월은 지난해 10월 당 중앙위원회 후보위원으로 발탁됐다. 가수 출신이 당 핵심 보직에 발탁된 것은 전례가 없던 일이다. 게다가 30대 후반의 여성이라는 점에서 이례적으로 평가될 만하다.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이 30대 초반의 나이로 당 정치국 후보위원에 임명된 것과는 다르다. 김여정은 고 김일성 주석의 직계가족인 ‘백두혈통’이다. 혈족과 무관한 현송월의 고속 승진은 뒷말을 사기에 충분했다.

◇ 모란봉악단 리더 현송월의 생존기 

현송월에 대한 소문은 두 갈래로 나뉜다. 첫째, 김정은의 옛 애인이라는 것이다. 현송월의 출세에는 김정은과의 관계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때문에 김정은 부인 리설주로부터 극심한 견제를 받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총살설이 그 일례다. 2013년 8월, 리설주가 몸담았던 은하수악단과 왕재산음악단, 모락봉악단 소속 가수 등 9명이 음란 동영상을 촬영했다는 혐의로 체포돼 처형되는 과정에서 현송월이 포함된 게 아니냐는 의문을 샀다.

총살은 아니지만 오랜 기간 위축돼온 것은 사실로 보인다. 현송월은 총살설 이후 2년 4개월 만에 부상했다. 당시 모란봉악단이 중국 베이징에서 공연을 준비하며 리허설까지 마쳤으나 공연 시작 불과 몇 시간 전에 철수했다. 중국 측에서 미사일 발사 장면을 배경으로 김정은을 찬양하는 ‘단숨에’라는 노래를 빼줄 것을 요청하자 “점 하나 토(씨) 하나 뺄 수 없다”며 반발한 것. 이 일을 계기로 현송월이 김정은의 신임을 얻었다는 데 이견이 없다. 

둘째, 김정은의 아버지 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애첩으로 소문이 났다. 북한 전문 매체인 데일리NK는 평안남도 소식통의 발언을 빌려 “현송월은 2005년경 보천보악단 가수시절 노래 ‘준마처녀’를 멋지게 불러 김정일의 총애를 받은 마지막 애인이었다”면서 “현송월이 김정은의 옛 애인이었다면 리설주가 가만히 안 뒀을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진위 여부를 떠나 김정일·김정은 부자의 여인으로 소문이 날 만큼 현송월의 인기는 대단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위원장이 리설주와 결혼하면서 옛 애인인 현송월과 사이가 멀어졌다는 소문이 돌았다. 하지만 다른 일각에선 현송월이 김정은 위원장이 아닌 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애첩으로 주장하기도 한다. <노동신문/뉴시스>

사실상 현송월은 김여정, 리설주에 이어 북한 현 정권에서 영향력 있는 여성이다. 그런 그가 평창을 방문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나라 안팎으로 시선이 쏠리고 있다. 북한이 평창동계올림픽에 고위급 대표단, 선수단, 예술단 파견을 확정한 것. 파견될 예술단에 모란봉악단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최문순 강원도지사도 북측과 비공개 접촉을 가질 당시 모란봉악단의 방문을 요청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으로서도 나쁜 카드가 아니다. 현송월이 한미 독자제재 대상자가 아니고, 모란봉악단으로 화제를 모을 수 있다는 점에서 도리어 긍정적으로 검토될 만하다. 일각에선 김여정보다 현송월의 파견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숱한 소문 속에서도 현송월은 건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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