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대북정책과 관련한 자신의 생각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평창올림픽 무대를 계기로 ‘6자회담’이 열릴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반도 문제의 당사국이라고 할 수 있는 남북은 물론이고, 미국 중국까지 고위급 인사를 파견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다. 일본과 러시아 고위 인사의 참가여부가 변수로 남아있지만, 국제적인 기대감이 커질 경우 고위인사를 파견할 가능성은 여전하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남북 고위급 대화를 적극 지지한 것이 컸다. 4일과 10일 문재인 대통령과 통화에서 “적절한 시점과 상황하에서 미국은 북한이 대화를 원할 경우 열려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남북 간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어떤 군사적 행동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 문 대통령의 대화노선에 큰 힘을 실어줬다. 양 정상의 통화도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평창올림픽에 참석이 확정된 고위급 인사는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다. 미국 2인자가 참석하는 만큼, 나머지 국가들도 구색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다음 동계올림픽이 중국 베이징에서 개최되는 점을 감안해 시진핑 주석의 참석을 요청한 상태다. 시 주석은 ‘확답’하진 않았지만 고위급 인사를 파견할 가능성은 농후하다. 일각에서는 리커창 총리 등도 거론된다. 남북 대화에 긍정적인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고위직 파견이 예상된다.

◇ 펜스 미국 부통령 참석 확정, 중국-북한은 누가 오나 

핵심은 북한이다. 북한이 파견할 대표단의 면면에 따라 북한의 대화의지와 간이 6자회담 여부도 구체화될 수 있을 전망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2인자라고 할 수 있는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이 대표단을 이끌고 올 것을 점치고 있다.

6자회담 가능성을 포함해 대화국면이 조성되면서 문 대통령의 ‘운전자론’이 탄력을 받고 있다. “한반도 문제는 당사자인 우리가 주도해야 한다”는 게 문 대통령의 대북노선이었고, 이는 취임 후 열린 G20 정상회의를 거치며 구체적으로 공표됐다. 북한의 대화거부, 연속된 핵과 미사일 실험으로 한 때 ‘조롱거리’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끝내 북한의 기조변화 및 남북 고위급 대화를 이끌어 내면서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여론흐름도 긍정적이다. 12일 발표된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문 대통령 국정수행 긍정평가는 1% 포인트 증가한 73%를 기록했다. 부정평가는 3% 포인트 감소한 17%로 집계됐다. 긍정평가 요인으로 ‘대북정책과 안보’를 꼽는 의견이 지난주 대비 3% 포인트 높아졌다. <한국갤럽 1/9~1/11 조사. 전국 유권자 1006명 응답. 유무선 전화면접 방식.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전체 응답률 21%>

물론 실제 6자회담까지 가는 길은 쉽지 않다. 펜스 부통령을 파견하기로 한 미국은 “미국과 북한의 대화를 고려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북한의 대화공세를 ‘시간끌기’로 의심하는 국내 보수여론도 극복해야할 과제다. 무엇보다 대화국면에서 ‘한미연합훈련 중단’ ‘북핵 인정’ 등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구를 북한이 해올 경우, 언제든지 상황은 악화될 수 있다. 현재 청와대와 통일부는 대화범위를 최소한으로 줄이면서 대화채널 가동 등 국면조성에 먼저 주력하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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