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현지시각)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페루 스마트폰 시장에서 중국 브랜드 점유율은 40%로 집계됐다.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14%로 전년 동기 대비 하락했다.

[시사위크=최수진 기자] 스마트폰 시장에 부는 중국발 바람이 순풍에서 태풍으로 바뀌는 모양새다. 화웨이를 필두로 중국 제조사들의 점유율이 확대되고 있어서다. 최근 부동의 ‘안드로이드 1위’였던 삼성전자가 밀리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 제조사들과 삼성전자의 경쟁은 더 심화되고 있다.

◇ 중국, 신흥시장 새 ‘강자’… 삼성전자, 씁쓸한 2위

이들의 주도권 쟁탈을 벌이는 곳은 주로 신흥시장이다. 유럽, 동남아, 인도 등을 중심으로 삼성전자와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 간의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페루에서 중국 제조사에 1위를 내주기도 했다. 다른 신흥 시장에서 판매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점유율은 매년 하락하는 상황이다. 

시장의 지각변동은 페루에서 먼저 일어났다. 지난 8일(현지시각)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페루 스마트폰 시장에서 중국 브랜드 점유율은 40%로 집계됐다. 점유율을 이끄는 주요 제조사는 화웨이, 모토로라, ZTE 등이다. 심지어 화웨이는 점유율 18%로 1위를  차지해 삼성전자(14%)를 2위로 끌어내렸다. 

페루는 삼성전자가 줄곧 1위를 지킨 시장이다. 독일 시장조사기관 GFK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2012년 1분기에 시장 점유율 23.2%를 차지한 이후 1위를 유지해왔다. 2016년 3분기까지도 삼성전자는 점유율 26%로 1위를 기록, 2위인 화웨이와 8%의 격차를 낸 바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해당 결과에 대해 “화웨이는 지난해 3분기에 페루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제치고 최고의 기업으로 등극했다”며 “삼성전자는 이제 다른 기업들과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분석했다.

신흥 시장의 변화는 다른 곳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현재 중국 제조사들의 점유율은 40%까지 확대됐다. 지난해 3분기 샤오미는 점유율 22%를 차지하며 삼성전자(23%)를 위협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SA(Strategy Analytics)는 2012년 당시 삼성전자에 대해 ‘신흥시장의 왕’이라고 칭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영향력을 높게 평가했다는 의미다. 그러나 현재 ‘신흥시장의 왕’은 중국 제조사들이 된 셈이다. 

삼성전자는 중국 제조사와 소송을 이어가는 상황이다. 그러나 패소가 이어지고 있다. 중국 법원이 삼성전자와 화웨이의 소송에서 ‘자국 기업’인 화웨이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사진은 삼성전자 갤럭시A8.

◇ 중국 제조사와의 소송서 패소 이어져… 삼성전자 어쩌나

삼성전자의 시련은 법정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중국 법원이 삼성전자와 화웨이의 소송에서 ‘자국 기업’인 화웨이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삼성전자의 패소가 계속되는 만큼 중국내 입지도 좁아지는 상황이다.  

11일 중국CCTV에 따르면 중국 선전시에 위치한 중급인민법원은 화웨이가 제기한 특허소송 1심에서 삼성전자가 화웨이의 4G 통신표준 특허를 침해했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삼성전자에 대해 제조 및 판매 방식에서 화웨이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를 중단하라고 결정했다. 

문제는 이번 패소가 향후 제기되는 소송에서도 불리한 위치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번 판결 역시 지난해 중국 법원이 내린 판결을 인용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 중국 취안저우시 중급인민법원은 삼성전자가 화웨이의 특허를 침해했다며 8,000만 위안(약 132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반면 삼성전자가 제기한 특허 소송은 까다롭게 진행되고 있다. 중국 국가지식산권국(SIPO, 특허청)은 지난해 10월 삼성전자가 제기한 8건의 특허소송 중 5건이 완전 무효가 됐다. 특허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 중 2건만 유효로 인정됐으며, 1건은 부분 유효다. 당시 판결로 인해 삼성전자가 2016년부터 제기한 특허 소송 16건 중 총 10건이 무효가 됐다. 사실상 중국 제조사와의 법정 싸움에서 패한 셈이 됐다.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 제조사들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가장 큰 타격은 삼성전자가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노키아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노키아는 2000년대까지 글로벌 시장 1위를 기록한 제조사였으나 스마트폰의 등장, 삼성전자의 저가 정책 등에 대처하지 못하며 추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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