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에게 질문하기 위해 준비했던 한 기자의 수첩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가상화폐 문제를 두고 청와대와 법무부가 엇박자를 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거래소를 통한 가상화폐 거래를 금지하는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며 “거래소 폐쇄까지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했다. 논란이 커지자 청와대는 “확정된 사안이 아니다”며 부랴부랴 선긋기에 나섰다. 그 사이 가상화폐 가격은 30~40% 이상 등락하며 요동쳤다.

위험성이 커짐에도 청와대는 좀처럼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모양새다. 12일 취재진과 만난 청와대 관계자는 “관계장관회의 등 절차를 거친 논의가 정부입장”이라며 “(박상기 장관의 발언은) 정부 입장이 아니다”고만 확인했다. 청와대 내 가상화폐 관련 논의가 있었다는 점은 인정했으나 “청와대는 입장을 내놓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닫았다.

가상화폐에 관한 정부 정책에 ‘예측가능성’이 흐려지면서 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야권의 한 경제통 의원은 “불법거래와 탈세를 근절하고 과열된 시장을 연착륙 시켜야 한다는 것에는 모두가 공감대가 있다”며 “그간 규제관련 시그널을 꾸준히 주다가 갑자기 정부가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니 시장이 더 요동치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시간이 지체될수록 피해만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는 경고도 함께했다.

가상화폐를 둘러싼 갑론을박은 청와대 내부에서 이전부터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사회질서를 중시하는 민정·법무 라인은 규제강화 및 거래소 폐지에 무게를 뒀고, 박상기 장관의 강경발언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반면 산업·경제 라인은 기반기술인 블록체인의 잠재력에 주목, 규제를 반대하는 의견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 주재 회의에서도 관련 논의가 있었으나 ‘불법거래’ ‘시장과열’ ‘과세여부’ 문제만 논의됐을 뿐, 가상화폐에 대한 명확한 정부관점이나 정책기조가 나오진 않았다.

다소 아쉬운 대목은 지난 10일 문재인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에서 ‘비트코인’이나 가상화폐 관련 질의가 없었다는 점이다. 가상화폐와 같이 미래가 불확실한 사안에는 최종 결정권자의 결단이 필요함은 분명하다. 만일 기자회견에서 문 대통령의 육성으로 가상화폐에 대한 생각이 밝혀졌다면, 정부정책은 예측 가능한 방향에서 흘러갔을 가능성이 컸다.

이에 기자회견에 참석한 상당수의 기자들이 가상화폐와 관련한 질문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행운인지 불행인지 질의에서는 나오지 못했고, 문 대통령의 의중을 끝내 확인할 수 없었다. 다만 정부정책 혼선에 따른 피해가 예상되는 만큼, 어떤 방향으로든 대통령의 결단과 그에 따른 연착륙이 필요하다는 게 다수 관계자의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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